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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고사 유의사항



1


7시 50분, 교무부 수업계 선생님은 당일 시험감독배정표 파일을 내부 메시지 붙임으로 모든 선생님에게 발송합니다. 같은 시간 교무실, 교무부 고사계 선생님은 각 학급(고사실)함에 해당 교시 시험 과목 시험지와 답안지를 넣습니다. 매 시험 10분 전 교무실에서 정감독관은 담당 고사실의 시험지와 답안지를 수령합니다. 시험 시작 5분 전 고사실에 정감독관과 부감독관 2인이 입실 완료합니다. 시작령 전까지 먼저, 답안지를 그리고 시험지를 학생에게 배부합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안내 방송입니다. 


“감독관께서는 정기고사 유의사항에 대하여 안내하여 주십시오.

세 가지 주의사항을 강조하여 알려드립니다.

첫째, 휴대폰을 포함한 전자기기는 소지만 하여도 부정행위입니다.….

둘째, 객관식 답란에 예비 마킹을 하거나 연필이나 샤프를 사용할 경우 카드 리더기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주관식 답란에 샤프 사용과 수정테이프의 사용을 금합니다. 주관식을 수정할 때는 틀린 부분에 두 줄을 긋고 옆에 다시 쓰시면 됩니다.

감독관께서는 답안지를 배부하여 주십시오.” 


부정행위에 전자기기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뭘 그것까지.”라는 교사의 방심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그러니 전자라는 표현으로 거의 모든 것을 막아 놓았습니다. 빨간 색연필부터 컴퓨터 싸인펜을 넘어 지금이 되었습니다. 답안지는 스캐너라는 장비를 통해 한 장 한 장 답안 표시가 인식됩니다. 무엇으로 표시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답안지 위, 무엇이 아니라 표시된 어디만이 중요합니다. 스캐너는 그 위치로 정답을 인식합니다. 


그리고 샤프 사용과 수정테이프 사용금지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금 전제가 필요합니다.


2


김준호, ““평가기준 바꿔” 성적조작 지시 교사 징역형… 실행 교사 벌금”, 『연합뉴스』, 2017.02.20. 11:35, 

https://www.yna.co.kr/view/AKR20170220079900063.


고동욱, “법원 “교사의 불법과외교습, 금품수수는 아냐…교장승진 가능””, 『연합뉴스』, 2020.04.18. 07:47, 

https://www.yna.co.kr/view/AKR20200417156800004.


김보경, “오직 한 남자 위해 조작된 학생 500명의 성적 - [영남공고, 조폭인가 학교인가] 밝혀지지 않은 조직적 성적조작”, 『프레시안』, 2019.09.12. 20:26,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56917.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학생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평가기준을 변경해 2등급 학생을 1등급으로 조작해서는 안 됩니다. 불법과외로 벌금형과 감봉을 받은 교사가 가진 교장 욕심도 이해되지 않고, 자신의 해석이 가져올 문제를 판단하지 못한 법원은 합리적일지 모르지만 교육적이지 않습니다. 정답이 보이는 시험지라는 출제 오류, 재시험도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학생 500명의 성적을 조작하는 것은 무모함을 넘어 상식에 대한 도전입니다. 오류 담당 교사가 학교 이사장의 아들이라는 장면에 고개를 끄덕거린다면 교육의 끝판이라는 뜻입니다.


주관식 답란의 경우, 샤프나 연필을 사용해 작성된 아이들의 답안은 답안지 근처의 누군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조작이 가능합니다. 지우개 하나면. 그러니 아이들은 검정 펜을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수정테이프를 사용한 답안은 그 수정의 이유와 시점을 알 수 없습니다. 시험 후 누군가에 의한 수정테이프를 사용한 답안 조작 부정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답안지에 수정테이프를 사용할 경우 아이의 부정행위로 간주됩니다. 

“감독관께서는 정기고사 유의사항에 대하여 안내하여 주십시오. 세 가지 주의사항을 강조하여 알려드립니다.” 누군가를 향한 주의사항입니다. 학생은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인쇄실 출입 대장 작성, 시험지 포장 시 담당 교과 선생님들만 포장, 동학교 학부모 교사 기피제, 교사 시감표 당일 고시, …. 


3


그러므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또 그 죄로 말미암아 죽음이 들어온 것과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죽음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게 되었습니다.(로마서 5,12 새번역)


그리스도교 ‘원죄’ 교리의 근거가 되는 『성서』 구절입니다. 이 교리는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Sanctus Aurelius Augustinus, 354~430)에 의해 정리되었습니다. 

‘모든 인간은 원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악한 모든 상황에 대한 해석입니다. 이 해석으로 오늘도 여전히 그리스도인에게 아우구스티누스는 불멸의 그러나 의문의 1승입니다. ‘예정’의 교리까지 가면, 합리적이지도 변화시킬 힘, 의지도 찾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자연사적으로 보면 자본주의적 경제는 영원할 것이다. 그것을 폐기하는 것은 윤리적인 개입이다.”(고진, 『윤리21』, 사회평론, 2002, 189쪽.)


‘교육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현재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간주하는 자본주의적 교육. 그대로 둘 것인가? 윤리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인가? 윤리적 개입은 수단으로 이해되는 교육의 목적을 재고하는 것이며 혁신의 실천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교사에 대한 불신이 만연합니다. 많은 부분 교육에 대한 불편함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모여 앉은 손사래가 ‘난 아니다’ 머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너 조용히 해’일 때 난감합니다. 정기고사 유의사항에 솔직해져야 합니다. 우리 말고 나, 그들 말고 나의 솔직함. 여기서 새로운 교육의 한 출발을 기대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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