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일 만에 큰아들이 돌아왔습니다.
작년 12월 말에 제주도 롯데호텔로 실습을 떠났던 큰아들이 목요일에 실습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가는 날은 공항까지 알아서 가겠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와주시면 좋지요!"라고 합니다. 친한 형이 픽업하기로 했는데 일정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아들이 이런 부탁을 해주는 게 내심 기분 좋은 나이가 됐습니다. 함께나누는세상 출근 날짜를 바꾸고 공항에 갔는데 비행기가 30분 가까이 연착하였습니다. 공항 주변을 빙빙 돌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드디어 아들과 상봉하였습니다. 무려 70여 일 만에 만나는 것입니다. 반가움에 와락 끌어안아 주고 싶었지만 짐 싣고 출발하기 바쁩니다. 외지 생활에 또 그만큼 얼굴선이 굵어진 것 같이 느껴집니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장인 장모께 들러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이는 집에 와서 짐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고는 곧바로 친구를 만난다고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습니다. 저에게 실습보고서 스캔을 부탁하면서.
아이들이 장성하면 부모를 떠나 독립하는 것은 잘 압니다만, 장성해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여전히 부모의 그늘 밑에 있는 것은 더 큰 걱정이라는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오랜 외지 생활을 마치고 반갑게 만날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알지만, 좀 섭섭했습니다. 문득 우리 어버이이신 하나님이라면 우리를 향해 어떤 감정을 느끼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성해서 떠나는 것을 기뻐하실까, 장성해서도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실까,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는 것을 대견해하실까?
제가 믿는 하나님은 분명 건강하고 올바르게 잘 자라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자녀를 대견한 마음으로 보시며 응원해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니 저도 아이들이 부모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감사하고 기쁘게 바라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건강하게 돌아와줘서 고맙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