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콩 타작을 마쳤습니다.
최근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콩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홀로 농촌에 계시고 땅을 놀릴 수도 없어서 강화의 사회적기업 콩세알 서정훈 목사님께 자문을 구하여 가장 손이 적게 간다는 콩을 심었습니다. 그러나 수확의 때가 되자 농사를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제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교회 일과 함께나누는세상 단체 일, 게다가 베트남 출장까지 겹쳐서 탈곡 일정을 제대로 잡지 못하였고 농업기술센터에서 농기구 빌려주는 것도 잘 알지 못하여 하루 이틀씩 띄엄띄엄 내려가서 하는 바람에 일은 일대로 진도가 안 나가고 몸은 몸대로 고달프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하니 드디어 지난주에 탈곡을 다 마쳤습니다.
일하면서 어머니께 '농부들의 노고를 모르고 사람들이 농산물을 너무 쉽게 삼킨다'고 말했습니다. 도리깨질에 날아가 흙바닥에 떨어진 콩을 하나하나 주우며 강림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는 것들이 다 하나님 섭리의 한 부분이고 누군가의 땀방울, 핏방울입니다. 이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모시고 나누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예수님이 이 땅으로 내려오신 것이겠지요.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라고 기도하며 부르는 공동식사 노래를 저는 앞으로 '콩 한 톨의 무게'로 바꾸어 부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