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주일을 준비하면서
별다를 게 없는 일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주를 맞이하였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제가 일하는 단체와 비슷한 성격의 NGO 단체들은 고민 중에 후원의 밤 같은 행사를 하기도 합니다. 대북 인도지원 사업이 완전히 절벽이어서 후원을 요청하는 것도 멋쩍겠지만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고육지책으로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겠지요. 그래도 후원 행사에 가 앉아 있는 마음이 심드렁합니다. 일말의 기대도 할 수 없이 속만 태우는 것도 지쳤는지 그저 덤덤해집니다. 그렇게 일상은 우리를 물을 가득 머금은 스펀지처럼 무겁게 만들어버리는 요즘입니다.
이런 때에 추수감사주일을 앞두고 자신에게 그 의미를 물어봅니다. '나는 한 해 동안 무엇을 결실하였을까? 무엇이 감사할까?'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하는 목사는 직업적으로라도 감사의 조건을 찾아내거나 만들어내야 하니까요. 사실 특별히 감사할 조건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성장 없는 교회, 색 바래는 열정, 낡아지는 예배당 시설, 밝지 않은 미래 전망… 감사의 조건이 아니면 핑곗거리라도 만들어야 할 텐데, 저의 무능과 게으름이 먼저 떠오르면서 핑계인지 사실인지 살짝 뜨끔합니다. 아! 진정한 감사의 마음 없이 감사주일 설교를 어떻게 하지?
그때 하나님이 이런 음성을 들려주십니다. '감사보다는 기쁨의 자리로 만들어 보려무나!' 감사는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저절로 하게 되는 것일 텐데 억지로 감사의 마음을 쥐어짜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크건 작건 아니면 없거나 마이너스라도 한 해의 살림살이를 서로 나누면서 축하하고 위로하고 서로 격려하면 즐겁고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들 텐데 말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출발점부터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을 목회 23년 차에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