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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이루다의 혐오로 본 아이들

1

앵커: 그렇다면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쪽에서는 어떤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겁니까?
기자: 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항목 때문입니다. 동성애와 남녀 외에 수많은 성별 등을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시켜서 합법적으로 공인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 여러 논쟁들과 쟁점을 살펴보기도 전에 동성애 지지자들은 세계적인 추세이자 흐름이라는 논리로 법안 제정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반대 측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는 동성애자들에게도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고 전제하지만 “동성애를 법적으로 정당화하고 동성 간 성행위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의 보편적 판단을 법적으로 금지, 차별하려는 차별금지법은 독재적 발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에 포함시키는 것은 이를 거부하는 대다수 국민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헌법이 강력하게 보장하는 신앙, 양심, 표현과 학문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김인애, “21대국회 발의된 나쁜 차별금지법 반대 이유는?” (2021년 1월 16일). 『CTS 기독교TV』. 2020년 7월 7일 수정, https://www.cts.tv/news/view?ncate=THMNWS01&dpid=265911

아이가 보낸 주소를 클릭했습니다. 질문의 요점은 간단합니다. 
“선생님, 기독교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에는 세 가지 답이 가능합니다.
“응, 나는 차별금지법에 찬성해”, “아니, 나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해”, “그러게, 한 번 생각해 볼까?”

2

대답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답답한 일일 수 있지만, 질문을 만나며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혐오’와 관련해 기사화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입니다.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동성애·장애인 혐오 및 성차별을 학습한 것으로 보인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학계에서는 ‘AI 윤리’ 논쟁이 불붙었다. 전문가들은 AI에 그저 데이터를 집어넣기만 하면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AI가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도록 윤리 원칙을 세우고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IT업계에 따르면, 다음(Daum) 창업자로 국내 IT분야 개척자 중 한 명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AI 시대에 AI 윤리 문제는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합의해나가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글을 올렸다. 이 전 대표는 9일 올린 글에서 이루다가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를 혐오스러워하는 모습을 공유하며 “사회적 합의에 못 미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가 문제”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10일 글에서도 “(이루다의) 정말 중요한 문제는 불특정 다수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챗봇이 성적 지향에 차별·혐오 메시지를 낸다는 점”이라며 “종교, 학력, 지역, 성적 지향, 장애 등을 차별·혐오하면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합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일상 대화에서 차별·혐오하는 사람이 많고 그것을 학습한 결과라고 해도 보정 없이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차별·혐오 발언을 하지 않도록 기준과 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효석, ““AI가 동성애·장애인 혐오?”…이루다가 불붙인 ‘AI 윤리’ 논쟁” (2021년 2월 16일). 『연합뉴스』. 2021년 1월 11일 수정, https://www.yna.co.kr/view/AKR20210109055052017

그리고 AI ‘이루다’에게서 아이들을 봅니다.

3

라캉(Jacques Lacan, 1901~1981), 프랑스의 정신의학자, 정신분석학자입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 주체는 타자로부터 욕망되는 자로서건 아니면 욕망되지 않는 자로서건 간에 타자의 욕망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진실로 자신이 소망하는 것인지 소망하지 않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 주체는 다시 태어날 수 있어야만 한다. 
- 라캉, 『에크리』, 강신주, 『철학vs철학』 (그린비출판사, 2010). 378. 재인용.

라캉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게 욕망하는 주체가 아니라 타자의 욕망에 의해 만들어지는 주체라고 합니다.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아이의 욕망은 어머니의 욕망이 만든 결과라는 것입니다.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엄마의 인정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욕망입니다. 주체가 욕망하는 것이 사실은 타자의 것입니다. 주체의 욕망은 주입되고 조작되고 왜곡됩니다. 구조에 매인 주체라는 의미에서 그의 사상을 구조주의(構造主義, structuralism)라고 합니다.

‘혐오’ 역시도 라캉과 구조주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체의 혐오 판단, 게다가 합리적이라 까지 생각되는 혐오 판단이 많은 경우 주체가 아니라 구조의 영향입니다. 이루다가 AI이기 때문에? 아이들 또는 우리 역시도 구조 속에서 충분히 혐오를 학습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혐오주의자가 될 수 있습니다. 

4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의 몇 단어, 구절이 눈 길에 머뭅니다. ‘사회적 합의’, ‘일상 대화에서 차별·혐오하는 사람이 많고’, 그리고 ‘보정’입니다. 
‘사회적 합의’를 따르지 않는 의견이 가진 문제와 ‘사회적 합의’가 일방적으로 소수를 적대할 때 나타나는 문제가 함께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가진 문제를 생각할 때, 사회적 합의라는 개념이 가진 근본적 성격을 생각해야 합니다. 바로 ‘개방성’입니다. 이 개방성이 지켜질 때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의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일상 대화에서 차별·혐오하는 사람들이 많고’, 일반적 경우, 사람들은 혐오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결국, 문제는 표현되고 있는 혐오입니다. 표현되고 있는 혐오가 문제라면 혐오는 피할 것이 아니라 대응해야 합니다. “혐오는 안 된다.” 혐오에 대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노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정’입니다. 비판적으로 보정은 보수적입니다. 보정은 체제 유지를 목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보정은 근본적(radical)으로 주체의 급진(radical)을 꿈꿉니다. 체제를 거부할 수 있는 주체에 힘을 부여합니다.

아이는 혐오의 찬성과 반대의 근본에서 그 혐오를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체를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 혐오가 가진 문제는 혐오 자체에도 있지만, 그 혐오가 주어진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정답이 주어지는 세계에서 아이들은 그 정답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지리(支離)한 시간들에 적극적 표현에 용감해야 합니다.

오늘도 시험에 나오지 않을 이야기를 던지는 일이 스스로 부끄럽고, 때로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루다가 아닌 아이들은 주체적이다.’라는 믿음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메일을 받은편지함에서 중요편지함으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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