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앞 골목길에 나타난 악동
예배당 앞 골목길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 두세 명 자전거를 타고 와서 빌라 앞에 섰습니다. 곧 자전거를 타지 않은 아이들도 몇 명이 합류합니다.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말끝마다 욕설을 섞어 가며 이야기하는데, 저도 이제 꼰대가 돼서 그런지 좀 거슬리더군요. 그래도 '요즘 애들이 그런가 보다' 하고 있는데 그중 키가 작은 한 녀석이 담배를 피우면서 아이들에게 뭐라고 떠들고 있었습니다. '아! 이건 어른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주의를 줘야지.'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너, 몇 살이니?"하고 물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이 "09년생인데요!" 2009년생이면 도대체 몇 살이나 먹은 건지 계산이 안 됩니다. 다시 "그래서 몇 살이야?" 물으니 담배를 쭉 빨아 마시면서 왜 그러냔다. "왜 그러냐니? 나이 어린 녀석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까 그러지!" 이렇게 말을 했음에도 그저 몇 걸음 뒷걸음치면서 담배를 연신 빨아댑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흘끗흘끗 저를 째려봅니다. 될 수 있으면 웃으면서 조용히 말하려고 했는데 살짝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담배 안 꺼?" 그제야 친구 자전거 뒤에 걸터 서더니 골목을 빠져나갑니다. 제가 덩치가 크니까 본격적으로 대들지는 못하겠고 흘끗흘끗 계속 쳐다보는 게 티껍다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큰길로 나가기 직전까지 마지막으로 열심히 담배를 빨아대면서요.
아이들이 우르르 빠져나가자 생각이 복잡합니다. 나 학창 시절에는 저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요즘 학교 선생님들 참 힘드시겠다. 왜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어른들은 한마디도 안 할까? 이 녀석이 우리 집을 아니까 나중에 와서 오토바이나 유리창에 해코지하는 거 아닌가? 어른인 척은 했지만, 목사의 역할은 제대로 못 한 거 같아서 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