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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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저의 열정을 되돌려 주십시오.


옆집에서 창호 공사를 하나 봅니다. 아이와 차를 타고 병원에 가려고 나와보니 문틀을 실은 트럭이 주차장 앞을 막고 있습니다. 두 시간이 좀 안 돼서 돌아왔는데도 아직 공사 중이고 트럭이 우리 주차장에 서 있습니다. 한참 일하는 사람에게, 드나들며 트럭을 빼달라고 하는 게 미안했지만 길 한 가운데 세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잠시 후에 옆집 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화기 저편으로 들리는 소리는 다짜고짜 '목사님이 주차 때문에 주민신고 했냐?'는 것이었습니다. 이전에 우리 주차장이 같이 쓰는 공영주차장 아니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하고서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없는 것도 좀 불쾌한데 뜬금없고 예의 없는 말에 좀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내가 왜 주민신고를 하느냐,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냐, 동네에서 그런 신고를 하는 목사가 어디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하였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며 전화를 끊고는 한참이나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신고를 받고 온 관청 사람이 '교회 앞에' 신고가 들어왔다는 말을 한 것을 '교회에서' 신고한 것으로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불쾌한 감정이 좀 가라앉은 뒤에 '저 이웃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이기적이고 치사하고 야비한 목사들만 만났길래 나한테까지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목사라면, 종교인이라면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양심이나 의리, 도덕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줄 만 한데도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대체로 저를 하대한다는 느낌입니다. 그 사람이 아마도 목사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감이나 부정적 견해를 가진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이웃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고 마냥 그 사람 탓만 할 문제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게 사람들이 목사를 보는 일반적인 시각일 지도 모르니까요.
네. 하긴 저도 목사이지만, 목사들에 대해 호감을 느끼지 않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제 주위에는 좋은 목사님(!)들이 많습니다. 검소하고 청빈하며 탐욕에 마음 빼앗기지 않으며 옳은 일을 위해서라면 불이익도 기꺼이 감수하는 그런 목사님들, 문자주의적 신앙에 매몰되지 않고 정직하게 신앙고백을 하며 상식적인 사람들과 기꺼이 소통하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목사는 소소하게나마 자기의 자리에서 이웃에게 친절을 베풀고 복음을 실천하면서 목사를 천직으로 알고 삽니다. 그러나 굳이 목사를 사칭하는 전광훈 같은 작자들을 거론하지 않아도 목사가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목사인지 장사꾼인지 경영자인지 모를 목사도 적지 않고 복음의 부흥을 교세 성장으로만 착각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안타깝습니다.
한편으로는 몇몇 미꾸라지만을 탓할 것도 아니긴 합니다. 시대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데 여전히 8~90년대에 머물러 바짓가랑이 잡듯 하는 교회라는 조직과 목사라는 존재가 썩 존경받을 만하지는 않은 것도 인정합니다. 교회가 그렇게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면서 머물고 있을 때 이를 더 큰 소리로 경고하고 개혁해야 할 사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 모든 목사의 공동의 책임일 수밖에 없겠지요. 뭐라 해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팔짱 끼고 '나는 아무 책임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목사만이 아니라 모든 성도에게 공통으로 적용됩니다.
아무튼 이웃과의 작은 분쟁을 통해 저와 교회, 목사의 현재 위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더 잘해야겠지요. 더 열심히 해야겠고요. 한 살 두 살 나이 먹어간다는 핑계로 등 돌리고 외면하며 살고 있는 것 같은 저 자신을 꾸짖어 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사람 앞에서라도 큰 부끄러움은 당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하나님, 잃어버린 저의 열정을 되돌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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