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이 힘이고 위로입니다. 엘지 청소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이 승리하였습니다.

by 좋은만남 posted May 01, 202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이 힘이고 위로입니다.

지난주에 인제에 다녀왔습니다. 전역한 큰아들 빈이가 할머니께 인사도 드리고 한창 농사 준비하시는 것도 좀 도와드릴 겸 해서 1박 2일 일정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나섰습니다. 점심나절에 도착하였고 어머니는 손주가 건강하게 전역한 것을 기뻐하고 축하해주셨습니다. 
20210502-01.jpg
점심밥을 먹고 고추밭을 만들었습니다. 빈이가 관리기로 고랑을 만들면 저는 따라가며 그 위에 검정 비닐을 씌웠습니다. 직선으로 곧게 고랑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할머니의 성화에도 빈이는 불평하지 않고 몇 번을 갈아엎고 다시 관리기를 끌고 갑니다. 처음 만져보는 관리기이지만 금방 익숙해져 잘 다루는 아들을 보면서 '어느새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에 세월의 흐름을 새삼 느낍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일하시는 아버지와 원칙대로 하려는 어머님이 왜 매일같이 언성을 높이시면서 다투시는지 이제야 좀 알게 되었습니다. 
밭을 거의 다 만들었을 때쯤 강화의 이필완 목사님이 오셨습니다. 일손도 돕고 차박도 해보신다고 오신다고 했는데 정말 오셨습니다. 함께 닭장을 둘러보시면서 하루에 세 판이 나오는 달걀의 판매처가 없다고 속을 끓이시는 어머니 이야기를 들으신 이 목사님이 강화의 이웃에게 열심히 사진과 문자를 보내시더니 금방 열네 판이나 주문을 받아주셨습니다. 함께 저녁을 먹고 피곤한 몸을 눕혔습니다. 이필완 목사님은 차박 실습으로 차박용 침대를 펴시고 차에서 주무셨습니다.
둘째 날, 아침밥을 먹고 닭장 보수를 시작하였습니다. 지난 3월 1일에 내린 폭설로 실외 닭장이 주저앉고 담이 기울어졌는데 아버지도 안 계셔서 어쩌지 못하던 것을 보수하기로 한 것입니다. 휘어진 파이프를 펴거나 교체하고 기울어진 담을 바로 세운 후 그물망을 씌웠습니다. 이 목사님은 그물망의 찢어진 부분을 꼼꼼하게 고쳐주셨습니다.
20210502-02.jpg
오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많이 옵니다. 지체하다가는 큰비를 맞으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게 될 것 같아 점심도 먹지 않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홍천에서 막국수를 한 그릇 맛나게 먹고 이 목사님과 헤어졌습니다. 홍천을 지나니 비가 그치고 도로가 뽀송뽀송합니다. 영서지방에는 꽤 많은 비가 내렸다지만 서울까지는 화창하기까지 했습니다.
오는 길에 아버지께서 입원해 계신 병원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혈관주사를 위한 시술 동의 요청 전화였는데 아버지 상태를 물으니 정신 반응도 있고 말씀도 조금씩 하시지만 심리적으로 우울하고 많이 힘들어하신다고 합니다.
짧고 굵은 여정 중에 생각이 많았습니다. 장성한 아들과 그만큼 나이 먹은 나 자신의 모습, 아버지의 빈자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격 차이, 형제나 가족과 같은 동역자의 애정… 생각은 복잡하고 몸은 피곤했지만 좀 더 힘을 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이 결국 힘과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엘지 청소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이 승리하였습니다.

엘지 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들이 부당해고를 당하여 원상복직 투쟁을 하는 중입니다. '고난함께'에서 매주 현장에서 기도회를 진행하는데 저에게 이번 화요일에 설교를 요청하였습니다. 오랜만의 현장 설교가 부담스러웠지만 회피할 수 없어 승낙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금요일 저녁에 협상이 타결되었고 기도회는 취소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 기도와 설교를 하기도 전에 응답받는 기적을 체험하며 해고 노동자들께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