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2022.04.09 13:57

65. 누구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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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누구냐 넌?


1

“누구냐 넌?”
동그란 눈의 아이를 찾아 물었습니다.
“네?”
“누구냐고 넌?”
수업 시작과 동시에 던진 질문에 아이들의 웃음은 동글게 번집니다.  
“제 이름은...”
“네 이름이 네 껀 아니잖아. 누구냐고 넌?”
다짜고짜 재미에 빠져 동그란 아이의 눈이 세모가 될 때까지 몰아붙일 심산입니다.
“생각해 볼게요.”
‘역시 동그란 눈의 아이야.’ 내심 뿌듯한 선택입니다.

종교학의 주제는? 이렇게 질문하면 신(神), 공동체, 경전, 의례 등의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신의 있고 없음에 조금 다른 의견이 가능하지만, 신, 공동체, 경전, 의례 등은 일반적으로 종교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차원의 연구를 통해 특정 종교를 선명하게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입니다. ‘누구냐 넌?’
이 질문이 가능한 이유가 있습니다. 종교는 ‘종교하는 이’에 의해 이뤄진다는 기본적인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신이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종교하는 이’ 없는 종교는 불가능합니다. 그래 종교학에서 우선 물어져야 할 주제입니다. ‘나’.

2
heidegger.jpg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 독일의 철학자입니다. 종교학은 하이데거를 통해 ‘종교하는 이’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먼저 하이데거 인간 이해를 위한 세 개념입니다.
첫째, 존재자(독일어 seiendes, 영어 is-ness)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존재는 존재자입니다. 만년필, 책, 인간, 산세베리아. 존재자는 있는 모든 것을 뜻합니다. 둘째는 존재(sein, be)입니다. 이제 존재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존재합니다. 산세베리아가 꽃대 오른지 이틀만에 두 송이 피었습니다. 존재자는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따라 존재자의 성격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현존재(dasein)입니다. 존재자 중 인간은 특별히 현존재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존재자로서 현존재입니다. 다른 여타의 존재자들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묻지 않는 반면에 존재자 인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묻는 현존재라는 것입니다. 산세베리아는 스스로 ‘왜 피었니?’라고 묻지 않지만, 인간은 ‘왜 사니?’ 질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종교학이 다루는 인간 이해를 위한 현존재의 성격입니다.

사실성(facticity)
‘누구냐 넌?’이란 질문이 자신이 있음에 집중할 때, 우리는 이 세계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세계 내에 있다는 것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어느 누구도 이 세계 내에 있을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우연히 이 세계 안으로 던져졌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존재의 분명한 사실입니다.

전락성(fallness)
그리고 현존재들은 익명, 이름 없음으로 세계 내에 있습니다. 그저 자신이 아닌 그들의 하나로 자신의 있음의 가치 또는 의미에 대해 묻고 살지 않습니다. 존재하는 존재자, 사물처럼, 돌처럼, 책상처럼, 벽처럼 자리만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떨어진 상태, 전락성입니다.

실존성(existenality)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물을 수 있습니다. ‘누구냐 넌?’ 이런 질문은 원하지 않게 세계 내에 있게 되었다는 사실성, 그저 있을 뿐이라는 전락성을 넘어(초월해가 좋겠습니다) 스스로를 살게 합니다. ‘누구냐 넌?’이라는 질문에 답하려는, 답하는 지금 여기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실존성입니다.

3

세계 내 있음을 발견하고 전락한 상태를 인정하고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아내는 것, 종교의 인간상입니다. 실존주의에는 신의 있고 없음에 따라 하이데거와 같은 무신론적 실존주의자가 있는 반면에 그의 철학 동료,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와 같은 유신론적 실존주의자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종교 역시도 불교와 같이 구원에 있어 스스로가 강조되는 자력(自力) 종교, 동시에 그리스도교와 같이 구원의 주체, 절대자를 필요로 하는 타력(他力) 종교도 있습니다. 철학이나 종교나, 그 인간상의 추구가 녹녹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른 나와 세상을 꿈꾸고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모두의 정답은 아니어도 “누구냐 넌?” 물음 앞에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대답입니다.
그리고 하이데거의 낭만(?) 앞에 나약함.
“아는 것과 사는 것, 의지(will)하는 것과 가능(can)한 것. 정말 쉽지 않구나.” 
작은 한숨을 분필에 묻혀 옮겼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원칙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현실속에서 실현해 내는 것이다.” - 레닌,
큰 꿈을 꾼, 큰 따옴표 밖은 때때로 두렵습니다.

내가 아직 하지 못한 이유들이 아이들이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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