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평 콩밭을 베고 왔습니다.
추석도 지나고 추수감사주일도 지났건만 강원도 인제의 농토에는 손도 못 댄 농작물이 농부의 추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추수감사주일 전날 김장 배추 절이러 갔을 때야 추수가 제 과업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고 긴장하였습니다. 고추는 손이 많이 가니 손이 덜 가고 출하도 복잡하지 않은 걸 찾다가 강화 콩세알 사회적기업에 납품하기로 하고 콩을 심은 땅이 천 평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배추 절이러 가서 일단 콩 베기를 시작했지만, 역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머니가 조금 하시다가 힘들고 콩깍지가 별로 실하지 않으니 '그냥 갈아엎어 치워버리자'라고 하십니다만, 차마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하는 데까지 해보자고 하여, 지난주에 이틀을 가서 어머니와 열심히 베었습니다. 사실 큰소리는 쳤지만, 자신이 없었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하루 반나절 만에 다 베었습니다. 저 자신이 너무 대견스럽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도 온몸이 쑤시고 저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몇 주 동안 타작이라는 숙제를 마저 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시작하게 된 농사일이지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의 노동이 얼마나 소중하면서도 고된지를 매번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하나님의 피조물들인 태양, 구름, 비, 지렁이, 미생물과 작물들이 얼마나 큰 은혜와 희생을 주는지도요. '감사함'을 알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농사는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