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조회 수 2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61. 기후변화 재앙의 시대를 다루는 아이들


1

부재 중 전화가 있습니다. 수신번호 세 자리 숫자를 웅얼거리며, ‘가만있어 보자’, 안경을 쓰고 책상 유리 밑 코딱지만한 글씨로 인쇄된 교무실 교사배치표에 연필을 맞추어 한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어, 연구부장?’ ‘학생 중심의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수업’ 지도 교사 섭외입니다. 얼마 전 참여했던 연구부 프로젝트였는데 이를 실시하여 지도 교사를 모집한 모양입니다. 거의 차출 각입니다. 
아이들은 팀을 만들어 2015년 UN총회 의제인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 :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빈곤퇴치’, ‘기아종식’,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성평등’, ‘물과 위생’, ‘기후변화 대응’ 등 17개 목표에서 주제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도해야 할 팀은 ‘기후변화 대응’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이란 주제를 따라 아이들은 스스로 연구할 소주제로 ‘질병 확산’, ‘도시 농업’, ‘대중교통 개편’, ‘탄소 포집기술’, ‘생물 서식지 변화’, ‘탄소배출권 제도’, ‘생태전환 교육’, ‘육류 대체 식품’, ‘플라스틱’, ‘바이오에너지’ 등을 만들어, 팀별로 한 소주제에 대해 자기주도적 탐구 발표 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체육이 맛이 있나요?”
콩고기를 먹어 본 사람이라면 질문할 만합니다.
“저는 중학교 내내 급식에서 육류를 먹지 못했습니다.”
‘맞아. 그런 학교가 있었지.’ 이 학교는 종교적 이유로 육류를 금지합니다. 학생 생활기록부를 정말 잘 써 주는 학교로도 유명한데 여기서 드디어 만났습니다.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후재앙 앞에 ‘먹고’ ‘먹지 않고’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 급식 식단에는 매번 육류가 빠지지 않습니다. 자주, 이유는 ‘아이들은 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학생이 급식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면.

2

‘성서가 답이다.’ 외치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성서에서 직접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성서의 저자들이 살았던 시대는 인류가 만들어낸 ‘기후변화와 대응’을 이해할 수 없었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성서를 다시 펼치는 이유는 어떤 환경 속에든 반드시 거하는 인간, 그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역할을 들여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 성서 『창세기』는 세계의 창조에 대한 서로 다른 두 설화를 담고 있습니다. 창세기 1:1-2:3과 창세기 2:4-3:24입니다. 여기에는 세계를 향한 인간의 역할에 대한 신의 요구가 담겨 있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여라.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려라.”- 창세기 1:28

첫 번째 창조 설화가 말하는 인간의 역할입니다. ‘정복하다’. 히브리어 ‘רָדָה’(radah, 라다)의 번역입니다. 어원적 의미는 목자 왕의 다스림으로 ‘돌봄’, ‘보살핌’, ‘먹이를 줌’ 등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히브리어 ‘כָּבַשׁ’(kabash, 카바쉬)의 번역어 ‘다스리다’입니다. 이 ‘다스리다’를 그리스도교 신학적으로 이해하면 죽음을 통해 사랑을 이룬 예수의 삶을 통해 ‘섬기다’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주 하나님이 사람을 데려다가 에덴 동산에 두시고, 그 곳을 맡아서 돌보게 하셨다.” - 창세기 2:15
 
두 번째 설화입니다. ‘맡다’와 ‘돌보다’. ‘맡다’는 히브리어 ‘שָׁמַר’(shamar, 샤마르), ‘돌보다’는 ‘עָבַד’(abad, 아바드)입니다. 여기서 세계를 향한 ‘보호하다’, ‘섬기다’ 두 역할을 읽을 수 있습니다.

창세에 대한 두 설화를 통해 신으로부터 부여된 인간의 역할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이해는 ‘돌보다’, ‘섬기다’, ‘보호하다’입니다. 그리고 오늘 ‘기후변화 대응’ 앞, 인류의 선택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선언입니다.


3

그런데 이런 ‘기후변화 대응’에는 종교적 요청으로만은 대안이 되지 않습니다. 종교가 자리한 사회 때문입니다. 역시 자본주의입니다.

기후변화의 근본적 원인이 자본주의임은 명백합니다. 자본주의란 이윤의 축적이 최고의 목적입니다. 자본 축적의 경쟁이 자본주의를 움직이게 합니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생산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이유가 없습니다. 기후변화를 고려한 이윤의 축적은 애초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윤리 경영 선언은 마케팅일 뿐입니다. 

2017년과 2018년 인권단체는 맥북과 아이폰 부품 및 금속 프레임을 공급하는 대만계 업체 캐처 테크놀로지가 상하이 북서쪽 쑤저우-쑤첸 산업단지蘇州宿遷工業園区의 수로를 심하게 오염시켰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 회사가 “하얗고 거품이 많은 폐수를 공공 하수 시스템에 직접 방류”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산업재해는 환경 당국뿐 아니라 기업 또한 심각히 태만한 상태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더욱이 주요 구매사 중 하나인 애플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재니 챈, 마크 셀던, 푼 응아이, 『아이폰을 위해 죽다』, 정규식, 윤종석, 하남석, 홍명교 옮김 (나름북스, 2021), 226.

우리가 자리한 자본주의입니다. 기후재앙의 자본주의 사회, ‘애플’을 산다는 의미입니다. 

4

“당신들은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협상만 하고 있습니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캐나다 대학생 안잘리 아파두라이Anjali Apadurai가 각국 대표들에게 던진 경고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아이들은 기후재앙이라는 다가온 피할 수 없는 문제를 뒤로 미룰 여러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서 마태복음 8장,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삶으로 부르는 예수의 요청에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오길 원하는 제자처럼, 당장 진학이, 먹고 살아야 한다고.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를 바이오에너지로 모두 해결할 수 있나요?”
여기까지 질문에 대해선 대답이 준비되지 않았나 봅니다. 마이크는 건너 건너 세 명의 손을 거쳐 발표자에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무슨 대역죄인마냥 노트북 모니터에 여섯 개의 눈동자가 하나 둘 모일 때쯤, 다른 한 학생이 손을 듭니다.
“우리 동네는 수소발전소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발표자 집 앞에 수소발전소가 생겨도 좋습니까?”
“네.”
대답의 속도는 눈동자들을 모니터에서 해방시켰습니다. 그리고 수업을 시작하며 쓰기 시작한 학생 평가지. 반바닥을 넘어선 ‘기후변화 대응? 가능할까? 기후변화 재앙? 가능할까? ….’ 아래, 대답의 크기만한 ‘네.’ 글자를 썼습니다. 
?

  1. 67. 죽음에 관한 짧은 생각

    67. 죽음에 관한 짧은 생각 1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정반왕(淨飯王, Śuddhodana)’에게 아들을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인도 사회는 출신(Jati)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었습니다. 그 제도인 ‘바르나(Varna, 카스트)’에 따르면 그는 ‘무사 계급...
    Date2022.05.28 By좋은만남 Views8
    Read More
  2. 66. 중간고사

    중간고사 1 【4~5】 다음 글의 주제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각 2.7점] 5. 팔리, 인도어로, 메타mettā는 자애, 친절 또는 부드러움을 의미입니다. 불교의 가장 중요한 개념의 하나입니다. 불교는 이러한 태도(메타-바바나mettā bhāvanā로 알려진)를 기...
    Date2022.05.07 By좋은만남 Views21
    Read More
  3. 65. 누구냐 넌?

    65. 누구냐 넌? 1 “누구냐 넌?” 동그란 눈의 아이를 찾아 물었습니다. “네?” “누구냐고 넌?” 수업 시작과 동시에 던진 질문에 아이들의 웃음은 동글게 번집니다. “제 이름은...” “네 이름이 네 껀 아니잖아. 누구냐고 넌?” 다짜고짜 재미에 빠져 동그란 아이의...
    Date2022.04.09 By좋은만남 Views32
    Read More
  4. 64. 사랑해라. 그리고 해라, 원하는 것을!

    64. 사랑해라. 그리고 해라, 원하는 것을! 1 교실 뒷문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상과 나란히 포개어 있던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습니다. ‘화들짝.’ 그랬으면 좋겠는데 ‘화들짝’은 아니고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난 정도입니다. 딱 그 정도 표정으로 올...
    Date2022.03.19 By좋은만남 Views4
    Read More
  5. 63.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는 세 번 반복합니다

    63.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는 세 번 반복합니다 1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없음을 살다가 떠나는 한 몸의 길에 이렇게나 많은 괴로움과 떠남이 있었고, 안절부절못하며 살아보려 애를 쓴 하나의 삶이 있었다. 살아...
    Date2022.02.26 By좋은만남 Views72
    Read More
  6. 62. 『바가바드 기타』와 걷기

    62. 『바가바드 기타』와 걷기 1 인도의 정신적·정치적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1869~1948)는 『바가바드 기타』를 이렇게 추천합니다. “『기타』는 역사논문이 아니다. 그것은 사촌들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두 본성, ...
    Date2022.02.05 By좋은만남 Views5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