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통일농업협회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13일과 14일에 밀양에 있는 경남통일농업협회(이하 경통협)에 다녀왔습니다. 경통협은 농업 분야에서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하는 민간단체로 2000년대 중반부터 활동하였습니다. 경통협의 주요 사업은 봄에 경남에서 키운 어미 딸기 모주를 평양으로 보내 여름 내내 튼튼하고 병에 강한 아기 모종을 증식시켜 가을이 시작될 무렵 다시 경남으로 들여와 재배하는 경남통일딸기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일방적으로 물자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도 경제활동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쌍방의 경제협력 형태의 사업이라 북쪽도 좋아하고 통일부도 권하는 방식입니다.
요즘은 아쉽게도 남북 간 교류를 거의 하지 못하는 형편이어서 딸기 모주·모종의 왕래가 중단되었고 통일 의식 고취를 위한 체험행사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도 남북교류단체 활동가들의 체험행사 강연을 위한 것이었는데 저는 권문수 사무총장님의 배려로 단순한 게스트(놀러 오라~)로 초청되었습니다. 지금은 딸기 재배 철이 아니었지만, 체험행사를 위해 재배하는 딸기가 작지만 맛난 열매를 제법 소담하게 맺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딸기 맛도 볼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은 작은 개천을 끼고 이어진 밀양 해천항일운동 테마거리를 둘러봤습니다. 이 거리에는 의열단의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의열기념관이 있습니다. 의열단은 약산 김원봉 선생을 단장으로 하는 무장 독립단체로 밀양과 부산, 서울, 일본 도쿄, 중국 난창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폭탄 투척 등 자주독립을 위한 의거를 하였습니다. 기념관에서는 유명하지 않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의사에 대한 기록도 확인하고 어린이들이 쓴 감사의 많은 글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선조들의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보여주는 의열단 강령 20개 조는 존경심이 우러나게 합니다. 20개 조는 봉건제도 및 일체 반혁명 세력을 삭제하고 진정한 민주국을 건립함, 소수인이 다수인을 박삭(剝削)하는 경제 제도를 소멸, 인민은 무제한의 선거 및 피선거권을 가짐, 여자의 권리를 사회상 남자와 등등하게 함, 의무교육과 직업교육을 국가의 경비로 실시함, 대지주의 토지를 몰수함, 농민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빈고(貧苦) 농민에게 토지, 가옥, 기구 등을 공급함, 노동 평민에게 가옥을 공급함 등 혁명적이고 급진적이지만 민중주의적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제국주의에 항거하여 독립운동을 하신 유명 무명 의사들께 새삼스레 감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넘어져 얼굴이 까지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아쉬움이 있는 여정이었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참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