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부활절을 맞이하였습니다.
2020년 3월 1일이 주일, 사순절 제1주일이었습니다. 코라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라 전교인 투표를 시행하여 그날부터 예배당 현장예배를 잠정 중단하기로 하였지요. 중간에 잠깐씩 확산세가 약화될 때 예배당에서 모였고 백신접종이 진척됨에 따라 현장과 온라인을 병행하여 예배를 드려왔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대부분의 거리두기 방역지침이 해제되었고 오늘 부활주일을 맞이하였습니다. 그야말로 '극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듯합니다. 신앙적인 면에서만이 아니라 생활면에서도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던 부활의 의미를 올해는 온몸으로 느끼고 깨닫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성찬과 애찬을 나누면서 그동안 마주하지 못했던 교우들과 반갑게 함께하는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언젠가부터 부활절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2014년 부활절(4월 20일) 나흘 전인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 248명을 포함하여 299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사고 때문입니다. 어느덧 8년이 되었습니다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상조사나 책임 있는 처리를 받지 못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자녀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이 전혀 위로받지 못하는 나날들이 계속되는데, 과연 부활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들이 되살아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안의 연민과 공정, 위로가 부활할 때 비로소 우리는 참된 의미로 부활의 새벽에 증인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극적인 부활절에 극적인 회복과 만남, 위로가 있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