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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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안 계신 첫 열흘을 지냈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 아버지 없는 첫 열흘을 보냈습니다. 국민학생 시절, 아버지가 2년간 사우디아라비아로 해외 취업하셨을 때도 비록 함께 있을 수는 없었지만 같은 하늘 아래에 있었습니다. 2006년, 부모님이 강원도 인제로 내려가시면서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사는 생활은 끝났지만, 그래도 헤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안 계시는 나날들이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누군가처럼 사부곡이니 사모곡이니 하는 시를 지어 애도하는 것처럼 사무치지는 않습니다. 부재가 사무치기에는 서로가 꽤 자유롭게 살아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문득문득 아버지 부재의 현실이 떠오릅니다. 아버지와 사별한 자식의 당연한 예의 같은 슬픔을 떠올려야 할 것 같은 암묵적 부담감도 있지만,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아련함 맴돕니다.
그러나 막상 죽음은 현실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만나 마주 앉아도 슬픔이 심장을 저며오지는 않습니다. 아니, 그럴 틈이 없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세 식구가 인제에 다녀왔습니다. 여동생도 직장 일을 미루고 왔습니다. 지구상에서 아버지의 계셨던 빈자리를 정리해야 할 행정적인 업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축협이 조합원이셨던 아버지의 사망에 조의금을 준다길래 갔더니 절차가 복잡합니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 확실합니다. 또 조합원 탈퇴 신청도 해야 합니다. 무슨 서류가 이다지도 많이 필요한지, 읍사무소와 군청을 오가면서 서류를 떼오고, 서류가 잘 못 돼서 정정 요청하여 다시 떼다 주고… 다음은 농협입니다. 고추 출하를 하고 판매 비용을 입금받는 통장을 어머니 통장으로 바꾸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계속 농사를 지으려면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 가서 등록 확인, 도지 계약서 서 재작성을 해오라고 합니다. 그런 관리원이 있다는 것조차 처음 알았습니다. 
마침 부모님이 타시던 자동차 검사일입니다. 뒤쪽 램프가 완전히 깨져서 미리 사 갖고 간 부품으로 수리를 하고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됐다고 1시에 다시 오라고 합니다. 잠시 짬을 내서 점심을 먹고 다시 찾아갔습니다. 이런 정서가 서울과는 많이 다릅니다. 검사를 마치고 자동차 보험 때문에 보험사에 갔습니다. 사망으로 인한 상속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은 좋았지만, 어머니가 운전하시려면 보험료가 250만 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다행히 제 명의로 이전하고 보험에 가입하면 100만 원 선에서 해결이 된다고 하여 그렇게 진행하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또 한 대 차량의 소유주가 되었습니다. 단 한 번의 사고만으로도 얽혀 있는 다섯 대의 차량 보험은 동시에 오르게 됩니다. 어머니의 운전 감각이 많이 떨어져서 걱정이 큽니다.
농토 상속 문제도 남았습니다. 세무사를 찾아 소유 연한 8년, 매매 기한 3년, 뭐 이런 말을 하는데 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계속 농사를 지으실 어머니가 상속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하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결국은 하루 만에 끝마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나마 찾아다녀야 할 관청과 기관이 500미터 반경 읍내에 다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됐습니다.
아직은 아버지의 부재를 실감할 틈이 없습니다. 이 와중에 느끼는 것이 죽음과 삶이 아주 멀지 않다는 것입니다. 죽음은 삶에 여전히 숙제와 처리해야 할 일들을 남기니 말입니다. 장례식에 조문 오는 사람들의 북적거림으로, 또 장례 이후에 처리해야 할 산적한 일들로 슬픔은 조금씩 옅어지게 되나 봅니다. 그리고 많이 하는 얘기처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또 하루를 살아가야 하기에 저는 비닐하우스 안에 닭장을 뜯어내러 올라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에는 논산 훈련소에 들어갔던 작은 아들이 퇴소하여 집에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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