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2주기 추모기도회를 하였습니다.
어느덧 故 방인웅 장로님이 하늘나라로 가신지 2주기가 되었습니다. 지난주에 기일을 맞아 인제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는 첫 기일이라 아버지 형제들도 오셔서 꽤 복작이며 기도회를 하였는데 올해는 여동생 가족은 참석하지 못하고 저희 네 식구와 어머니, 이렇게 다섯이 모인 조촐한 추모기도회를 하였습니다. 새벽에 출발했지만 그나마 태풍 카눈의 북상 소식이 있어 주변 청소 좀 하고, 기도회하고, 점심을 먹고 서둘러 돌아오는 아주 짧은 여정이었습니다.
이곳 덕적리 산골에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연의 치유 능력을 느끼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와 늙어가는 어머니를 보며 시간 앞에 그저 작기만 하고 유한한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세상을 바꾸고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젊은 날의 포부는 인생의 무게 앞에 '그저 나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살면 좋겠다'는 소박한, 그러나 쉽지 않은 바람으로 남았습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은 죽음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지는 것 같습니다. 큰 욕심 없이 산다면 그나마 주어진 인생도 제법 즐기면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경쟁에 몰두하며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는 우리 인생에 남은 것은 갑질과 피해의식, 자포자기밖에 없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죽고 나면 이 세상에서의 모든 집착과 미련은 사그라들겠지만, 남겨진 이들에게 남겨질 저에 대한 기억의 걱정만은 쉽게 포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가 저의 기억에는 좋은 아버지, 좋은 장로님으로 남은 것처럼, 저도 최소한 가족에게만이라도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게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직도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는 것을 보며 삶과 죽음의 가까운 거리를 새삼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