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되돌아 봅니다.
어느덧 2023년의 마지막 주일을 맞이합니다. 당회와 구역회도 마치고 문득 우리 교회는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되돌아보고 싶어져 홈페이지에서 지난 주보들을 스크롤 해 봅니다. 올해 1월 1일이 주일이어서 작년에도 송구영신예배를 드리지 않았더군요. 그래서인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치 경제 사회 종교 어느 것 하나 청량음료 같은 시원함을 주지 못하고 목에 걸린 고구마같이 답답하게 하는 한 해였습니다. 내년에는 총선도 있고 뭔가 좀 달라지려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신앙인의 미덕은 만족과 감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은 것이 부족하고 답답한 현실이지만, 역시 살아 숨 쉬는 것, 오늘의 태양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행복이고 선물임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하나님 앞에 선 우리들의 당연한 자세일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가 하나님의 섭리에 마땅하게 세워질 수 있도록 헌신하는 것도 우리를 부르신 소명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 한 해를 감사하며 성실하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살았다면 나쁘지 않은 한 해였다고 기꺼이 감사해도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복잡한 한 해였습니다. 수년째 꽉 막히다 못해 폭발 직전 같이 돼버린 남북 관계가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 월급이나 받겠다고 대북 인도지원 단체에 나가 앉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답답함과 자괴감, 아버지가 하나님 품으로 가시고 강원도에 홀로 남겨져 농사지으시는 어머니를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 자괴감이나 부담감이 커질수록 더 크게 빈자리로 드러나는 교회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역시 조금씩 기력이 약해지는 자기 모습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 것이 사실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할당했던 단체 일을 그만두고자 한 것입니다. 여러 가지 소회와 후회가 남겠지만, 한 번 쉼표를 찍고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당회 사항도 알려드려야 하겠군요. 당회에서 교회의 조직을 새롭게 세웠습니다. 야심 차게 출범하였으나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대면 예배나 교인들의 출석이 줄어들어 유명무실해졌던 위원회 조직이 이번에 교회 운영위원회로 새롭게 편성되었습니다. 담임목사를 포함하여 함옥분 장로님, 한효균 권사님, 박순용, 안주영 집사님이 운영위원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성격은 감리회 법인 교리와 정정에 규정된 기획위원회와 비슷하겠지만, 운영위원회로 명명하였고 우리 교회의 주요 사업과 행사를 결정하는 기구로 작동할 것을 기대합니다.
예배당 건물 전면에는 나무 십자가가 걸려 있습니다. 이 십자가는 강물에 떠내려온 나무로 만든 것으로 이전 예배당 내부에 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십자가의 나무가 많이 삭아서 곧 떨어질 것 같이 위태위태합니다. 이 십자가를 포함하여 예배당 전면의 보수 공사를 하자는 의견이 당회에 제출되었습니다. 이 문제도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하여 내년에는 조금 새롭게 단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방회 교인 대표로는 오호숙 장로님과 한효균 권사님이 선출되었습니다. 또 우리 교회 담임을 지내시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특별파송을 받으신 남기평 목사님을 우리 교회 소속 목사로 동의하는 인사구역회 안건도 결의하였습니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약간 줄어든 3,710만 원으로 잡았습니다. 결산은 대략 4천만 원에 조금 못 미칠 것 같은데, 신년에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새해의 의미는 역시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에 있겠지요. 내년에는 딱 1년만큼 성숙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함께 힘 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