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한 명절입니다.
명절을 맞아 강원도에 홀로 계신 어머니께 다녀왔습니다. 1박 2일 일정으로 네 식구가 출발하였습니다. 교통체증으로 여행은 길어졌고 차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다른 집과 비교할 때 공감도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었고 서로 섭섭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어머니께 도착해서는 텔레비전 리모컨 사용법을 제일 먼저 알려드렸습니다. 가끔 리모컨을 잘못 눌러 외부입력 선택이 잘못돼 저에게 전화하여 텔레비전이 안 나온다고 하시는데, 전화로 설명해도 잘 못 알아들으시고 제가 곧바로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했기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찬찬히 알려드렸습니다. 그렇지만 80세 노인이 알아듣기에는 어려운 말입니다. 어머니가 '이젠 바보가 돼서…'라며 한숨을 쉬시는 걸 보는 저의 기분도 끝 간데없이 착잡해집니다.
아이들 세대와 부모님 세대 사이에 끼어서 위와 아래를 다 챙겨야 하지만 잘 해낼 수는 없고 그렇다고 소통이 원활한 것도 아닌 제 모습, 제 세대의 현실을 다시금 느낍니다. 마치 군대에서 사고 치는 일이병과 잔소리하는 병장 사이에 끼인 상병이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아이들에게 섭섭한 것이 있을 때는 반항끼 충만했던 저의 청소년기가 떠오르고, 기억력이 깜빡깜빡하고 말귀도 잘 못 알아들으시는 늙으신 어머니를 보면 온갖 사랑으로 나를 키우셨던 옛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섭섭함보다는 미안함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아! 결국은 아들이었고 아버지가 된 제가 지금 감당하고 짊어져야 할 짐이겠지요. 아니, 정정합니다. 나를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이 계시고 또 내가 더 많이 사랑하게 될 아내와 아들들이 있다는 것이 어찌 부담이고 짐이고 고난이겠습니까! 받은 사랑과 받을 사랑을 생각하면 지금 이런 푸념은 아직도 제가 많이 어리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아주 행복한 명절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