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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의목적, 다름을 받아들이고 맞닥뜨리기


1

“이제 주술을 좀 이해하겠니?”
종교학 이론을 배우는 참입니다. 주제는 ‘주술 magic’입니다.

“선생님. 젊은이가 머리 안 감아요?”
‘젊은이’는 아이의 별명입니다. 독일에서 살다 온 아이, 아이에게 살짝 물었는데 괜찮다고 해서 ‘Germany, 젊은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뭐 가끔은 ‘German, 게르만’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 젊은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나 봅니다.
“젊은이는 시험 기간이 되면 머리를 감지 않는대요.”
다른 아이가 말을 보탭니다.
“머리를 감으면 공부한 것이 물이 씻겨 나간다고.”
“하하. 맞다. 또 다른 이야기 있을까?”
어떨 땐 수업의 내용 구성에 문제가 있었던 건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오늘 수업 주제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나 봅니다. 다른 한 아이입니다.
“목사님의 손을 잡고 기도하는 것도 주술 아닌가요?”
“음. 조금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개신교 교회를 다니던 아이로 기억하는데. 아이들이 말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목사님의 손을 하나님의 손이라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개신교에서 부담스러운 질문이지만 사실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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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저(Sir James George Frazer). 1854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1941년 작고한 영국의 인류학자, 고전학자, 민속학자입니다. 종교학에서는 특히 그가 쓴 『황금가지』에 집중합니다. 『황금가지』는 1936년 보충편 1권을 포함하여 모두 13권에 이르는 방대한 책입니다. 그리고 주요 개념인 ‘주술 magic’입니다. 
주술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초자연적 방법으로 의도하는 현상을 일으키려는 행위신앙, 관념 체계의 총칭”(‘주술’, 『종교학대사전』)입니다. 프레이저는 주술의 기반에 있는 원리를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하나는 ‘유사(類似)는 유사를 낳는다’, 또는 ‘결과는 그 원인을 닮는다’는 ‘유사법칙 Law of Similarity’, 다른 하나는 ‘한 번 서로 접촉한 것은 실제로 그 접촉이 끝난 후 멀리 떨어져서도 여전히 상호 작용을 계속한다’는 ‘감염법칙 Law of Contagion’입니다. 이 원리로 주술이 행해집니다.
프레이저는 주술을 설명하며, 이 주술을 종교, 과학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해하는 종교란 자연의 운행과 인간의 삶을 명령하고 조절하여 초인간적인 갖가지 힘을 조정하고 화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규정하면 종교는 이론적인 것과 실천적인 것, 즉 초인간적인 힘에 대한 신앙과 그 힘을 달래거나 기쁘게 하려는 시도이다.(중략)
따라서 설득으로 자신의 목적을 바꿀 수 있는 의식적인 능동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생각하면, 종교는 인격적 존재의 감정에 의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작용하는 불변의 법칙 작용에 의해서 자연의 운행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주술과 과학에 본질적으로 대립한다. 그런데 이 전제는 사실상 주술의 경우엔 암시적이나 과학에서는 명백하다.
- J. G. 프레이저, 『황금가지』, 신상웅 옮김 (동서문화사, 2007), 89-91.

프레이저에 따르면 종교는 ‘자신의 목적을 바꿀 수 있는 의식적인 능동자’를 믿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주술과 과학은 ‘기계적으로 작용하는 불변의 법칙 작용에 의해서 자연의 운행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차이는 주술이 암시적이라면 과학은 명백하다는 점입니다.

3

“황금가지를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단다. 왜 우리는 언제든 어디서든 주술을 만나야 할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왜 우리는 머리를 감지 않고, 왜 목사님의 손을 잡으려 할까? 조금 더 가 볼까? 우리는 왜 종교 생활을 하며, 왜 과학을 신봉할까?”

독일 철학자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는 그의 책 『철학 II』에서 삶의 ‘한계상황’을 설명합니다. 

“내가 항상 상황 내에 존재한다는 사실, 나는 투쟁이나 고통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 나는 불가피하게 부채를 안고 있다는 사실, 나는 죽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 이러한 사실을 나는 한계상황限界狀況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가 지적하는 인간의 피할 수 없는 한계 상황은 ‘죽음 Tod’, ‘고통 Leiden’, ‘투쟁 Kampf’, ‘죄책 Schuld’입니다. 그를 따르면, 결국 우리는 한계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며, 또한 산다는 것은 이 한계상황과 어떤 주체적 관계를 맺는가입니다.

그리고 종교, 주술, 과학입니다. 우리가 야스퍼스가 말한 삶의 ‘한계상황’을 이해한다면 종교, 주술, 과학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그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이었고 투쟁이며 투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종교학을 하며 중요한 것은 ‘과학’과 ‘이성’이 아닙니다. 그것을 기준으로 한 미신과 비과학의 평가절하는 종교학의 결론이 아닙니다. 종교학의 논의는 우리의 삶 속에서 계속되어온 그것들은 우리 삶을 극복하기 위한 능동적 노력에 관심합니다.
여기에 종교학의 목적이 있습니다. 종교학의 목적은 낮고 높음을 합리와 비합리를 재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종교 현상으로 그것들을 인정하고 그것이 가진 의미를 발견하고 이해하려는 시도입니다.

“우리가 전체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다름을 폄하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것,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역시 우리의 ‘알 수 없음’, ‘할 수 없음’에 손 놓지 않고 발버둥 치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종교학을 공부하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오늘 우리는 극복해야 할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한, 또한 다름이 수용되어야 할 더 큰 위협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육은 눈앞의 것에만 집중해 그것을 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맞닥뜨리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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