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틀림'과 '다름'의 성취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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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과 다름을 설명해 볼까?”

수업을 시작하며 질문합니다. 질문은 함께 공부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업의 성취수준입니다. ‘틀림과 다름을 이해하고, 실제에서 틀림과 다름의 사건을 설명하고, 또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구체적인 예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수업의 목표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틀림’과 ‘다름’의 개념을 이해하기. 둘째, 실제에서 틀림과 다름의 사례를 통해 개념을 심화시키기. 셋째, 심화된 개념으로서 다름과 틀림이 오늘 여기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표현하기.

그런데 예상한 것처럼 아이들은 ‘틀림’과 ‘다름’의 개념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틀림과 다름이 가져온 역사의 문제를 설명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아이는 틀림과 다름의 오해가 자신의 삶에 와닿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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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다.’ 「동사」 「1」 【(…을)】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 「2」 바라거나 하려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다. 「3」 마음이나 행동 따위가 올바르지 못하고 비뚤어지다. ‘다르다.’ 「형용사」 「1」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입니다.

‘틀림’과 ‘다름’의 의미 차이는 우리의 혼동과 달리 단순합니다. 틀림은 특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특정한 기준은 어느 정도(?) 보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정당하지 않을 때 ‘틀리다’라는 동사를 사용하게 됩니다. 반면에 다름은 특정한 기준을 필요하지 않습니다. 비교하려고 하는 두 대상만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시험 문제는 정답이 있으니까 틀림이구요. 동진이랑 저랑은 달라요.”

이렇게 적절한 대답이 나오면 좋겠는데 이런 대답이 그렇게 흔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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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절대 바뀌지 않는 두 직업군이 있습니다. 하나는 목사, 다른 하나는 교사입니다. 두 직업군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정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사는 성경이라는 정답을, 교사는 교과서라는 정답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 그러니 목사, 교사 스스로들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성경과 교과서를 기준으로 삼으면 틀림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최승호(55·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사진) 시인이 “내가 쓴 시가 나온 대입 문제를 풀어 봤는데 작가인 내가 모두 틀렸다”고 18일 말했다. 그가 풀어 본 문제는 2004년 출제된 수능 모의고사 문제였다. 최 씨의 작품 ‘북어’ ‘아마존 수족관’ ‘대설주의보’ 등은 수능 모의고사 등에 단골로 출제돼 왔다. 그는 “작가의 의도를 묻는 문제를 진짜 작가가 모른다면 누가 아는 건지 참 미스터리”라며 쓴소리를 했다.

- 이원진, “[토요인터뷰] 최승호 시인 “내 시가 출제됐는데, 나도 모두 틀렸다” (2021년 3월 19일). 『중앙일보』. 2009년 11월 21일 수정, 

https://news.joins.com/article/3885483.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 이탈리아의 철학자, 과학자, 천문학자입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는 ‘태양중심설Heliocentrism’과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돈다는 ‘지구중심설Geocentrism’은 유명한 논쟁입니다. 그의 태양중심설이 담긴 『두 개의 우주관에 대한 대화Dialogue on the Two Chief World Systems』가 출판된 1632년 그는 교회법정에 서게 되었고 고문의 위협에 사상포기선언을 합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돌고 있으며, 움직이지 않는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상을 믿고 있는 이단자의 의혹이 있다는 선고를 받았사옵니다.

따라서 숭고하신 대재판관님과 모든 진실된 기독교인의 마음속에서 저에 관한 이러한 강한 의혹이 불식되기를 앙망하오며, 진실한 충성심과 진정한 마음으로 앞서 고백한 잘못과 이단의 견해, 그리고 모든 다른 잘못과 이단과 성스러운 교회에 반하는 어떠한 종파도 버리고 저주하며 혐오하옵니다.

- 존 캐리, 『지식의 원전』, 이광렬 외 역 (바다출판사, 2005), 54-55.

역사와 현실에서 만나는 틀림과 다름의 사건들입니다. 선생님은 저자 앞에 더 성실할, 목사님은 사실 앞에 더 겸손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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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은 두렵지 않습니다. 고치면 되니까. ‘다름’은 감사합니다. 따라쟁이는 행복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두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여전히 기준을 소유했다고 믿는 이들이 ‘틀렸다.’ 말하고, ‘자신들의 정답’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틀림이 내면화된 아이들, 다름을 틀림이라 말하고 그들의 정답을 의심 없이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괜찮으시겠어요?”

수업을 마치며, 조금 다르게 자신의 삶에서 틀림과 다름의 의미를 온전히 깨달아 성취수준을 달성한, 세상을 더 잘 아는 어른스런 아이의 걱정에 씁쓸한 날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