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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는  세 번 반복합니다


1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없음을 살다가 떠나는 한 몸의 길에 이렇게나 많은 괴로움과 떠남이 있었고, 안절부절못하며 살아보려 애를 쓴 하나의 삶이 있었다. 살아보지 못한 어린 생을 거두는 이모의 의식은 단 한 번의 이별을 위해 어제가 있고, 어제의 어제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몰랐던 시간과 사람들을 불러내는 일이었다. 이 모든 것이 한 사람을 보내기 위한 의식이라는 걸 알았으나, 왜 이별은 멀리 달아나려고만 했는지, 왜 그 두 마디를 뱉어낼 수 없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날을 위해 반야심경을 외운 것처럼 화장장으로 향하는 버스에서도 어릴 때 각인된 기도문이 내 안에서 반복되었다.
- 하명희, 「십일월이 오면」, 강영숙 외 『여덟 편의 안부 인사』 (도서출판 강, 2021), 37쪽.

문학이 다룬 종교의 한 주제, ‘죽음’입니다. 소설에서 작가는 어머니 죽음의 과정에서 어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만나며 어머니를 이해합니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이별 의식을 불교의 『반야심경』의 마지막 진언,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에서 찾습니다.

『반야심경』은 석가모니의 공, 연기 등 핵심 종교 사상이 담겨 있는 불교의 핵심 경전입니다. 소설이 인용한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는 『반야심경』의 마지막 반복 구절입니다. 이 구절은 진언(眞言)이라 하여 일반적으로 번역하지 않는데, ‘가세 가세 피안의 세계로 가세. 피안의 세계에 완전히 도달하세. 깨달음이여! 행복이 있으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정성본, 『반야심경』 (한국선문화연구원, 2007), 170쪽.)
여기서 ‘피안’은 종교학적으로 중요한 단어입니다. 피안은 글자 그대로는 ‘저쪽(彼) 언덕(岸)’으로 ‘깨달음의 세계’, ‘붓다의 세계’, ‘평안의 세계’를 뜻하며, 이 ‘피안의 세계로 가세.’를 통해 불교의 구원관을 살필 수 있습니다.

2

[47] 감리교의 신앙전통은 기독교의 참된 구원의 진리와 성서적 경건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성서적인 구원의 길을 살아가는 것이며, 믿음과 사랑을 통해 성화와 완전으로 나아가는 실천적 제자의 도리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웨슬리는 구원이 하나님의 선행적 은혜, 칭의, 성화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으며, 충만하고 온전한 구원은 타락한 인간성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의 창조와 새 창조의 경륜은 개인적 성화, 사회적 성화, 그리고 창조의 완성을 포함한다.
-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리와 장정』 (2019).

개신교 감리회가 교리로 제시한 구원의 특징은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전제에서 시작해, 구원은 타락한 인간성을 새롭게 하는 것이며, 이러한 새 창조는 개인적 성화, 사회적 성화, 그리고 창조의 완성을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감리회 하나의 예를 들었지만, 여러 종교가 말하는 ‘구원’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현재 삶에 대한 전제와 미래에의 지향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초자연적인 존재나 힘 또는 자기의 정진·노력에 의해서 생리적인 병이나 심리적인 고통에서 탈각하는 것으로 그 결과 정신적인 지복감이나 신비적인 법열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 “구원”, 『종교학대사전』 (한국사전연구사, 1998).
『종교학대사전』의 정의입니다.

모든 종교를 열거할 수는 없지만, 종교 구원론으로 불교의 ‘피안’이나 그리스도교의 ‘구원’은 모두 구원되어야 할 만큼 삶이 고통스럽다는 것이며, 이 고통은 종교적 노력 또는 종교적 태도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신도에게 제시합니다.

그러나 감리회의 고백과 『종교학대사전』의 정의가 가진 한계는 구원이 가진 사회구조적 측면을 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경험하고 있는 고통은 나열하고 있으나 그 고통의 원인을 개인의 품성으로 돌려, 고통의 실재가 구조적 측면임을 은폐하거나 그 분석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근원적 구원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여러 종교 내부에서 끊임없이 논쟁 되는데, 종교의 정치적 성격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3

“그럼 선생님에게 구원이 어떤 것이에요?”
여기서부터 다른 ‘구원’을 설명해야 합니다. 적당히 객관적인 종교적 정의만 나열했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아이의 질문이었으면 또 그리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교가 말한 교리를 반복하거나 심화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또는 종교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아이의 질문이었다면 다른 종교의 구원에 대해 설명하고는 것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조금 다릅니다. 잇따른 질문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구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아이의 질문은 교사를 두렵게 합니다. 때론 답이 없어 두렵고 더 많은 때는 공격에 대한 자기검열적 두려움입니다. 학교는 다름을 논의하는 곳이 아니라 취사선택된 옳음이 선언되고 선전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들의 사회적 유토피아의 실천적인 실현, 즉 고립된 팔랑스테르의 창설, 홈-콜로니를 설립하고, 작은 이카리아-새 예루살렘의 축소판-의 건설을 꿈꾼다. 이 모든 공중누각을 건설하기 위하여 그들은 부르주아의 마음과 지갑의 박애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차츰 그들은 앞서 말한 반동적 또는 보수적 사회주의와 같은 부류로 빠져든다.
- 카를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 카를 마르크스, 
『경제학.철학초고/초역 자본론/공산당선언/철학의 빈곤』, 김문현 엮음 (동서문화사, 2018), 358쪽.

종교의 구원과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사회를 꿈꾼 카를 마르크스의 종교 구원론 비판입니다. 그의 비판을 그대로 수용하면서도 다시 찾고 싶은 그리스도교 성서에서 만나는 구원의 세계입니다.

32  많은 신도가 다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서,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33  사도들은 큰 능력으로 주 예수의 부활을 증언하였고, 사람들은 모두 큰 은혜를 받았다.
34  그들 가운데는 가난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땅이나 집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팔아서, 그 판 돈을 가져다가
35  사도들의 발 앞에 놓았고, 사도들은 각 사람에게 필요에 따라 나누어주었다.
- 사도행전 4:32-35

4

창밖에는 잠시 그쳤던 눈이 내리고 있었다. 다시 십일월이 오면 말할 수 있을까. 엄마, 안녕이라고 입안에 가두어둔 말을 꺼낼 수 있을까. 엄마 가시는 날 내린 새벽의 눈이 내년에도 찾아올까. 그때가 되면 울음을 낳을 수 있을까. 괴로움 없이, 마음에 걸림이 없이, 두려움도 없이, 두려움 없이.  - 하명희, 38쪽.

작가의 『십일월이 오면』은 자본주의 사회, 아픈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전작들, 택배 청년의 하루를 따라 담은 『꽃 땀』, 고공 크레인에 오르는 노동자의 고단함을 그린 『불편한 온도』 등과 함께 피안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어떤 선언처럼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를 기도합니다. 함께 피안으로 가자고 합니다.

종교의 편을 들어야겠습니다. 종교의 구원에 대한 비판이 가진 논리적 구조를 종교에게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는 우리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원의 필요를 이해하며, 구원을 위해 걷던 그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종교가 끊임없이 구원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동기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는 정치범인가요?”
“그렇단다. ‘바라승아제’.” 
적어도 그가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고 이루길 원했다면 그 삶으로의 전환, 구원을 말했다면. ‘바라승아제(피안의 세계로 가세)’ 함께 가야 하고 끊임없이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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