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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

 

새해 벽두부터 들려오는 민중의 울음소리

 

 

 

새해 벽두부터 고달픈 민중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소식이 들려와 마음이 아픕니다. 특히 두 개의 투쟁 현장 소식이 언론에도 소개되고 있는데 그 둘 다 여의도입니다. 여의도가 국회도 있는 정치 1번지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참 서글픕니다. 이 나라의 정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여의도 마포대교 남단, 쌍둥이 빌딩이라고도 불리는 LG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 80여 명이 새해를 맞아 전격 해고되면서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건물 로비에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측은 이들이 해고된 이유를 계약 만료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작년 3월에 노동조합을 결성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들은 관리자의 갑질, 수당 착취가 억울해서 사람답게 살고 실어 노조에 가입하였는데 그것이 해고의 이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측은 경비 용역을 배치하고 로비의 전력 공급을 끊고 가족들과 시민단체가 공급하는 식사도 막는 등 악랄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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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소노동자들은 LG그룹의 자회사와 계약을 맺은 지수아이엔씨라는 청소 용역 회사의 직원입니다만, 지수 아이엔씨는 LG그룹 회장 구광모의 고모 두 명이 지분을 50%씩 소유한, 특수 관계에 있는 회사입니다. 즉 재벌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재산을 증식하는 구조라는 말입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대주주 두 명은 작년 이 회사의 매출액보다도 20억 원가량 많은 60억 원을 배당받았습니다. 노동자들은 겨우 최저시급 수준의 임금을 받고 그나마도 관리자에 의해 착취당하는 동안 이 두 명은 10여 년간 200억 원 이상을 챙겼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분노한 시민들이 LG 제품 불매 운동을 선언하고 노동자들을 지지하자 지수아이엔씨를 매각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골치 아파지니까 손을 떼겠다는 것이겠지요.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새벽에 홀로 작업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님과 열악한 방송 촬영 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다 세상을 등진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단식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였습니다. 이분들의 단식투쟁에 시민사회 단체가 합세하였습니다. 가재울녹색교회 양재성 목사님이 동조 단식에 참여하셨고 감리회목회자모임 새물결(상임대표 이경덕 목사님)도 지지 방문하여 기도회를 하였습니다(저는 연초가 단체 일로 매우 바쁜 기간이라 동조 단식은커녕 기도회 참석조차 하지 못해서 너무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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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을 계기로 필요성이 요청되어 국회에서 제정을 추진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원안에서 많이 후퇴한 누더기 법이 되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결국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266명 중 164명의 찬성으로 통과되었지만, 시민사회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였고 단식자들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단식을 종료하였습니다. 정치권은 그나마 안전한 노동 현장과 기업 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노둣돌을 놓았다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만, 하루 일곱 명의 노동자, 일 년에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참담한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기독교인 중에서도 이 법이 기업을 위축시키고 경제 활동을 축소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는 사람이 많던데, 과연 예수님께서 '천하보다 귀한 것이 생명'이라고 하신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기독교인조차 한 생명의 귀함을 깨닫지 못한다면 과연 세상에 어느 누가 그 생명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외쳐줄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시대, 그래서 더욱 해고와 상실의 고통스러운 상황에 내몰린 이웃의 울음소리는 완전히 묻혀버린 것 같습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하였다는 문재인 정부의 실질적 임기도 이제 1년 남았습니다. 정치인의 한계는 인정하지만 너무 안타깝습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민중들의 눈에서 눈물을 제대로 닦아주고 미소짓게 해주는 1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역시 희망은 있습니다. 민중의 친구는 민중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민중이고 민중이 예수입니다. 우리교회도 민중의 길을 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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