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조회 수 1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74. 점심시간, 페미니즘



1. 금기어


아이들과의 금기어가 있습니다. 첫째, 정치입니다. 긴말이 필요 없습니다. 얼마 전 전달된 교육청 공문입니다.


2.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오는 11월 5일(토) 일부 시민단체에서 집회 개최를 예정하고 중·고등 학생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어, 학부모님들과 교육현장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입니다.

4. 아울러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위반 시 관련 법에 따라 조치될 수도 있으니, 각급 학교에서는 소속 교원이 관련 규정을 몰라서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조하여 안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끝.


어떤 팁 같은 게 느껴집니다. “몰라서 위반하는 사례” 위반 시 혹시 몰라서 위반했다고 하면 어찌 피해갈 수 있는 걸까? 대부분 선생님의 경우, 무관심 또 많은 수 자기검열입니다.


그리고 ‘페미니즘(feminism, 여성주의)’입니다. 

“선생님은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2층 로비 멍때리는 중, 정치외교학과를 지망하는 아이입니다.

“넌 어떻게 생각해? 페미니즘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한데. 긍정이 5, 부정이 1이라면 어떨 것 같니?”

“2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걸 물어 볼 수 있을까? 다른 아이들에게.”

눈사래입니다. 강렬히 거부하는 눈동자입니다.

“그럼 생각해 보는 건?”

“3이요.”


2. 남학생의 페미니즘


안산 선수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 양궁 역사상 최초로 3관왕을 이뤄냈을 때, 고국에서 그를 반긴 건 찬사만이 아니었다. 그는 거센 비난도 직면해야 했다. 비난의 이유는? 그가 숏커트를 해서였다. (중략) 

한 남성 네티즌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금메달을 딴건 좋지만,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인 것 같다. 만약 페미니스트면 지지를 철회하겠다. 페미니스트들은 모두 죽어야 한다.” (중략) 

이번 숏컷 논란은 몇주 전 페미니스트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이 나온 뒤 벌어졌다.

손가락 모양에 관한 논란이었는데, 일부 남성들은 엄지와 검지를 사용한 '집게 손가락' 모양이 급진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한국 남성 성기크기를 비하하며 사용한 그림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베트 탄 & 웨이 입, 『BBC 뉴스』, 2021.8.10., https://www.bbc.com/korean/news-58141529.)


남자 아이들의 생각을 묘사하기 어렵습니다. 조금 객관적일 수 있을까? 영국 BBC(이베트 탄 & 웨이 입)가 본 반페미니즘의 현재입니다. 여론은 주로(?) 반페미니즘입니다. 당연히 ‘왜?’를 붙이고 싶은데, 이게 현실인데 ‘왜’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무분별한 인터넷 정보라 합니다. 자극적인 게다가 재미있는 정보로서 반페미니즘을 접하고 비이성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입니다. 


Rousseau.jpg “모든 인류는 평등하다. 그가 프랑스인이든, 독일이든, 국왕이든, 노예이든, 학자이든, 귀족이든, 평민이든, 저 미개한 아프리카 원주민조차도 우리의 똑같은 천부인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단 하나, 여성은 예외다. 여성에게는 인권이 없다. 그러므로 교육을 시킬 필요도 없으며, 정치에 참여시켜서도 안 된다.”(장 자크 루소, 나영, 「페미니즘과 퀴어, 그리고 적녹보라의 패러다임」, 한우리·김보영·나영·황주영, 『교차성×페미니즘』 (도서출판여이연, 2018), 99쪽. 재인용.)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교육가, 민주주의자, 공화주의자입니다. 그럼에도 루소에게 페미니즘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21세기 오늘 숏컷과 엄지 검지 집게로 남성혐오로 받아들이고 반페미니즘을 말하는 것. 쉽지 않습니다.

 

3. 페미니즘, 자본주의


“선생님. 페미니즘이 모두 메갈리아는 아니잖아요.” ‘메갈리아(Megalia)’는 여성혐오를 남성에게 돌려준다는 ‘미러링’을 사회 운동 전략으로 삼아 주목을 받은 커뮤니티 사이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페미니즘은 크게 두 경향입니다. 하나는 급진적 페미니즘입니다. 여성은 하나의 억압된 계급이고 역사를 초월하여 존재해 온 여성억압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포스트 페미니즘입니다. 억압은 여성억압뿐 아니라 그 경제적, 문화적, 역사적 모든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 왔으며, 이러한 교차적 분석으로 여성억압을 보아야 한다는 흐름입니다. 거칠게 전자가 생물학적 여성의 동질성과 그 억압에 집중한다면, 후자는 생물학적 여성이라도 흑인 여성과 백인 여성이 억압을 경험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흐름이든 ‘성적 차이’에 집중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선언이 좀 공허합니다. 


“조금 다른 점을 생각하고 싶구나.” 자본주의입니다.

인류의 긴 시기, 성적 차이가 차별은 아니었습니다. 성역할이 강요되지도, 체계적 차별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인 임신과 출산이 사회적 지위에 불리하게 된 것은  농경 중심의 계급 사회 출현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입니다. 자본주의 사회 여성은 두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생산에 참여하는 한 노동자이며, 동시에 출산이라는 노동력 재생산을 하는 여성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러한 두 착취 구조에서 억압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차별의 원인은 성차이도 아니고 성차이에 대한 인식 부족도 아닙니다.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이윤 체제입니다. 급진적 페미니즘은 여성 차별의 원인을 놓치고 있으며, 포스트 페미니즘은 차별의 현상에만 갇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4 희망


“그런데 아들은. 어? 너희는 왜 페미니즘이야?” 

“세계의 절반이 여자인데, 우리는 너무 자신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 이과 애들은 1학년 ‘통합사회’ 시간 말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을걸요. 문과 애들도 시험 준비만 하지만.”

“다투지 않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말하는 새로운 세상을 포함해서요.” 

하나랑 시작한 아이 옆 의자에 다른 얼굴이, 그 어깨 뒤에 또 다른 한 얼굴이 섰습니다.


이제야말로 나는 깨달았다. 모두가 자신을 걱정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만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사실은 사랑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 속에 사는 자는 하느님 안에 살고 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므로.(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단편선』, 박형규 옮김, 인디북, 2003, 81-82쪽.)


아이들이 축구공 몰며 경사로를 오른다는 것은 점심시간이 끝나간다는 뜻입니다.

“선생님, 긍정 5로 바꿀래요.” 

?

  1. 79. 공감을 지향하는 유교 윤리

    79. 공감을 지향하는 유교 윤리 1. 유교 유교의 윤리는 근대화 속에서 현대의 문제에 답변하기 어려우며 극복되어야 하거나 대립적인 것으로 논의해 왔습니다. 또한, 자주 가부장적 체제 유지를 위한 도구로서만 인식되기도 하였습니다. 유교의 윤리가 전통이...
    Date2023.04.01 By좋은만남 Views13
    Read More
  2. 78. 구원을 말하는 이유

    78. 구원을 말하는 이유 1. 구원이란 인간의 실존은 현실적인 어려움의 상태를 경험하며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를 지향합니다. 구원이란 종교적 경험을 통해 부정적 상태에서 이상적 상태로 옮기는 것 또는 옮겨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구원의 모습은 일...
    Date2023.03.04 By좋은만남 Views12
    Read More
  3. 77. 종교의 역사 이해를 배우며

    77. 종교의 역사 이해를 배우며 1 역사관은 ‘역사의 발전 법칙에 대한 체계적인 견해’입니다. 이러한 역사관은 역사가 자신의 신앙, 성별, 등의 경험이 배경이 되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선택의 기준, 해석의 원리, 의미 찾기 등을 담고 있습니다. 역사관은 역...
    Date2023.02.04 By좋은만남 Views5
    Read More
  4. 76. 사람다움의 그리움. 유교적 인간 이해

    76. 사람다움의 그리움. 유교적 인간 이해 1. “선생님. 저는 종교가 없는데요.” 아이들이 종교 수업 시간 자주하는 말입니다. 교실 창가 아침 햇살에 무지개 빛으로 나는 열변의 수분 흔적에 느끼는 선생님을 향한 아이들의 애처로움이라 할까? “자습해요.” 진...
    Date2023.01.07 By좋은만남 Views5
    Read More
  5. 75. 바름·그름에 빠진 입시

    75. 바름·그름에 빠진 입시 1. 정의의 어려움 모든 사람은 전체 사회의 복지라는 명목으로도 유린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inviolability)을 갖는다. 그러므로 정의는 타인들이 갖게 될 보다 큰 선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이 정당화됨을 거...
    Date2022.12.03 By좋은만남 Views9
    Read More
  6. 74. 점심시간, 페미니즘

    74. 점심시간, 페미니즘 1. 금기어 아이들과의 금기어가 있습니다. 첫째, 정치입니다. 긴말이 필요 없습니다. 얼마 전 전달된 교육청 공문입니다. 2.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오는 11월 5일(토) 일부 시민단체에서 집회 개최를 예정하고 중·고등 학생의 참...
    Date2022.11.12 By좋은만남 Views1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