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아버지!?"
미국 연합감리교회에서 목회하는 손아랫동서 김창수 목사가 어제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길지 않은 일정이라 자주 만나지는 못하였지만 서너 번 만나면서 미국교회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미국교회가 세계의 표준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교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 많아 관심 갖고 들었습니다.
김 목사의 이야기 중에 미국교회에서는 공적으로 '하나님 아버지'라는 용어를 쓰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안수 받을 목회자들을 심사하는 위원인 김 목사 말에 의하면 심사 대상자들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면 두 번 물을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탈락시킨다고 합니다. 서구 교회에서는 이미 아버지나 어머니 등 특정한 성별로 하나님을 부르는 것을, 자제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금지하고 있습니다. 저도 인터넷을 통해 이런 분위기가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을 몰랐습니다. 하나님이 특정한 성별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일 텐데, 특히 오랜 시간 동안 남성중심적인 가치가 지배했던 역사를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특정한 한 부류가 주도권을 잡으면 반드시 그에 의해 차별 받고 억압받는 부류가 생기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에덴동산에서 하와가 먼저 선악과를 따 먹었다는 창조신화는 오랜 세월동안 여성을 종교적으로 억압하는 근거가 돼왔습니다. 사랑으로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차등하게 만들고 차별의 근거를 부여하셨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저는 언어가 사고와 생활방식을 규정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때 부지불식 간에 남성의 권위가 강요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도 이런 점을 진지하게 인식하고 종교적 언어 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