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림절기를 다시 맞으면서
어느새 아기 예수님의 나심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강림절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년 강림절을 맞았었는데 1년이 지난 오늘 코로나 종식은커녕 7차 유행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집합금지 명령이 없어진 것만 해도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교회력을 보면서 문득 삶의 의미를 묻게 됩니다. 매년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시작하는 강림절이고 어김없이 돌아오는 12월 25일은 성탄절입니다. 어릴 적에는 왜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고 설렜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이나 교회에서 주는 선물 때문이었겠지요. 청소년 시절에는 교회 학생부에서 하는 '올 나이트' 행사에서 여자애들과 손을 잡고 추는 포크댄스를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목사 20년 차, 강림절을 잘 준비해서 성탄절을 특별한 날로 맞이할 수 있도록 하자고 교우들을 독려하지만, 그냥 때가 되면 돌아오는 기념일 중 하나같은 느낌이 돼버렸습니다.
어리고 젊은 시절에는 하루하루가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똑같이 시작하는 하루, 등교와 일상의 반복, 같은 친구들이었음에도 매일이 달랐고 흥미진진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루한 무한반복 같이만 느껴집니다. 그때는 세상이 다 내 것 같았고 내가 마음먹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만, 지금은 나 자신이 얼마나 작고 약하며 평범한 사람인지를 적나라하게 깨닫습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보면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겠지요.
읽지 않은 책의 새 페이지 같은 청춘 시절을 보내고 이젠 하도 많이 읽어서 너덜너덜해진 것 같은 책 같은 인생의 한 페이지를 다시 넘기며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만든 무한반복의 달력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의미를 찾아 헤매기에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