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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있나요?”를 물으며



1


“신(神)은 있나요?” 

질문이 가능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종교가 인류의 보편적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불교와 같이 신이 없다고 말하는 종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무 석가모니불’, 석가모니 부처의 가피(加被)를 구하며, ‘석가모니 부처에 귀의합니다,’의 신앙은 그것이 어떤 형태든 신적 존재의 필요는 분명해 보입니다. 인간은 유한합니다.

decartes.jpg

질문에 진지했던 철학자가 있습니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입니다. 프랑스 수학자, 철학자,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립니다. 그는 중세, 정답이 정해져 정답에 동의만 가능하던 시대, 시대와 다른 정답의 추구를 자신으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진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입니다. ‘내게 존재하는 모든 것을 생각(의심)했다. 모든 것을 생각(의심)한 후 최종적으로 남은 것은 생각(의심)하고 있는 나다.’


데카르트 사고의 특징이 있습니다. 수학자답게 더 이상 물을 수 없는 어떤 것을 정해 놓고 그것으로부터 하나하나 유추해 낸다는 것입니다. ‘공리로부터의 연역’입니다. ‘공리(公理)’의 영어 단어 axiom의 어원은 그리스어 ‘ἀξίωμα(악시오마)’로 ‘필수품’이라는 뜻입니다. 어떤 지식이 참된 것임을 알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근거는 근거를 필요로 하고 그 근거는 다시 근거를 필요로 합니다. 이런 끊임없는 근거에 대한 소급은 더 이상 근거를 찾기 어려운 명제에 다다르게 됩니다. 


“신은 있나요?”

데카르트의 물음은 ‘인간은 유한하고, 의심하고 있는 나는 의심할 수 없고, 이 의심하고 있는 나의 근거가 필요하다’에서 출발합니다. 그의 책 『성찰』(데카르트, 『성찰』, 『방법서설/성찰/철학의 원리』, 소두영 옮김, 동서문화사, 2016)입니다.


2


나는 늘 신(神)에 대한 문제와 영혼에 대한 문제, 이 두 가지는 신학보다도 오히려 철학에 의해 논중되어야 할 여러 문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처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인간의 영혼이 육체와 함께 멸망하는 것이 아니며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신앙으로 믿으면 되지만,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먼저 이 두 가지 일이 이성[理性]에 의해 증명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무릇 어떤 종교도, 그 어떤 도덕상의 덕(德)조차도 받아들이게 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성찰』, 85쪽.)


데카르트는 『성찰』의 시작입니다. 신의 존재는 일반적으로 신앙의 문제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의 존재를 믿음의 영역으로 남겨 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의 생각에 신의 존재 증명이 신앙이 아니라 이성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뿐 아니라 신의 존재가 이성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종교도 도덕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신의 존재를 논박하기 위해서 무신론자들이 언제나 들고나오는 모든 근거는 결국 언제나 인간적인 정념(情念)이 신에게도 있다고 왜곡하는 데에 있거나, 혹은 분수도 모르고 신이 할 수 있는 일 또는 해야 할 일을 감히 결정하고 이해하려고 할 만큼의 힘과 지혜가 우리 정신에도 있다고 자부하는 데 있다.(『성찰』, 92쪽.)


무신론자에 대한 데카르트의 비판은 신 존재 증명의 바탕입니다. 데카르트가 이해하는 신은 무한(無限)입니다. 그 무한인 신에게는 어떠한 유한(有限)도 있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인간적’이라는 표현이 가진 유한성을 신이 가질 수는 없습니다. 또한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인정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든 인간은 유한합니다. 인간의 속성인 유한성을 인정해야 무한의 필요를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돌이 지금 존재하기 시작하려면 그 돌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형상적으로나 우월적으로나 자기 속에 갖고 있는[즉 돌 속에 있는 것과 같은 것, 혹은 돌 속에 있는 것보다 뛰어난 다른 것을 자기 속에 포함하고 있는] 어떤 것에 의해서 생산되지 않으면 안 되고,(『성찰』, 121-122쪽)


왜냐하면 내 지식은 이제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는 데까지는 결코 이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은 현실적으로 무한하며, 그 [지고의] 완전성에는 무엇 하나 보탤 수 없다[고 할 만큼 고도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성찰』, 127쪽.)


신은 근본의 원인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지식은 무한히 증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는 데라는 것은 존재하며, 따라서 신은 무한하며, 완전으로 존재합니다. 데카르트의 신 존재 증명입니다. 


3


“그런데 문제는 신의 존재가 아니란다. 우리는 지금 데카르트처럼 끝없이 질문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까?”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신 존재 증명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데카르트는 지동설을 말한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와 동시대 인물입니다. 생각하는 주체로 인간을 세우기 위해 이성적 공리로서 무한한 신을 끌어들인 것은 불손합니다. 그리고 갈릴레이의 다름처럼 그의 물음과 증명은 종교적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성서로 충분했던 기존의 질서와 대립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저 『성찰』 빌릴 수 있어요?” 

얼마 전 도서관 리모델링, 데카르트가 빠진 자리에 예쁜(?) 책상들만 놓였습니다. 그 자리는 묻는 자리가 아니라 동의하는 자리입니다, 애석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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