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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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학교에 다니고 싶을 수는 없을까



1


“일반적으로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행사하는 독특한 행동을 통해 사회는 사람들의 정신 속에 신성에 대한 감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왜나하면 사회와 그 구성원의 관계는 신과 그 신도들의 관계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 에밀 뒤르켐,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 

민혜숙·노치준 옮김 (한길사, 2020), 447.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은 거룩함과 속됨, 지식, 사상까지도 종교적 의례와 관계가 있다고 한단다. 종교적 의례를 통해 강화된다고 보는 거지. 예를 들어 볼까. 거룩함, sacred와 속됨 profane. 원래 어떤 것이 거룩하거나 속된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종교의 의례에 의해 구별되었다는 거지. 뒤르켐이 보기에 사회는 거의 신이란다.”


“와. 얏호.”

복도. 소란스럽습니다. 몇 무리의 아이들이 교실을 지나쳐 가는데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닙니다. 아이들의 눈동자는 이미 칠판을 벗어나 복도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리의 몇 아이들이 복도창을 넘어 교실을 넘보기까지.

“똑, 똑, 똑.”

“선생님 잠깐만.”

담임선생님의 갑작스런 방문입니다. 그리고

“2학년에 코로나 확진 학생이 나와서요.”

“네?”

“2학년 학생 모두 귀가해 진단 검사를 받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해서요.”

담임선생님과의 짧은 대화를 들은 한 아이, 마스크를 하늘로 던지며.

“와. 얏호.”

“조용히 안 해.”

담임선생님의 목청이 아이를 향해 터졌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환호성과 함께 코로나19 2학년 등교정지가 시작되었습니다.


2


『가고 싶은 학교』. 전라북도교육청에서 발간하는 전북교육뉴스입니다. 그런데 좀 씁쓸한 건 뉴스지의 제목입니다. ‘가고 싶은 학교’ 좋은 말 같은데 ‘가고 싶은 학교’라고 학교를 정의한다면 혹시 학교가 가기 싫은 곳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가기 싫은 학교이니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뭐 이 정도.


경북과 광주, 대전 등의 초.중.고교에서 `아폴로 눈병'으로 불리는 급성 유행성 결막염으로 인해 휴교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서울 일부지역 학교에서도 집단감염된 학생들이 발견되는 등 눈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31일 서울시교육청과 각급 학교에 따르면 강서구 신월2동 소재 신강초등학교는 이날 2학년 학생 30여명이 아폴로 눈병에 감염된 것을 확인, 모두 집으로 돌아가도록 조치했다.

- 김지훈, "서울 학교도 아폴로눈병 확산" 연합뉴스, 2002년 8월 31일 수정, 2021년 11월 6일 접속, https://www.yna.co.kr/view/AKR20020831003500004.


아폴로 눈병의 학교 방문에 선생님과 학부모는 적잖이 당황하지만 아이들은 좀 달랐습니다. 이제나저제나 학교 빠질 궁리를 하던 차 기쁜 소식입니다. 한 아이가 눈병에 걸리면 그 아이의 손을 잡으려 줄을 서고 또 아이의 눈곱까지 인기를 얻습니다. 그리고는 집단감염. 아이들은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갑니다. 


얼마 전 들은 이야기, 한 학생이 교무실 담임을 찾아 열이 있어 집에 가야겠다고 합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아이의 귀에 손을 대니 좀 따땃합니다. 그래 귀체온계를 가져댔습니다.

“58도?”

집에 가고 싶어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했다 실토했습니다.


3


현재로서는 교육의 주제에 관하여 의견이 나뉘어 있다. … 또한 교육이 사물의 이해를 중심으로 해야 하는가, 아니면 도덕적 성품 계발을 중심으로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서도 의견이 뚜렷하지 않다. 또한 교육의 주제가 실생활에 쓸모있는 것이어야 하는가, 선을 이룩하는 것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지식 영역을 넓히는 것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해결의 도움도 주지 못한다.

-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니코마코스 윤리학/정치학/시학』, 

손명현 옮김 (동서문화사, 2014), 527.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 당시도 교육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오늘 우리 학교도 결론을 내리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2021년 비정규직 월급 평균이 177만원이고 아이들은 입시지옥을 초등학교 때부터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속, 다니고 싶은 학교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학교를 사회와 떨구어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청소년 교육에 대한 요청을 다시 듣게 됩니다.


시민은 언제나 자국의 정치질서에 알맞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어떤 정치질서에 알맞은 시민의 정치적 성격은 처음 그 정치질서를 창출해낸 힘이며, 동시에 그것을 유지시켜 주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 두 번째로, 모든 정치적 성격의 능력이나 기술은 그것을 행사하기까지 어느 정도 예비훈련과 습관을 쌓아야 한다.

-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526.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야 합니다. 학교는 입시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사회를 배워야 하며, 사회의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건전한 시민으로 구성된 건전한 사회가 되지 않는다면 학교는 계속 다니기 싫은 곳일 것입니다.


“와. 얏호.”

다니고 싶은 학교의 외침이 될 수 없을까? 또 한동안 아이들을 모니터로 만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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