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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祈禱, pray)'라는 '기도(企圖, try)'



1


“너희는 언제 기도하니?”

종교에 관한 이야기에서 꼭 다루어야 할 주제입니다. 

“시험 볼 때 기도합니다.”

교복을 잘 입는 현성이입니다.

“시험 볼 때 왜 기도하지?”

“제가 공부한 만큼 결과가 나왔으면 해서요.”

교복 규정에 한 치도 다름이 없습니다.

“그럼 우연이 있다는 것을 믿는구나?”

“네? 네. 하지만 하나님이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

인사성으로 등급을 매긴다면 상위 4프로(?, 굳이)일 것입니다.

“현성이는 사회생활을 잘해요. 돈 많이 벌게 해 달라고요.”

생각만큼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들은 기도입니다. 그리고 기도의 현상입니다. 수직적으로는 구석기 시대 스페인 알타미라(Altamira) 동굴의 벽화, 풍요 기원부터 오늘날 주일 예배 파송의 기도, 축도까지, 수평적으로는 증산도 수능 대박 치성부터 가톨릭 수능 100일 기도까지 로또 복권 판매점부터 세브란스 어린이병원까지, 기도는 현실적 삶과 관계한 종교 행위입니다.


2


기도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기도(prayer)”, 성스러운 것 또는 거룩한—신, 신들, 초월적 실재 또는 초자연적 힘과 함께하는 인간의 소통 행위, 모든 시대, 모든 종교에서 발견된다. 기도는 협동적 또는 개인적 행위 다양한 형태 그리고 기술을 행하는 협동적 또는 개인적 행위일 수 있다.(“prayer”, 『Britannica』,https://www.britannica.com/topic/prayer.)


『브리태니커』[Britannica]의 기도는 초자연적인 어떤 것과의 소통 행위입니다. 그러나 기도의 실제는 정의 이전에 ‘인간 유한성’의 자각, 그리고 ‘요구(demand)’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어떤 형태든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할 수 없음(無力)’, 경험하지 못한 미래라는 ‘알 수 없음(無知)’과 같은 유한성 극복의 추구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홀로코스트(Holocaust)’, 나치 독일 정권이 동맹국들, 협력자들과 함께 유대인들을 제도적으로 탄압하고 조직적으로 학살한 사건은 기도의 근저로 이끕니다. 

빅터 프랭클(Viktor Emil Frankl, 1905~1997). 오스트리아 태생의 유대인 심리학자입니다. 그는 유대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 홀로코스트 생존자였습니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입니다.

VictorF.jpg

샤워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들은 우리가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는 이제 벌거벗은 몸뚱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심지어는 털 한 오라기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글자 그대로 우리 자신의 벌거벗은 실존뿐이었다. 그 동안의 삶과 현재를 연결시켜 주는 물건 중 과연 내게 남은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안경과 벨트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벨트는 나중에 빵 한 조각과 바꾸어 먹고 말았다.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이시형 번역, 청아출판사, 2017, 43쪽.)


유럽계 유대인 600만의 죽음이라는 홀로코스트. 어쩌면 그간 우리 삶의 가치 추구는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그러나 실존의 현실인 ‘전라(全裸)’의 프랭클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시련을 겪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다.

(빅터 프랭클, 139쪽.)


그리고 프랭클은 우리의 관심을 조금 다른 이해가 필요한 기도로 이끕니다. 지금 여기라는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 그 현실에 용기 내어 선택해야 하는 주체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기도를 묻는다면 초월과 관계한 그 주체의 확신이라 해야겠습니다.

 

3


만약 어떤 사람이 인간을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존재로 묘사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이 사실이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물론입니다. 인간은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 주십시오.”(빅터 프랭클, 47~48쪽.)


‘기도(祈禱, pray)’는 방법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찾는 책임적 주체의 ‘기도(企圖, try)’입니다. 그 기도는 흉내 내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만 적절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도(企圖, try)’는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과 같은 기도여야 합니다. 지금 하려고 하는 기도가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기도라고 생각하면서(빅터 프랭클, 182쪽).


“내신 1등급 오르게 주관식 3번의 답은 무엇입니까?”

“더 많은 돈은 벌고 싶습니다. 어느 주식을 사야 합니까?”

“공산주의자를 물리쳐 통일을 이루소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도록 통치자를 능력으로 이끄소서.”


하지만 여전히 무능, 무지한 ‘신(神을)’ 만드는 의미 없고 반복적인 기도, 어쩌자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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