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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종교에 대한 궁금증, 홉스형과의 대화

1

테스형 / 나훈아 노래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여든을 바라보는 가수 나훈아의 관조는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호출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종교에 대한 질문, 비판입니다. 생각하다가 홉스입니다.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 잉글랜드 왕국의 정치철학자, 최초의 민주적 사회계약론자입니다. 『리바이어던』, 서구 근대정치철학의 토대가 된 그의 책입니다. 
홉스 형은 아이의 종교에 관한 궁금과 비판에 대답해 주려 합니다. 그는 『리바이어던』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존경하는 벗이여.”

2

아이: 왜 종교는 이렇게 많아요?
홉스 형: 종교의 전파를 살펴보면, 종교가 다양한 분파로 나뉘어 그 최초의 씨앗과 여러 원리로 귀착하는 원인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원리는 신성과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 힘에 대한 하나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본성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거니와, 사람들의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좋은 평판을 얻게 된 사람들에 의해 계속해서 새 종교가 싹트고 자라난다.
-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 최진원 옮김 (동서문화사, 2021), 123.

아이: 자꾸 믿으라고 해서 불편해요.
홉스 형: 창시자의 무지가 드러나면 그가 초자연적 계시에 따른 것이라고 내세운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불신을 품게 된다. 인간은 자연적 이성을 초월한 대부분의 것들에 관하여는 초자연적 계시를 받아들이지만, 자연적 이성에 어긋나는 일에 대하여는 계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 토마스 홉스, 123.

아이: 자기가 말하는 것과 다르게 살잖아요.”
홉스 형: 다른 사람에게는 믿으라고 요구하는 일을 정작 그들 자신은 믿지 않는 듯한 언동을 하면 성실하다는 평판을 잃는다. 따라서 그런 언동들은 모두 걸림돌이 된다. 부정·잔인·모독·탐욕·사치처럼 종교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걸고넘어지는 방해물이기 때문이다. 자기는 평소 그런 행동을 예사로 하면서, 다른 사람이 그보다 덜한 잘못을 해도 보이지 않는 위대한 힘의 처벌을 받는다고 주장하면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 토마스 홉스, 123.
아이: 신을 믿어야 하는 증거를 보여 주세요.
홉스 형: ‘하나님으로부터의 소명(divine calling)’을 제시할 수 있는 증거는 기적이나 참된 예언(이것도 기적이다), 과분한 행복 외에는 있을 수 없다.(중략) 지각 있는 사람들은 자연적인 일들에 대해 자연적 징표나 증거를 요구하듯이, 초자연적 일들에 대해서도 내면적으로 동의하기 전에 초자연적 징표(기적)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 토마스 홉스, 123.

아이: 종교는 왜 타락하나요?
홉스 형: 또한 개인적 미사의 헌금과 연옥에서의 팁이 누구 주머니로 들어가는지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것들은 개인적 이해(利害, 이익과 손해. 저자 주)의 표시임과 동시에 정치가나 관습이 (앞서 말한 것처럼) 그들의 스승에 대해 신성하고 현명하고 성실하다고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제아무리 활기찬 신앙이라도 손상을 입기 충분하다. 그러므로 나는 이 세상 종교의 모든 변질은 단 한 가지 원인, 즉 못된 성직자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못된 성직자들은 가톨릭 교도뿐 아니라, 종교개혁에 가장 적극적으로 앞장 선 교회 안에도 있다.
 - 토마스 홉스, 123.

아이: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홉스 형: 구세주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새로운 법을 주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따라야 할 법들, 즉 자연법과 주권자의 법을 잘 지키라고 가르쳤다. 그는 또한 산상설교에서도 유대인들에게 새 법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전에 지키던 모세 율법을 설명해 주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법은 결국 자연법이고, 그 핵심은 우리가 자신의 신앙(성실)을 유린해서는 안 된다는 것, 즉 우리가 상호 협약을 통해 우리 위에 세운 정치적 주권자에게 복종하라는 계율이다.
- 토마스 홉스, 556.

3

아이와 홉스 형의 대화를 들으며 씁쓸합니다. 홉스 형의 대답은 1651년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이후로 오늘 아이의 비판이 15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그리스도교)개혁’을 지나 400년 가까이 된 1651년 홉스의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합리적 이성은 마비되어 적절히 대답하지 않으며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타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홉스 형은 비합리적 ‘좋은 말 대잔치’ 말고 합리적으로 대답합니다. ‘만인의 만인을 향한 투쟁’이라는 인간 존재 비극을 멈추기 위해 상호 간에 사회계약을 맺고 그 결과 탄생한 무서운 괴물 ‘리바이어던’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홉스 형의 결론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결국 종교 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시 홉스 형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종교적 욕구가 있습니다. 현실과 다른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 말입니다. 창시자의 꿈은 자신의 무지에서 비롯하는 강요여서는 안 됩니다. 사회과학과 같은 다른 접근의 도움을 받은 합리적 설명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믿고 사는 이들이 세상의 기준에 따른 행복이 아니라 다른 행복을 삶으로 나타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선적 삶을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 사이엔 ‘리바이어던’이란 절대 권력을 향한 무지한 요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는 자주 독재자의 형태로 현실에 나타나 자신들에 대한 믿음과 복종을 강요합니다. 또 이 믿음과 복종이 편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홉스 형을 다른 면에서 읽은 것처럼 비판의 이유는 복종이 아니라 행동하는 주체에 대한 요구입니다. 필요한 것은 독재자를 향한 복종이 아니라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주체들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들입니다.

아이의 질문을 응원합니다. 침묵은 답을 가져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실천 옆에 꼭 붙어있으려 합니다. 지금은 깨달음과 실천의 용기가 각자의 자리에서 필요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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