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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바름·그름에 빠진 입시


1. 정의의 어려움

모든 사람은 전체 사회의 복지라는 명목으로도 유린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inviolability)을 갖는다. 그러므로 정의는 타인들이 갖게 될 보다 큰 선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이 정당화됨을 거부한다. 다수가 누릴 보다 큰 이득을 위해서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해도 좋다는 것을 정의는 용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의로운 사회에서는 동등한 시민적 자유란 이미 보장된 것으로 간주되며, 따라서 정의에 의해 보장된 권리들은 어떠한 정치적 거래나 사회적 이득의 계산에도 좌우되지 않는 것이다. - 존 롤스, 『사회정의론』, 황경식 옮김 (서광사, 2006), 25-26쪽.

존 롤스(John Rawls 1921~2002). 하버드대학교 정치 철학 교수를 지냈습니다. 정의로움에 대한 롤스의 설명입니다. 정의로운 사회는 모두에게 동등한 시민적 자유가 보장되며, 그들의 권리들은 소수자를 포함해 어떠한 이유로도 침해될 수 없습니다. 

“말도 안 돼요.” 
3분 37초 지났습니다. 아이의 부정을 듣기 전, 두 명의 아이가 매점을 들러 전력질주했으나 인사 후 들어왔고 한 명은 아직이라 합니다. 세 개의 책상 위 아이패드는 유튜브 축구 중계가 진행되고 있고, 몇 『자이스토리 수학』은 아직 제자리를 못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급히도 말이 안 된다 합니다.

이 거부에 두 가지 정도는 고려해야 합니다. 첫 번째, 오늘 대다수 우리는 이민자라는 이유로 귀화 동의서약서에 서명한 것이 아니라면, 사회에 동의 없이 속했으며, 동의 없이 그 사회의 정의에 따라야 합니다. 동의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동의할 수 없다면 큰일입니다. “난 그 정의에 동의하지 않았어.” 두 번째, 소규모 공동체가 아니라면, 설사 아주 적은 소규모 공동체라 하더라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모여 사는데, 먹고 싶은 것도 다른데, 정의에 관한 생각이 모두 같기를 바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정의는 나에게 이득이 되는 거야.”

2. 바름·그름에 빠진 교육

“『정의란 무엇인가?』. 하버드대학교 철학 교수, 마이클 샌델이 쓴 책이란다. 한 번쯤 들어봤지? 그런데 책의 원제가 우리를 더 구체적 정의로 이끄는구나.”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원제입니다. 정의에 관해 생각하며 ‘우리가 해야 할 올바른 것이란 무엇인가?’ 질문에 대해 답하자는 것입니다. 정의라는 추상적 개념보다 현실에서 실천해야 할 올바른 것이란 무엇인가 묻는 것입니다. 그러니 다시 또 바르지 않는 것도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자리가 궁금한 정의입니다.

“수시는 아니죠. 정시에요.”
간단히 정시, 대학교에서는 여러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등이 있지만 아이들이 말한 정의롭지 못함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입니다. 대학 입시에 학생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를 반영합니다. 당연히 성적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성적 이외에도 학습자의 학교생활 태도, 학습 태도, 봉사활동 내역, 수상실적 등 비교과의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다면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원칙적으로 수능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이 학종이 저항을 받고 있습니다. 금수저 전형이라 합니다. 일명 스펙이라 부르는 생기부 내용을 채우는 것이 금수저, 부모(조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지적입니다. 학종 면접에 “아부지 뭐 하시노?” 않더라도 그 배경은 얼마든지 생기부의 여러 곳에 작용합니다. 큰 병원 또는 법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면, 어려운 논문의 저자로 등재되었다면, 해외의 다양한 경험이 있다면. 이러한 비교과 활동은 생기부에 스펙이 될 수 있습니다.(현재 문제가 될 만한 봉사활동, 외부 수상내역, 자기소개서 작성 등은 제외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다면평가 자체가 위기입니다.) 바르지 않습니다. 특권층 세력의 교육을 통한 계층 대물림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정시로 흘러갑니다.

“정시는 아니에요. 수시에요.”
정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중심입니다. 그런데 수시가 바르지 않아 정시로, 수능만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도 아니라 합니다.
수능이 가진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수능은 수시전형만큼 복잡하지 않습니다. 입시에 집중해야 할 부분이 성적 하나로 단순합니다. 장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걸맞지 않게 수학 능력을 인지적 측면 단 하나로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수학능력평가라기보다는 암기능력 평가입니다. 
그리고 능력주의입니다. 수능이 계층 불평등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쩌면 이 능력은 개인에게 달려 있으며, 학종보다 사교육의 영향이 적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그러나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아니더라도 인서울(서울 소재 대학 진학)하려면 등급 차이가 걸려 있는 극난이도 킬러문제 한두 개를 통과해야 합니다. 사교육을 넓이로만 본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사교육은 깊이가 따릅니다. 거칠게 특정 계층에게는 50만원짜리가 5개에서 100만원짜리가 3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능과 유사한 미국 SAT(Scholastic Assessment Test, 수학능력평가시험)가 있습니다. 이 SAT와 가정의 화장실 개수에 관한 연구가 있다면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라는 착각, 결국 상위 계층에 유리하다는 게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시가 모두에게 정의라는 프레임은 특정인의 수시로 일어난 문제에 누군가가 정치적 씌운 것이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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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의 구출

롤스가 주장하는 정의의 두 원칙입니다. 모든 사람은 기본적 자유에 대해 동등한 권리를 지녀야 하며, 불평등이 인정될 경우는 불평등으로 인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어야 하며, 불평등이 모두에게 가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존 롤스, 81-82쪽). 그리고 롤스의 타월함, ‘무지의 베일’입니다.

어떻게든 우리는 사람들을 부활하게 하고 그들의 사회적·자연적 여건을 그들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도록 유혹하는 특수한 우연성의 결과들을 무효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당사들이 무지의 베일(veil of ignarance) 속에 있어야 한다고 가정한다. 여러 대안들이 그들의 특정한 처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그들이 몰라야 하며 일반적인 고려 사항만을 기초로 해서 원칙들을 평가해야만 한다.  
- 존 롤스, 155쪽.

바름·그름에 관한 물음을 구출해야겠습니다. 아이들은 만나는 현실에 정의를 묻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정의는 선택하지 않은 것이란 이유의 거부 또는 스스로에게 유리한 것만의 선택입니다. 롤스는 무지의 베일을 제안합니다. 우리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가 영향을 미치는 대상을 우리가 알지 못한다는 전제입니다. 그 결과의 영향은 나 스스로에게 향할 수도, 가족을 향할 수도, 친구를 향할 수도. 우리가 이 결과의 영향을 알 수 없다면, 그렇게 될 때, 자신에게 이득이 되고자 하는 유혹을 극복해, 원칙들만을 고려하여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선생님. 전 정시 파이터입니다.”
수시를 접고 정시에 올인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매 순간 “해야 할 바른 것이 무엇인가?” 물어야 하며 그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무지의 베일’, 그 선택과 행위에 용기를 내야 하고 진실해야 하며 무엇보다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말고사를 앞둔 아이가 내신을 위한 시험 포기선언은 아니어야 합니다. 그 결과는 결국 자신을 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심스럽지만, 수시, 정시만은 아니겠지.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의 결과가 자신을 향한다는 것이란다. 무엇보다 선택에 자기 삶과 공동체를 향한 진지함과 성실함은 놓지 않았음 좋겠다.” 방백(傍白)이리라 했는데.
“감사합니다.” 듣지 않아도 될 아이들에게 대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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