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강원도로 돌아가셨습니다.
겨울이 되면 강원도에 혼자 계신 어머니를 우리 집으로 모셔 옵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시고, 혼자이시지만 이미 생활이 농촌에 맞춰져 있으니 그냥 시골에서 사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보일러도 없는 곳에서 혼자 겨울을 나는 건 어렵기에 작년 11월 말에 어머니를 모셔 왔습니다. 그런데 아직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인데 시골집으로 돌아가시겠다고 주장하셔서 지난주에 모셔다드리고 왔습니다. 시골에 계시나 서울 계시나 할 일 없이 무료한 것은 마찬가지이겠으나 아무래도 서울이 불편하셨나 봅니다. 저도 답답해하시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것이나 저녁 늦게나 집에 돌아오는 것이 마음에 걸리던 참에 차라리 모셔다드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달 넘게 비워두었기에 여기저기 복구해야 할 곳이 생깁니다. 우물 모터를 잠그고 갔는데 가스 온수기에 남아있던 물이 얼어 터져서 전기 차단기가 떨어져 냉장고 안의 음식들이 다 상했습니다. 전기를 복구하고 우물 모터를 돌리니 화장실의 수도꼭지도 터져서 물이 사방으로 튑니다. 온수기를 철거하다가 수도와 연결된 부분을 잘못 건드려 또 물이 쏟아져 물벼락을 맞았습니다. 그래도 읍내에 나가서 당장 드실 먹거리와 배관 부품을 사 와서 수리를 마치니 그럭저럭 계실만하게 됐습니다. 저녁에 서울로 출발하는 저에게 "앞으로는 겨울에도 그냥 여기에서 있으련다."라고 하십니다.
올라오는 길에 생활의 터전, 늘어나는 수명, 그래서 같이 노년에 되는 부모 자식 세대 현상, 자식의 도리,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년의 외로움, 천국과 인생 등등 생각이 복잡했습니다. 신앙심에 인생의 연수가 더해지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는 것이 연륜이고 노년의 현명함일 텐데 저는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저 어머니가 건강하게 잘 계시기만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