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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바가바드 기타』와 걷기


1

인도의 정신적·정치적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1869~1948)는 『바가바드 기타』를 이렇게 추천합니다.

“『기타』는 역사논문이 아니다. 그것은 사촌들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두 본성, 선과 악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을 서술하고 있다.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더 풍부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모든 세대에 걸쳐 『기타』의 중요한 언어들은 새롭고 더욱 깊은 의미를 사람들에게 전해 줄 것이다.”
- 『바가바드기타』, 간디 해설, 이현주 옮김(당대, 2006), 5쪽.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ītā). 산스크리트어로 ‘신의 노래’라는 뜻입니다. 기원전 2세기~기원후 5세기 또는 기원전 4~2·3세기경 사이 그 성립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기타』는 힌두교 경전 중 하나로, 인도의 아름다운 시문학 중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신의 은총 속에 있다.’ 『기타』의 선언은 충격적입니다. 당시 인도의 계급제도를 넘어서 종교적 구원의 길을 평등하게 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인도에서 『기타』는 평범한 이들의 암송으로 살아있는 경전입니다.

『기타』의 내용은 쿠루크세트라 전쟁입니다. 쿠루 왕국의 두 왕족인 카우라바 일족과 판다바 일족 사이의 전쟁입니다. 이때 아르주나 왕자는 형제 사이의 전쟁터에 놓인 자신의 운명에 고뇌하며, 자기 전차의 마부였던 크리슈나를 향해 질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크리슈나는 아르주나를 향해 숨김없이 충고합니다. “지금 여기서 작은 노력이라도 하라.”

“아르주나여, / … / 이 실천의 길 곧 요가 수행의 길에서는 / 어떤 노력도 결코 헛되지 않고 / 점점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간다. / 아주 작은 노력일지라도 / 그대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다.”(2:39~40, 『바가바드기타』, 정창영 역 (사단법인 올재, 2016). 본문은 이 책에서 인용.)

아르주나와 같이 선택의 딜레마를 살며, 길을 묻는 우리, 힌두교가 그 구원을 신(神)과의 합일에서 찾을 때, 『기타』는 그 길로서 ‘지혜의 길’(Jnana-marga), ‘행위의 길’(Karma-marga), ‘헌신의 길’(Bhkti-marga)을 제안합니다. 오늘은 『기타』를 따라 이 길을 걸어봅니다.

2

지혜의 길
“아르주나여, / 지혜를 닦는 것이 / 자기가 소유한 물질을 제물로 바치는 것보다 낫다. / 지혜와 깨달음이 모든 행위의 목표이기 때문이다.”(4:33)

“내가 제대로 걷고 있는 걸까?” 걷고 있는 길을 묻는 건 인간의 특권입니다. 그러나 왜 이 길이 내 길인지, 내 길이라면 참 길인지 묻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무슨 억지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걷고 있는 주어진 길에 대해, ‘물었다.’ 또는 ‘묻고 있다.’ 착각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때로 자신의 길에 대해 묻기보다 그 길이 옳다는 이유를 만들어 내기까지 합니다.
고통의 시작은 길 아닌 것에 대한 길이란 착각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길에 대해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물을 때, 그때 길이라 ‘생각했던 것’이 길이라 ‘생각되었던 것’으로 바뀌게 되고, 그것들을 떨쳐내고,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혜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행위의 길(Karma-marga)
“그대의 다르마는 / 그대가 하여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 행위의 결과는 그대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 행위의 결과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그것을 목적으로 행위 해서는 안 된다. / 또한 행위를 피해서도 안 된다.” (2:47)

‘다르마’(dharma)는 의무를 뜻합니다.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맞는 말입니다. 많은 경우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는 우리가 하는 행위에 앞서 결과에 대해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저러한 행위가 이러저러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의식은 오늘 행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됩니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합니다. 선택하지 않는 선택조차도 해야 합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실존의 당위입니다. 행위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달린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 행위의 열정에 의존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물을 것은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행위의 오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여기서 잘 하고 있는 거야.’ 다독여야 합니다.

헌신의 길(Bhakti-marga)
“아르주나여, / 어떤 환경 어떤 처지에 / 어떤 신분으로 태어났더라도 / 나에 귀의하는 사람은 / 이생에서 가장 높은 목표에 이를 것이다. / 바이샤나 심지어 수드라처럼 /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사람일지라도 / 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 하물며 덕 있는 왕족과 경건한 현자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9:32~35)

실존주의 철학이 인간 실존에 대해 분석해 낸 가장 큰 비관은 인간의 유한성입니다. 인간의 유한성은 우리의 긍정, 부정과 관계없이 우리 눈 바로 앞에 현존합니다. 그 현존이 인식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현존 너머만을 보려 하거나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인식되지 않는 것이 있지 않은 것이 아니듯 그것은 반드시 우리의 시간에 올라타 다가올 것입니다.
헌신의 길은 어쩌면 가장 안전한 길일지 모릅니다. 유한한 인간인 우리 실존 자체에 조건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헌신의 믿음뿐입니다. 어쩌면 주체적 인간의 측면에서 무책임해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유한한 실존임에도 우리는 매순간 길을 걸어야 합니다. 이것을 피할 수 없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합리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때 헌신의 길 바탕의 신을 향한 믿음은 우리의 걸음을 부축할 것입니다.

3

“바보야. 문제는 딜레마야.”
아이들이 웅성거립니다. 갑자기 ‘바보?’ 사실 ‘바보’보다는 ‘딜레마’(dilemma)입니다. 
딜레마는 그리스어 ‘둘’을 뜻하는 ‘δί’(di)와 ‘가지다’를 뜻하는 ‘λημμα’
(lemma)’의 합성어입니다. 아이들은 선택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선택의 경험이 없으니 선택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조금씩 선택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합니다. 때로 후회하고 또 넘어지겠지만. 

“『기타』를 읽는 이유란다. 물으며, 행위하며, 믿으며 살아가기. 남의 인생이 아니잖아. 네 인생이잖아.”
수업 후 자주 드는 생각이지만 아이들을 향한 요청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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