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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목사가 되려는 아이에게


1


“선생님. 저예요.”

“잘 지내지?”

“예, 뭐.”

항상 이렇게 대답할 걸 알면서 묻는 사람이나 또 그렇게 대답하는 아이나. 그런데 자주 통화를 하는 아이지만 이번은 그 간격이 자주보다 좀 짧습니다. 통화 내역을 뒤적이니 역시고 지난번 전역에 대해 말한 것 같아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있니?”

“네. 대학을 마치고 목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가려구요.” 

‘이 이야기였구나. 잘 물어보았네.’ 하지만, ‘왜 목사가 되려고?’ 묻지 않았습니다. 신학대학교에 진학한 또는 진학하려고 했던 많은 아이의 그 길에 대해 한 번도 찬성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통화를 한 아이 역시 수 없이 많은 반대를 목격했던 아이이기도 합니다.

그 대신 한 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1962년 쓴 『계시에 직면한 철학적 신앙』입니다. 특별히 제7부 철학적 신앙과 계시신앙은 서로 만날 수 있는가? 시작에서 3. 교회에 대한 키에르케고르의 투쟁 이후의 상황, (3) 교회에 대한 키에르케고르의 공격 이후의 오늘날에 있어서 아직도 정직성 속에서 목사가 된다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물음은 예비 신학도에게 추천하고 싶은 글입니다.


2


그는 처음부터 신약성서적인 기독교와 교회적인 기독교의 실재 사이의, 기독교 세계(Christentum)와 기독교 신앙(Christenheit) 사이의 엄청난 차이를 보았다. 그가 죽기 일 년 전부터 드디어 키에르케고르는 교회에 대항하여 우리 시대에 있어서 가장 처철했던 투쟁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투쟁은 기독교 신앙 자체의 가장 내면적인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정당화하였다. 그는 현존하는 그리스도 교회를 기독교 신앙에 대한 허위화요 배신이라고 말하였다. 

- 카알 야스퍼스, 『계시에 직면한 철학적 신앙』, 신옥희·변선환 

(분도출판사, 1989), 521-522.


야스퍼스가 인용한 키에르케고르의 기독교에 대한 절망은 단순합니다. 신약성서가 그리고 있는 기독교의 모습과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제도적 기독교의 모습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오늘 역시도 예수의 삶과 예수의 삶을 따르려 했던 이들의 삶과 교회란 삶이 보여주는 간극을 여전히 성실히 살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음은 단순합니다. ‘예수라면? 예수를 보며 따르던 사람이라면?’ 이 질문에 충실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목사가 된다는 것입니다.


3


첫번째 전제가 되는 것은 신앙 - 그것이 철학적 신앙이든 계시신앙이든 - 이다. 이것은 의도될 수도, 나타내 보여질 수도, 고백될 수도 없다.

그 다음으로 없어서는 안될 것은 성실성(Wahrhaftigkeit)이다. 키에르케고르가 요구했던 자백 정도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불충분함과 죄책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도 마찬가지로 무의미하다. 성실성은 무엇보다도 특별한 행위와 태만, 특별한 말과 침묵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의 통찰과 고백에 달려 있다.

- 카알 야스퍼스, 『계시에 직면한 철학적 신앙』, 531.


목회자는 신앙에 기초해야 합니다. 오늘 현실 기독교와 기독교인에 대한 비판은 방심의 상태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영원한 것, 하나님 나라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 영원한 것, 하나님의 나라를 암호로 우리에게 계시합니다. 목회자는 이 암호로 다가오는 하나님의 나라를 보호하고 해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목회자는 성실성 위에 서야 합니다. 목회자가 선포해야 할 하나님 나라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켜내야 합니다. 분명, 이 과제는 어려운 일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불충분함을 고백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지난(至難)한 과정에 게으를 때 설교는 연극이 되고 행위는 속임수가 됩니다. 

목회자는 이 세계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거절해서는 안 됩니다. 동시에 의심 없이 수용된 세속의 가치평가들에 항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세계의 변화를 꿈꾸고 그 변화를 몸소 살아야 합니다.


4


얼마 전 기독교학교의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기독교학교의 자율성에 관한 주제였습니다. 한 목사의 질문과 답변입니다.

“기독교 학교의 자율성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종교교육을 강요할 수 있습니까?”

“자율성을 위해 평준화를 깨는 것은 어렵겠지만 학생의 전학권을 소장해야 합니다.”

요지는 아이에게 학교에서 실시하는 예배와 성경공부 같은 종교교육에 참여하기 싫으면 전학하라는 뜻입니다. 지켜야 할 기독교 학교의 종교교육 전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부터 예배와 성경 공부를 했으니 그것을 실시해야겠다? 그럼 그걸 왜 했을까? 어쨌든 그것을 선교적 자유라 말하며 고수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몹쓸 폭력을 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부끄러웠습니다.


아이의 진학에 반대하는 건 목회가 낭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앙과 성실성,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분명히 교회의 미래가 어두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은 기독교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기독교됨의 실천이 가진 문제이고 기독교됨을 실천하는 이들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진학한 아이들을, 지금은 그 길을 걷는 이제 제자 아닌 동료들을 격려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스스로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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