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콩 농사, 다 마쳤습니다.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콩 농사, 저나 이 글을 보는 분이나 다 지긋지긋할 것 같은데, 드디어 마지막 편입니다. 불과 열흘 전이지만 벌써 작년이네요, 12월 28일에 아내가 마침 쉬는 날이라 함께 강원도로 콩을 가지러 갔었습니다. 열심히 타작한 콩을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일일이 골라 놓으셨습니다. 이제 납품만 하면 모든 농사가 끝납니다. 한 300kg은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갔습니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 건(?)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비닐하우스입니다. 하우스 안에 넣어둔 픽업트럭 위에 무너진 파이프가 얹혀 있습니다. 멘붕입니다. 트럭은 어찌어찌 밖으로 꺼내 놓았지만, 안쪽에 넣어둔 트랙터는 꺼낼 엄두조차 못 냅니다. 당장 무얼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콩이 몇 포대 안 됩니다. 40kg짜리 포대에 계량해서 담고 보니 겨우 네 포대, 160kg입니다. 1월 1일에 콩을 싣고 강화 사회적기업 콩세알로 가져갔더니 서정훈 목사님이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그런데 수확량이 너무 적다고 안타까워하시며 조금 더 쳐줘서 80만 원에 수매해 주셨습니다. 올해는 계약재배 형태로 하자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농사가 잘되면 한 평에서 1kg이 나온다고 합니다. 천 평 농사가 풍년이어도 1톤, 500만 원입니다. 퇴비, 종자, 오가는 비용 따지면 남는 것은커녕 적자입니다. 작년에 산 종자의 절반이 남았으니 올해는 잘해 보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하우스 복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매번 갈 때마다 농촌에 사는 것, 거기에 농사까지 짓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합니다. 어쨌건 작년 농사는 결국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