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승합차 세차를 하였습니다.

by 좋은만남 posted Sep 18, 202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교회 승합차 세차를 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주차장 뒤쪽에 자리만 지키고 앉아 먼지와 낙엽을 뒤집어쓴 교회 승합차를 얼마 전에 세차해 주었습니다. 새 차를 샀다고 좋아하면서 교우들과 여기저기 다니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신나게 운행을 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그나마 주일 예배를 위해 아침에 잠깐씩 운행했던 것도 7월 11일이 마지막이었네요. 
오랫동안 운행을 하지 않으면 차의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2~3주에 한 번은 잠깐씩 시동을 걸어주기도 하였지만 가까운 거리조차 실제 운행을 하지 못하여 좀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엔진오일도 1년에 한 번씩은 교체해주어야 하는데 기록을 살펴보니 작년 1월에 갈았더군요. 보통 7,000㎞ 정도 타고 갈아주는데 적산 거리계를 보니 3,000㎞ 정도 탔으니, 반도 못 탄 것이기에 아까웠지만 할 수 없이 교환해 주었습니다.20210919-10.jpg
예배당 건물 옆이 공원(이라고 하기엔 많이 옹색하지만)이라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과 진액들이 차를 많이 더럽힙니다. 특히 가느다란 솔잎은 차량의 틈새로 들어가 썩어 흙덩어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 커버를 사서 씌웠었는데 그게 찢어져 덮어씌우지도 못하고 그냥 방치상태로 수개월을 지낸 것입니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커버를 다시 샀습니다.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틈새에 솔잎이 끼어 썩었는데 그냥 커버를 씌울 수가 없어 주유소 자동세차장을 찾았습니다. 보통은 집에서 들통에 물을 받아 손 세차를 하는데 주차장이 좁은 데다 오염 상태가 심각하다 보니 세차장으로 가야 하겠더라고요. 또 세제를 이용한 가정 세차는 불법이기도 합니다. 5만 원 이상 주유를 하면 주차 할인권을 주지만 그나마도 기름이 많이 남아 있어 주유는 하지 못하고 할인 없이 세차하려니 거금 5천 원을 받습니다. 이것도 참 아깝네요. 
자동세차기를 거쳐 나와서 한쪽 구석에 세워놓고 보니 오래 찌든 때는 전혀 닦이지 않은 것입니다. 항의를 할까, 한 번 더 세차기에 들어갔다 나올까 고민하다가 그냥 손 세차를 하기로 합니다. 구석구석 틈새까지 나름대로 꼼꼼히 때를 제거하였습니다. 물을 뿌리면서 하는 게 아니라 물휴지와 걸레로만 하다 보니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닦았더니 그나마 봐줄 만하게는 깨끗해졌습니다. 돌아와 커버를 덮어주니 한결 안심됩니다.20210919-11.jpg
글을 쓰다 보니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안 하고 세차 이야기만 했네요. 언제쯤 다시 이 차가 씽씽 달리게 될까, 교우들을 다시 교회 예배당에서 만날 수 있게 되면 어디를 제일 먼저 갈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져 가는데 예전 같이 돌아다니던 시절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들은 교회의 현재와 미래, 교회와 예배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으로까지 확장합니다. 
세차하듯이 생각이 명징해지면 좋겠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다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은 낯선 방의 문고리를 잡고 있는 것 같을 겁니다. 그래도 그 방에 우리 교우들과 함께 들어갈 테니 큰 걱정은 없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니 지금까지 항상 낯선 방으로 들어서듯 살아왔고 그때마다 은총을 경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