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2021.09.04 17:13

56. 니체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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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니체 말하기

1

종교학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사람과 내용이 있습니다. 루돌프 옷토, 『성스러움의 의미』. 옷토는 “어떤 것을 ‘성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인정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종교적 영역에서만 일어나는 하나의 고유한 가치평가의 행위”라고 합니다. 미르체아 엘리아데, 『성과 속』. 종교경험은 일상성과 구별되는 성스러움을 경험하는 일이라 합니다. 에밀 뒤르켐,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 개인을 형성하는 사회의 역할과 중요성, 그리고 그 사회의 구성에서 종교의 역할입니다. 
그리스도교적 해석은 아니지만 삶을 살아가는 것에는 도움이 됩니다. 셋을 함께 말하는 것은 좀 위험하지만, 어떤 것 속에서 성스러움을 발견할 수 있고 어떤 것에 성스러움을 부여할 수 있고, 그 성스러움이 인정되는 사회, 성스러움을 사는 인간, 종교학의 주요 주제입니다. 좀 낭만적이지만 괜찮다 싶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다뤄야 하는데 좀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습니다. 먼저, 칼 마르크스입니다.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모두가 합을 맞추어 말합니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게다가 “종교는 만행의 가장 높은 형식의 사고”라 합니다. 그리고 종교인들은 분노합니다. 
하지만 분노하기 전에 돌아보아야 합니다. 마르크스의 비판은 종교의 실정에 대한 비판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만나는 실정 종교은 사람들에게 ‘아편’이었으며, ‘만행’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종교학이 사회 속 존재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면 힘들지만 마르크스의 실정 종교 해석은 중요한 종교학 방법론입니다.

2

“신이 어디로 갔느냐고? 너희에게 그것을 말해주겠노라! 우리가 신을 죽였다 - 너희들과 내가! 우리 모두가 신을 죽인 살인자다!”
- F. W. 프리드리히 니체, 『즐거운 학문 메시나에서의 전원시 유고(1881년 봄-1882년 여름)』, 안성찬 홍사현 옮김 (책세상, 2005), 200.

“‘신은 죽었다.’ 아닌가요?” ‘학습에 앞서’ 니체의 인용을 본 아이입니다. 철학 좀 보았다 하는 아이들이 알고 있는 니체의 단편인데 이 명제로 도전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니체의 그리스도교입니다.

“나는 그리스도교를 인류의 단 하나의 영원한 오점이라고 부른다.”
- F. W. 니체, 『안티크리스트』, 박찬국 옮김 (아카넷, 2013), 168.

피하고 피하다 마르크스를 말하고 돌고 돌다가 니체입니다. 불편하지만 종교학을 하며 니체는 피해 돌아갈 수 없는 철학자입니다. 마르크스가 사회적 실체로서 실정 종교에 대한 비판이 종교 이해에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니체가 바라보는 종교 비판 역시 종교학에 있어 중요합니다.

3
Nietzsche.jpg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는 철학자입니다. 그의 철학에서 종교학적 주제는 ‘주체성(Subjectivity)’입니다. 인간의 종교적 행위에 있어 주체성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종교적 예식(예배, 예불 등)은 여러 가지로 구성이 됩니다. 시간이 있고 장소가 있고 경전 등이 있습니다. 예식를 행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번 예식의 진정한 의미라 물으면, 이 예식을 행하는 사람의 행위는 능동적이어야 하며 반드시 주체적이어야 합니다. 수동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미 예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식뿐만 아니라 종교적 실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적 선의 실천이 주체적이지 않다면 무엇인가에 의한 수동적 실천이라면 이미 그 자체로 종교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실천의 결과적 가치만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주체성과 관련한 니체의 그리스도교 비판입니다. 니체는 그리스도교의 출발을 바울로 봅니다. 그는 그리스도교의 도덕과 교리가 예수의 것과 관계가 없다고 말합니다. 바울은 로마제국 피식민지의 시민이며 유대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의 12제자도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그는 높은 것, 힘 있는 것, 긍정하는 것 등 모든 귀족적인 것들에 대한 원한과 복수의 감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니체는 바울의 이러한 원한과 복수의 감정으로 만든 것이 그리스도교의 윤리라고 합니다. 이러한 원한으로의 그리스도교 윤리는 약한 것, 부족한 것, 병든 것, 비주체적인 것 등을 강조합니다. 

다시 ‘왜’를 봅니다. 왜, 강한 것, 가득한 것, 건강한 것, 주체적인 것을 부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4

이제 그리스도교의 분노가 남았습니다. 니체가 신을 죽이고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니체는 그리스도교의 금기어입니다.
하지만 니체는 조금 억울합니다. 마르크스와 마찬가지로 니체가 보고 있는 그리스도교는 그리스도교 스스로가 아니라고 하는 것과 관계없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가 생각하는 게 그가 아니라 그가 사는 게 그입니다. 존재했던, 존재하는 실정적 그리스도교는 니체의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분명히 그 윤리와 교리는 많은 부분 예수와 달리 종교적 주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노예처럼 수동적이라는 행위로서 결과에 무책임하기까지 합니다.
종교학의 실천적 목적은 종교가 그렇듯이 주체적 삶입니다. 인간의 종교적 실천이라는 종교현상 속에서 주체적 삶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밝히는 것, 가능하다며 그 삶까지 걷게 하는 것을 바랍니다.

수업을 마치며 좀 더 비장하고 싶습니다.

박선생 : 니체는 마차를 끌기 위해 메인 말을 안고 울었단다. 그 비주체적 삶에 비탄한 거지. 오늘 우리는 어떨까? 자본주의의 노예들아! 니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니?
(칠판을 향해 걷는 박선생 걸음을 따라 아이들의 눈빛이 하나하나 걸린다.) 
박선생 : 니체의 ‘영원회귀’. 지금 우리의 삶이 그대로 반복되어도 좋은지 묻자.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주인이 되어, 영원히 반복되어도 될 삶을 살자.
             (천천히 돌아서 한 학생의 눈을 본다.)
아   이 : 4교시 종 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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