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골든벨 서울연회 대회 참관기
감리교회 교회학교 전국연합회에서는 매년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도전 성경 골든벨 대회'를 진행합니다. 올해로 15회를 맞았습니다. 이 대회는 각 지방에서 1차 예선, 연회별로 2차 예선을 통과한 학생들이 모여 전국대회를 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골든벨 프로그램처럼 학생들이 작은 화이트보드에 답을 적어 50문제를 다 맞춘 학생이 골든벨을 울리는 서바이벌 방식인데 올해는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인하여 필기시험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제가 우리 지방 교육부 총무라서 이 행사에 관여하게 되었는데 지방대회에서 개회 예배 설교를 하였고 연회대회에서는 문제 출제위원을 하였습니다. 난이도 조절을 잘해달라는 당부를 여러 번 받았지만, 워낙 문제 유출에 민감하다 보니 어디에 물어볼 수도 없어서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지난 16일에 꽃재교회에서 열린 연회대회에 참석해서 종일 머무르며 대회를 지켜보았습니다. 이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어 그 느낌을 잠시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교회학교 선생님들의 보살핌과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교회학교 연합회에서 헌신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많이 감동했습니다. 그분들은 이미 수십 년 동안 교회학교 활동을 하신 분들일 테니까요. 물론 임원단들이 주도적으로 이 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하긴 했겠지만 다들 연로하신 분들이라 한편으로는 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 임원에는 젊은 선생님들이 별로 없을까? 왜 저 연세 드신 분들이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다 하실까? 안쓰러운 느낌과 더불어 연로하신 분들이 주도하는 대회이다 보니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또 안타까운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인데 문제가 개역개정판을 기준으로 출제된다는 것입니다. 다 알다시피 개역개정판 성서는 더는 사용하지 않는 옛 언어로 쓰였습니다. 그래서 성인들도 뜻을 잘 알 수 없는 단어가 적지 않게 발견됩니다. 시대적 사명을 다한 언어를 기준으로 청소년 대상 행사를 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설교와 기도 등 순서를 맡은 분들의 언어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와는 전혀 동떨어진 언어였습니다. 장년 세대와 청소년 세대의 언어는 전혀 다릅니다.
교회학교에 헌신하고 자라나는 세대를 말씀으로 가르치려는 그 열정과 노고는 고맙고 감동적이지만 노장 세대가 정책을 주도하고 젊은 세대가 붙어주지 않기에, 결국 몰락하고 있고 몰락할 수밖에 없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단순히 시스템과 구성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신학과 신앙이라는 근본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고백했던 내용과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가, 혹시 교리와 신학 자체가 전혀 새롭게 해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회를 향해 눈을 돌렸을 때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새로운 시대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이미 태세 전환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