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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무엇을 할 것인가, 불교의 인간 이해



1


“내가 너희 나이 때 반드시처럼 읽어야 하는 책이 있었단다.”

책을 들었습니다. 니꼴라이 체르니셰프스끼의 『무엇을 할 것인가』, 서정록 옮김(열린책들, 1989). 그리고 맨 앞 아이의 손에 들렸습니다. 스스륵 넘기던 예쁜 놈 얼굴에 당황한 미간입니다.

Nikolay_Chernyshevsky2.jpg

저자의 이름으로 유추하면 니꼴라이 체르니셰프스끼, 러시아 문학에 조금 익숙한 친구들이라면 오늘 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가 맞습니다. 그리고 구궁. 두께가 603쪽, 글꼴 크기 음 한 6-7포인트? 한글 기본이 10포인트 정도라 할 때, 너무, 너무도 작습니다. 〈열린책들〉이 2009년 재판을 찍으며 상, 하 두 권으로 발행했습니다. 물론 글꼴도 오늘 익숙한 크기로.


“맞아. 내가 올드하단 뜻이고 오늘 너희와 맞지 않은 책으로 보이지.”

15분이 넘지 않는 짤의 힘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러시아 이름과 두께와 변질된 종이 색을 넘어 제목을 보자.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주인공의 선언이다. “나는 자유롭고 싶을 뿐이에요!”(70쪽)”


고등학교 어린 시절,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찾기 위해 읽기 시작해 접은 모서리, 그곳에서 읽은 주인공의 선언입니다. 

자유롭지 않았던 그때, 그래 자유가 중요했던 1980년대 말, 놓친 부분이 있었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물음 전에 그 무엇을 할 그 인간입니다. 이제는 주어 없는 물음에 주어를 요청하였고 불교의 인간 이해의 도움을 받아야겠습니다. 


2


“신체는 무상하다. 원인이든 조건이든 모든 신체를 내는 것이라면 그것도 또한 무상하다. 무상한 원인과 무상한 조건에서 생긴 모든 신체에 어떻게 항상함이 있겠는가. 이와 같이 느낌·지각·형성[도 같으며]·의식도 무상하다. 원인이든 조건이든 모든 의식을 내는 것이라면 그것도 또한 무상하다. 무상한 원인과 무상한 조건에서 생긴 모든 의식에 어떻게 항상함이 있겠는가.” 

- 『잡아함경』, 제1권, 제11경.


석가모니는 인간을 ‘오온(五蘊)’으로 설명합니다. ‘오온’은 다섯 가지 요소의 쌓임이라는 뜻으로 몸(色), 느낌(愛), 지각(想), 의지(行), 의식(識)이다. 여기서 몸(色)은 물질적인 요소이며, 나머지는 정신적인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오온’이 원인과 결과의 법칙, ‘연기(緣起)’에 의해 일시적으로 구성되는 것입니다. 석가모니는 오온과 연기를 통해 자아는 인정할 수 있으나 고정되고 변화하지 않는 자아를 부정합니다.


“순다여, 흰 법에는 흰 과보가 있으며 청정한 것에는 청정한 결과가 있으니, 가벼운 신선은 위로 오르는 법입니다. 성취하고 나면 이른 아침에 땅에 대고, 이것도 청정하며 나도 청정하다고 하는 사람도 역시 청정함을 얻고, 만약 대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역시 청정함을 얻습니다.” - 『잡아함경』, 제1039경.


또한 불교의 인간관은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는 ‘운명론(運命論)’을 거부하며 인간의 의지를 강조합니다. 인간은 의지로 통해 선을 선택할 수도, 악을 선택할 수도 있는 존재이며 그 선택에 따르는 필연적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인간의 행위를 ‘업(業)’이라 하고 이러한 선택이 만들어 낸 결과를 ‘보(報)’라 합니다.

‘붓다(Buddha)’는 깨달은 자라는 뜻의 불교의 이상적 인간상입니다. 불교가 이해하는 인간은 원인과 결과에 의해 항상 변화하며, 자신의 선택으로 행복과 불행을 만들며, 사회와 세계를 향한 책임적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3


Lenin.jpg 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 전통이 강요하는 사랑, 책의 은유, ‘지하실’의 사랑을 넘어 진정한 사랑, 자유를 갈급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연애 소설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로부터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혁명가 레닌(Vladimir Ilyich Lenin, 1870~1924)은 이렇게 말합니다. “체르니셰프스키의 소설은 나를 완전히 압도했다. 이 책은 당신의 전 생애를 내걸어도 좋을 만한 훌륭한 소설”이라 평합니다. 그리고 레닌 역시도 같은 제목의 책 『무엇을 할 것인가』[『레닌 저작선』, 홍승기 편역 (거름, 1988)]를 쓰며 “우리가 이 시기를 종식시키기 전까지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이유에서 역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라는 서문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답을 시도합니다.


아이들은 정해진 답을 향해 달립니다. 정해진 답이니 해야 할 것 역시 정해져 있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란 질문은 정해진 답을 향한 ‘나’ 없는 무엇일 뿐입니다. 불교의 인간 이해가 주는 답은 본질적입니다. ‘인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인간은 선택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니 용감하게 선택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선택은 ‘나’ 없는 고정된 것들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 ‘나’의 선택을 통해 자신뿐 아니라 보다 나은 세계를 지향할 것입니다. 이제 ‘나’, 아이들은 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와 레닌이 했던 것처럼 다시 물어야 합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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