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골든벨 서울연회 대회 참관기

by 좋은만남 posted Oct 23, 202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성경 골든벨 서울연회 대회 참관기


감리교회 교회학교 전국연합회에서는 매년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도전 성경 골든벨 대회'를 진행합니다. 올해로 15회를 맞았습니다. 이 대회는 각 지방에서 1차 예선, 연회별로 2차 예선을 통과한 학생들이 모여 전국대회를 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골든벨 프로그램처럼 학생들이 작은 화이트보드에 답을 적어 50문제를 다 맞춘 학생이 골든벨을 울리는 서바이벌 방식인데 올해는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인하여 필기시험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제가 우리 지방 교육부 총무라서 이 행사에 관여하게 되었는데 지방대회에서 개회 예배 설교를 하였고 연회대회에서는 문제 출제위원을 하였습니다. 난이도 조절을 잘해달라는 당부를 여러 번 받았지만, 워낙 문제 유출에 민감하다 보니 어디에 물어볼 수도 없어서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지난 16일에 꽃재교회에서 열린 연회대회에 참석해서 종일 머무르며 대회를 지켜보았습니다. 이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어 그 느낌을 잠시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20211024-04.jpg
저 역시 어린 시절 교회학교 선생님들의 보살핌과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교회학교 연합회에서 헌신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많이 감동했습니다. 그분들은 이미 수십 년 동안 교회학교 활동을 하신 분들일 테니까요. 물론 임원단들이 주도적으로 이 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하긴 했겠지만 다들 연로하신 분들이라 한편으로는 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 임원에는 젊은 선생님들이 별로 없을까? 왜 저 연세 드신 분들이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다 하실까? 안쓰러운 느낌과 더불어 연로하신 분들이 주도하는 대회이다 보니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또 안타까운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인데 문제가 개역개정판을 기준으로 출제된다는 것입니다. 다 알다시피 개역개정판 성서는 더는 사용하지 않는 옛 언어로 쓰였습니다. 그래서 성인들도 뜻을 잘 알 수 없는 단어가 적지 않게 발견됩니다. 시대적 사명을 다한 언어를 기준으로 청소년 대상 행사를 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설교와 기도 등 순서를 맡은 분들의 언어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와는 전혀 동떨어진 언어였습니다. 장년 세대와 청소년 세대의 언어는 전혀 다릅니다.
교회학교에 헌신하고 자라나는 세대를 말씀으로 가르치려는 그 열정과 노고는 고맙고 감동적이지만 노장 세대가 정책을 주도하고 젊은 세대가 붙어주지 않기에, 결국 몰락하고 있고 몰락할 수밖에 없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단순히 시스템과 구성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신학과 신앙이라는 근본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고백했던 내용과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가, 혹시 교리와 신학 자체가 전혀 새롭게 해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회를 향해 눈을 돌렸을 때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새로운 시대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이미 태세 전환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