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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남자의 갈빗대 여자’ 너머



1


안녕하세요. 우선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고 부탁드렸는데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궁금증 몇 가지를 질문드리니 답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즘 다시 코로나가 유행 중인데 건강 조심하세요!            - 13○기 임○○ 올림 -


학교 대표 번호, 행정실을 거쳐 교무실로 온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름을 듣고 한 번에 제자의 얼굴이 기억났으면 하는데, 아닙니다. 그랬다가는…. 망각은 신의 축복입니다, 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떠오른 학생입니다. 축복은 아니고 다행입니다. 돌아 돌아 어렵게 찾아온 아이의 이름을 물어야 하는 게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그간 잘 지냈는지. 건강은 어떤지. 군대는 다녀왔는지. 이제 나이가 되었으니 여자 친구는 있는지. 그리고 그놈의 기수 이야기(몇 년 졸업이라 해도 되는데, 아님 동기 중 유명했던(?) 아이 하나를 깍두기처럼 물고 들어오면 되는데. 꼭 기수). 그리고는 “그런데 저 하나 여쭤봐도 되나요?” 용건입니다.


“사실 제가 요즘 교회에 잘 나가지는 않는데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왜 하필 내게?’ 묻기 전에 이메일 주소를 알려 주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생인가 봅니다. 그리고 도착한 메일 속 인사와 함께 온 질문입니다.


Q1. 개신교 성경은 축자영감설을 채택하며 오류가 없다는 것이 교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창세기만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셨다고 쓰여 있습니다. 과학과 대립하는 모순은 신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요?

Q2. 크리스천으로서 진화론을 믿는 것은 죄가 될 수 있나요?


2


언어라는 보편에서 종교의 언어를 구별해 냅니다. 종교의 언어가 가진 특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주 하나님이 그 남자를 깊이 잠들게 하셨다. 그가 잠든 사이에, 주 하나님이 그 남자의 갈빗대 하나를 뽑고, 그 자리는 살로 메우셨다. 주 하나님이 남자에게서 뽑아 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여자를 남자에게로 데리고 오셨다. 그 때에 그 남자가 말하였다. "이제야 나타났구나, 이 사람! 뼈도 나의 뼈, 살도 나의 살,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고 부를 것이다. (창세기 2장 22-24)


남자와 여자에 관한 그리스도교 『구약성서』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설명은 그리스도교 고유의 것은 아닙니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Πλάτων)의 『향연』에도 유사한 장면이 나옵니다. 『향연』 속 아리스토파네스는 인간 본래에서 오늘까지의 모습을 이렇게 연설합니다. 인간은 원래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남녀양성 등 세 가지 성별로 구성된 몸이었습니다. 남성 태양, 여성 대지, 조상을 닮아 센 힘을 가진 인간들이 도도하며 신들과 다툼까지 일어나자 신 제우스는 그들을 한 사람씩 둘로 가릅니다.(플라톤, 『향연』, 『소크라테스의 변명/국가/향연』, 왕학수 옮김, 동서문화사, 2013, 546-548쪽.)


그리스도교 『성서』와 아리스토파네스 연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수사법(修辭法)은 모두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으며, 그 목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수사와 다른 해석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수사는 사건의 사실을 말합니다. 사실은 참과 거짓으로 나눌 수 있고 많은 경우 그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때로 어떤 수사법은 참과 거짓의 진실 확인이 핵심이기보다는 그 이야기의 진술 목적이 더 중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종교의 언어와 같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의미라면 아담의 갈빗대로 여성을 만든 이야기는 창세기 2장 18절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로 읽어야 합니다.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은 좋지 않다.’가 핵심입니다. 남성을 ‘돕는 베필’이 아닙니다.(사실 부부란 의미를 가진 ‘베필’이란 번역도 해석입니다. 히브리어 ‘עֵזֶר(에제르)’는 단순히 ‘돕는 자’라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파네스 연설입니다. ‘우리의 태고적 모습이 그러하였고, 우리가 그 때 온전한 것 존재였다는 점이 그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완전한 것에 대한 이 욕망과 추구에 사랑(에로스)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 것입니다.’(『향연』. 550쪽) 제우스 신이 구형으로 생겨 머리에 얼굴 둘 달린 인간을 삶은 계란을 머리카락으로 자르듯 잘라 둘이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상호 간의 에로스(사랑)라는 사건의 근원적 원인을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3


A1. 개신교의 교파 모두가 축자영감설을 채택했다고 말할 수는 없구나. 그리고 축자영감설은 성서를 읽는 한 해석의 방법일 뿐이란다. 창세기가 말하는 창조 이야기를 글자 그대로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니란다. 이런 방법으로 과학자들도 신앙이 가능하다.

A2. 첫 번째 질문과 유사하구나. 단지 진화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는 다를 수 있구나.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다는 것이 진화와 대립되는 것은 아니란다. 우리는 지금 역시 진화를 경험하고 있고. 창조의 이야기를 글자 그대로 믿지 않고도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가능하다. 죄인이라니.


답변이 조심스러운(?), 그래 충분한 설명은 아닙니다. 『성서』의 내용을 사실적 언어로 받아들일 경우,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남자인가요?” 창세기 1장 1절의 ‘하나님(אֱלהִים, elohim)’은 남성 명사이기 때문입니다. 신명기 11장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글자가 아니라 상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땅에 골짜기를 따라 젖과 꿀이 흐를 수는 없습니다.


대학 입시를 위해 고 3학년 학생생활기록부를 마감했습니다. 생기부의 매 쪽 하단에는 네모의 인영마크가 있습니다. 사실확인용입니다. 그런데 걱정이 있습니다. 생기부는 분명 사실에 바탕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사실에만 바탕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과거를 살아온 현재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만들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생기부의 가치는 그것이 과거의 사실을 담아서가 아니라 아이들 하나하나 미래의 지향이라는 목적 때문이어야 합니다. 여전히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는 과거 한 몇 시점의 기록된 사실만이 중요합니다. 


너머 읽기. 눈에 보암직스럽고 입에 먹음직스러운 것에 가치를 두는 오늘, 종교학 수업의 또 다른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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