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2021.02.04 21:08

46. 기독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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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미래

 

1

 

“왜?”

좀 퉁명스럽게 던졌습니다. 자주 오는 아이가 또 책상 주변을 어슬렁거립니다.

“왜 선생님 책은 다 이래요?”

책꽂이의 책들을 한참 들여다보던 말입니다.

“뭐가?”

“예수를 배반한 기독교, 예수를 교회로부터 구출하라,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음 그리고 이건….”

의자를 돌려 눈이 마주치자 책꽂이 제목 읽기를 멈춥니다.

“심란해.”

보통은 웃자고 넘어갈, 너무 진지하면 안 될 소모될 어떤 가십(gossip)거리인데, 제목들에서 뽑아낸 아이의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기독교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2

 

잭 넬슨-폴마이어, 『예수를 배반한 기독교』 (한국기독교연구소, 2012). 신앙인으로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기독교에서 실종된 예수의 문제를 풀어, 예수를 안내자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으려 합니다. 전제는 기독교가 그 내용이나 실천에서 역사적 예수와 근원적으로 절연되었다는 것입니다.

로빈 마이어스, 『예수를 교회로부터 구출하라』 (한국기독교연구소, 2012). ‘설교자의 악몽: 나는 크리스천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설교자의 꿈: 예수를 따르는 신앙’으로 갈무리합니다. 인상적인 장은 ‘제자도: 교회 출석이 아니라 순종’입니다. 이 장의 시작은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사람이 복이 있다.”(누가복음 11:28)라는 실천적 순종을 강조한 성서 구절입니다. 

존 쉘비 스퐁,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한국기독교연구소, 2017). 오늘날 종교를 갖기 원하는 사람들, 즉 간절히 하나님을 믿고 싶어하지만, 오늘날 흔히 기독교를 가장한, 전근대적 (성서의) 문자화(premodern literalization, 필자역) 때문에 식상한 사람들을 위해, 정직한 신앙고백이 가능하며(1장), 구원자 예수의 이미지는 사라져야 한다(6장)고 제안합니다. 오늘날 새로 등장하는 교회의 표징들을 통해 교회가 변화되고 또 되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기독교. 역사적 예수의 삶이 삭제된 현실 기독교에 대한 비판입니다. 변화하는 시대를 읽지 못하는 지금의 모습으로는 안 된다는 분석이고, 따라서 기독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예수, 다시 말해서 예수의 본래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들입니다.

 

“맞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노력이 없었나요? 왜 기독교는 변하지 않아요?”

 

3

 

이런 접근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시대의 기독교를 정확히 분석하려면, 기독교 교회가 실제 역사 위에 실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주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해를 위해 독일의 철학자, 역사학자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와 철학자, 경제학자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의 

『독일 이데올로기』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 역사관은 관념론적 역사관과 같이, 모든 시대에 적용되는 개념 범주들을 탐구하는 짓은 하지 않으며, 언제나 변함없이 역사의 실제적 기반 위에 서 있다. 이 역사관은 관념으로부터 실천을 설명하지 않고, 물질적 실천으로부터 관념이 형성됨을 설명하며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즉 온갖 의식 형태 및 의식의 생산물은 정신적 비판에 의해서, 또는 ‘자기의식’으로 환원시킨다고 해서, 또는 ‘환영’, ‘유령’, ‘망령’ 등으로 변형시킨다고 해서 깨뜨려질 수는 없으며, 오로지 이들 관념론의 허구를 발생시킨 실제의 사회 관계들의 실천적 전복에 의해서만 깨뜨려질 수가 있다. 

- 마르크스, 엥겔스, 『독일 이데올로기 I』, 박재희 옮김 (청년사, 2007), 73.

 

기독교 교회를 그 전체를 이해할 만한 예수를 통해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실제하는 기독교는 현실의 사회관계인 역사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봉건 시대의 기독교 교회는 귀족들이 서로 주군과 토지를 매개로 관계를 맺는 봉건제 위에 존재했으며 기독교 교회는 그 시대의 다른 봉건 지주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시대의 토대 위에 기독교 교회는 자본주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에 기독교가 아니라 기독교가 시대에 영향을 받는다고요. 그런 말은 목사님들이 좋아하지 않을걸요?”

 

 4

 

기독교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들어 내는 일반적(?) 개념들이 있습니다. ‘기독교의 적들’, ‘믿음과 기도의 부족’입니다. 예측되는 어두운 상황 속에 ‘기독교의 적들’은 예수가 그리도 사랑하라는 타자를 향한 ‘혐오’와 ‘배제’를 만들어 냅니다. ‘믿음과 기도의 부족’은 믿음과 기도의 충만이라는 방법에도 불구하고, 전 역사적으로 돌아볼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무능한 하나님만을 증거하게 됩니다.

 

잭 넬슨-폴마이어, 로빈 마이어스, 존 쉘비 스퐁 등과 같은 기독교인의 기독교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스스로 기독교인이라면 자기 정체성에 대해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교회가 시대 필요에 따라 만든 예수의 상을 부수고 역사적 예수가 살았던 삶을 살피고 오늘날 그 의미를 묻고 되살려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노력 역시도 역사적 문맥 속에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본주의 시대, 기독교의 미래는 지금 기독교 교회가 자본주의적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독교인이 주체가 되어 수행해야 할 교회 개혁과 새 시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다시, 예수의 영성, 나눔, 사랑, 함께함 그리고 이 모범을 따른 예수 이후 초대 교회의 실천에 대한 재고입니다. 이 재고는 자본주의 시대 적절성을 넘어, 자본주의 기독교가 아닌 이를 극복한 기독교, 변화해야 할 기독교 미래를 위한 당위이자 우리의 실천을 향한 요청입니다.

 

“기독교의 미래가 예수의 영성에 달려 있다는 거군요.”

오른쪽으로 딱 17° 기운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맺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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