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2022.07.30 12:55

70. 교육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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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교육 반란


1 이상

지난해 겨울부터 연구한 결과물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2022 개정 교양교과, 진로와 직업과, 보건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정영근 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2)입니다. 좀 길어 보이는 책 제목이 말하듯이 34명의 연구진이 11과목의 과목을 연구한 결과입니다. 교양교과 중 ‘삶과 종교’ 과목 연구진은 두 명인데 그중 1인으로 참여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디지털 전환, 기후환경 변화 및 학령인구 감소 등에 대응하여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함양하고 학습자 맟줌형 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미래 교육 비전의 정립과 수업 및 평가 개선을 포함하는 교육과정 체제 전환 필요”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 혁신 필요”, “학령인구 감소 및 학습자 성향 변화에 따른 맞춤형 교육 기반필요”, “새로운 교육환경 변화에 적합한 역량 함양 교육 필요”, “현장 수용성 높은 교육과정에 대한 요구 증대”라는 요청에서 출발했습니다(교육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발표』, 교육부, 2021, 1-2쪽).
이에 따라 고등학교 『종교학』 과목 역시 과목명을 『삶과 종교』로 바꾸고, “미래의 다종교 및 다문화 사회를 전망하여 학습자가 삶과 종교의 연관성과 그에 다른 교양 차원의 성찰적 안목과 태도를 배양할 수 있도록 개선을 도모”(정영근 외, 7-8쪽)라는 목적에 따라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시안을 만들었습니다.

『삶과 종교』의 교육과정 시안 개발을 위해 6개월 정도의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시안 작업을 마치고 드는 생각은 어째 탁상공론(卓上空論)에 탁상행정(卓上行政)입니다. 종교 교육의 이상과 종교 교육 현실이 필요한 게 아닌 듯 보였습니다. 모든 게 그들의 탁상(卓上)에서는 무의미였습니다. 그냥 전례를 따라, 절차와 과정을 통해 기계적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은…. 하지만 이 일로 먹고 살며 애쓰는 이들 힘 빼지 않으려 적당히 타협하고 끝냈습니다.

2 현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의 첫번째 의무는 산업 인재 공급”이라며 “교육부가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역할을 ‘산업용 인재 배출’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윤 대통령의 교육철학 부재가 확인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 김미나, “윤 대통령 “교육부 1번 의무는 산업인재 공급…경제부처 자각해야””, 
『한겨레』, 2022.06.8.,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46091.html.

다만 확실한 것은 우리 사회가 뒷짐 지고 있는 동안 ‘학벌사회로는 미래가 없다’라는 판단을 기업이 먼저 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런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대비하는 것 또한 미래세대에 대한 공동체의 의무다. 새 정부의 교육부 수장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교육감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현실이다. 질곡의 학벌사회, 바꾼 것은 아니지만 바뀌고 있다.
- 이오성, “어느 대학 나왔나요? 묻지 않는 세상이 온다”, 『시사IN』, 2022.6.17.,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683.

일면 학벌사회에 대한 비판이 기업으로부터 지적되고 있다는 말에 고무될 수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교육이 학벌사회를 조장하고 지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명문대 진학이 시대와 사회의 요구이며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기업이 이 학벌사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조금 다른 현실.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가 산업 인재 공급이라는 요구가 나타났습니다. 설사 그렇다 생각하더라도 누구도 말할 수 없었던 금기였습니다. 그래 어떤 이들은 “그래 어차피 아이들은 취업을 해야 하지.”하며 현실적 지적이라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래도 할 말이 있지. 교육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인간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무지다.” 뒷목을 잡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둘의 묘한 공통점은 있습니다. 하나는 사이다 발언처럼, 다른 하나는 무지처럼 들리지만 결국 교육 그리고 ‘산업에 적합한 아이들’이라는 조금 찝찝한 결론입니다.

3 기시감(旣視感)

프랑스라는 나라는 프랑스의 학교가 만들어낸 산물이며,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극히 학교 중심으로 굴러가는 나라에 살고 있으며 그곳에서 바칼로레아를 통과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과업으로 간주된다. 사회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사십여 년 전 이런저런 시험에서 낙방한 일들을 아직까지 입에 올리는가 하면, 그 실패가 자신의 인생과 경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떠벌리는 일이 허다하다. 프랑스 공화국의 학교는 150년 전부터 다른 모든 것과 차별화되는 이른바 국가가 관리하는 주체성의 한 유형을 빚어냈다. 기회균등의 조건 하에 경쟁과 그 안에서의 도태를 당연시하는 사람들 말이다.
- 보이지 않는 위원회, 『반란의 조짐』, 성귀수 옮김, 여름언덕, 2011, 29-30쪽.

2008년 11월 11일 프랑스 중부 타르낙의 산골 마을에 대테러진압 경찰부대가 들이닥쳐 20명을 연행, 그중 9명을 ‘테러 계획과 연관된 범죄조직’으로 지목했습니다. 프랑스 내무부장관 알리오 마리는 이들이 ‘극좌 아나키스트(무권력주의자) 자치조직’이자 『반란의 조짐』의 저자인 ‘보이지 않는 위원회’고 발표했고, 『반란의 조짐』은 “테러리즘의 매뉴얼”이라고 주장했습니다.(‘서문’, 보이지 않는 위원회, 7쪽.)

『반란의 조짐』이 두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위원회’가 생각하는 프랑스의 교육은 주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와 같이 지속되어야 할 프랑스 사회를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그리고 학교는 프랑스 사회에 자신을 팔아야 하는 매춘부를 양성해 내는 기관이라 합니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입니다.

4 반란

지극히 고립되고, 지극히 허약한 곳이 우리의 출발점이다. 반란의 모든 과정은 처음부터 새롭게 이룩되어야 한다. 지금 현재 반란보다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 무엇도 반란보다 더 절실하지는 않다.
(중략)
‘최초의 레지스탕스 전사’로 유명한 조르주 갱구앵Georges Guingouin 1913~2005도 1940년 당시 나치 점령에 대한 분명한 거부감 하나 품고서 모든 일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프랑스 공산당이 보기에 그저 ‘숲에 사는 미친 사람’에 불과했다. 그와 더불어 숲에 사는 미친 사람'이 2만여 명으로 늘어나, 급기야 리모주를 해방할 때까지 말이다.
- 보이지 않는 위원회, 96-98쪽.

다시 교육을 말할 때, 공허한 이상을 세우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현실을 더 공고히 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없습니다.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면 보다 교육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변화를 일으킬 작은 시도들을 시작해야 합니다.

미래를 향해 명확한 것을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때 예수를 호명하려 합니다. 모든 시대 혁명의 필요성과 과정에서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작은 예수는 누룩처럼 부활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위원회’의 선언을 받아, 하나님 나라를 향해 급기야 교육을 해방할 때까지 말입니다.

33  예수께서 또 다른 비유를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가루 서 말 속에 살짝 섞어 넣으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올랐다.”
- 마태복음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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