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모두가 다함께 만나야 하겠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생활의 한 가운데로 침입한 것이 벌써 2년 반을 훌쩍 넘었습니다. 연초에 하루 60만을 헤아리던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곧 끝나겠지' 하고 기대하였지만, 다시 증가세가 확연하여 15만을 오락가락하더니 요즘 증가세가 좀 꺾인 것 같습니다만, 방역 당국은 언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강도 높은 거리두기는 완화되었고 밤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늘어난 듯하지만, 과거의 일상으로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불안감은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고 뒤늦게 확진되었다는 소식이 가까이서도 들려옵니다.
우리 교회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2020년 중반부터 현장 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였다가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서 현장과 온라인을 병행하다가 올해 3월에 대면 예배 우선으로 전환, 그리고 6월 중순부터는 온라인은 중단하고 현장 중심으로만 예배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목회자 처지에서 온라인 예배 중단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의 삶에 '지금까지 살아오던 방식대로 살 필요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생활방식도 달라졌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큰 변화를 만들었는데 종교 활동만 과거 형태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것입니다.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세대는 물론이고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가 현장성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온라인 예배 환경을 통해서 공간이라는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경험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9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케이블 방식의 TV 교회와 TV 설교와는 또 다른 인터넷 방식의 양방향 소통은 예배에도 분명 새로운 가능성 혹은 외면할 수 없는 변화의 요구를 들이밀었습니다.
그래서 담임목사인 저는 온라인 예배 중단을 선언하면서 단서를 달았습니다. "우선 대면 예배를 회복한 후에 모두 모여서 온라인 예배를 진지하게 논의해보자." 그러나 중단 선언 이후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 예배 회복, 더 정확히 말하면 교우들의 현장 참석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지난 주일에 윤성일 권사님이 하신 기도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하나님 장사에는 영 재주가 없네요. 팔 물건도 없고, 팔 생각도 없습니다. “백반”이라고 창에 크게 써 붙여 놓았으나 파리만 날리고 있는 어느 골목 식당처럼 우리도 이제 몇몇 익숙한 얼굴들만 남아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절대 우리 자신을 비하하기 위한 기도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긴 장마에 곰팡이 핀 이 지하 예배당에 우리들의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우리 안에 살아 계신다면(중략)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바보처럼 살겠습니다."라는 확고한 신앙의 음성이 이어졌지만, 이 구절은 아마 저만이 아니라 기도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아프고 서럽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실제로 몇 주 동안 손가락을 꼽아도 손가락이 남을 만한 인원만이 예배당에 와서 자리를 채웠습니다.
그러나 진지하게 묻습니다. 교회가 우리 구성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 교회는 교인들이 몇 대에 걸쳐 함께 나오는 삶의 역사가 있는 교회도 아닙니다. 교우들이 공통적인 관심사로 엮여서 끈끈한 연대 의식을 통한 서로의 위로와 격려를 갈망하는 교회도 아닙니다. 또 성도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으면 벌 받아서 사고가 나서 다치거나 심각한 병에 걸린다는 설교자들의 협박이나 전도하라는 닦달도 없습니다. 아이들은 주말에 밤새 인터넷 게임을 하고 일요일 아침에는 푹 늦잠을 자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온라인 예배를 경험하고 난 후에는 느긋한 주일 아침에 몇 번의 핸드폰 터치가 굳이 예배당에 찾아가야 할 당위성을 찾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재편된 생활방식이 다시 충돌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을 것입니다. 단순하게 나태함과 편안한 일상 탓만 하기에는 문제가 복합적입니다.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삶의 배경도 서로 다른 이들이 우연한 기회에 모여서 형성된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든 주일 오전에 한 자리에 나오게 하여 한 시간 예배하고 함께 밥 먹고 성경 공부도 하고 수다도 떠는 하나의 관심사를 만들어 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점점 없어집니다. 한 하나님을 믿고 말씀대로 살기를 결심한 사람들의 모임이라지만 물리적으로 하나로 엮는다는 것이 기만이나 폭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저는 우리 교우들이 일주일, 168시간 중에 한 시간, 공동식사하고 오가는 시간까지 넉넉잡아 세 시간을 자발적이고 기꺼운 마음으로 예배당에 와서 얼굴을 마주 대하고, 한 주간 있었던 삶의 투쟁과 투정을 나누고, 건강하고 건전하게 한 주일 또 살아가자고 서로 격려하고 가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각자가 어떤 모습이라 할지라도 좋은만남교회라는 공동체성과 정체성을 인식하고, 예배당에 나오면 나오는 대로 못 나오면 못 나오는 대로 마음 편하게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최소한 한 번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우리 교회의 진로와 방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할 자리가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강요나 나태함 때문이 아닌, 진정한 우리의 자발성에 따른 성숙한 결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코로나로 수련회나 외부 행사같이 전체가 참여하는 기회가 없어서 더 답답해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투정인지 고민인지, 글이 꽤 길어졌습니다. 조만간에 자리를 한 번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날은 모두 한 자리에서 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