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사람다움의 그리움. 유교적 인간 이해
1.
“선생님. 저는 종교가 없는데요.”
아이들이 종교 수업 시간 자주하는 말입니다. 교실 창가 아침 햇살에 무지개 빛으로 나는 열변의 수분 흔적에 느끼는 선생님을 향한 아이들의 애처로움이라 할까?
“자습해요.”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정시와 수시 모두에 필요 없어 보이는 종교 수업 시간에 대한 거부일 수도 있습니다. 기말고사도 끝났는데 이제 2학년 아이들은 과학 탐구 영역 또는 사회 탐구 영역에 올인해야 하는데 종교 수업이라니.
그래도 조금 용감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잘 이요.” 걸렸습니다.
“잘이라. 잘 사는 게 뭘까?”
“사람답게요.” 낚았습니다.
“그럼 오늘은 우리가 ‘사람답다’라는 말을 사용하는 종교적 맥락을 한 번 생각해 볼까?” 꿋꿋할 예정입니다.
2.
‘인(人)’은 인간을 나타내는 가장 일반적인 한자입니다. 유교의 대표적 문서인 『논어』의 ‘인’은 ‘인간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여기서 ‘인’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정의보다는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인간의 실천적 의미에 관심합니다.
“사람(人)이 되어서 어질지(仁) 못하다면 예의를 지킨들 무엇하겠는가? 사람이 되어서 어질지 못 하다면 음악을 한들 무엇하겠는가?” - 『논어』, 「팔일3」.
“부유함과 귀함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누려서는 안 된다. 가난함과 천함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부당하게 그렇게 되었다 하더라도 억지로 벗어나려 해서는 안 된다.” - 『논어』, 「리인5」.
『논어』에서 공자는 인간의 존재 가치의 근거를 도덕적 실천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실천을 ‘어짊(仁)’으로 제시합니다. 이를 종교적으로 해석한다면 ‘선(善)의 의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짊’은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내재 되어 있는 ‘선의 의지’이며, 실천해야 할 가치의 원리입니다.
“어짊을 실천하는 것이야 자신에게 달린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달린 것이겠느냐?” - 『논어』, 「안연1」.
또한 『논어』의 다음 구절은 실천적 ‘인’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어짊이란 것은 자신이 서고자 할 때 남부터 서게 하고, 자신이 뜻을 이루고 싶을 때 남부터 뜻을 이루게 해주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미루어서 남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어짊의 실천 방법이다.” - 『논어』, 「옹야28」.
따라서, 『논어』를 통해 살펴본 유교의 인간은 본성적으로 ‘선의 의지’를 가지고 선을 실천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또한 실천해야 할 선으로서 ‘어짊’을 따르는 인간은 다른 이와 함께 조화로운 관계를 추구해야 하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3.
교무실 모퉁이, 이제는 사라진, “팔 귀에 안 붙여.” 소리 높이시던 선생님 그리고 여지없이 꽂히던 호통이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니가 사람이냐.”
어찌나 서러웠는지 벌겋게 충혈된 눈 밤마냥 부풀어 올라 집으로 향하던 길, 지는 해는 또 왜 그리 붉은지. 서러움 북받쳐 닭똥이 될 때, 어머니도 거드십니다.
“엄마 걱정했잖아. 니가 사람이가.”
유교적 인간 이해의 핵심은 ‘사람다움’입니다. ‘사람다움’의 핵심은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어짊’입니다. 그리고 ‘어짊’은 실천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어짊’을 가르치지 못한 선생님 스스로를 향한 호통이고 ‘어짊’을 살지 않은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부끄러움이었을 것입니다.
요즈음 어질지 못한 일들을 경험합니다. 아이들이야 함께 나누면 되는데, 이 어짊을 어디다 두고 사는지 아님 전혀 없어 보이는 뭘 그리 잘 알아 할 말 많은 어른을 볼 땐 옛 교무실 한켠이 그립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른다운 것이 사람다운 것이고 어진 것이라면 세상 단순한 ‘사람다움’이 새삼 그립습니다.
아, 오해할까 염려되어. 경험담이 아니라 목격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