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그리스도인 추모기도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지난 수요일(14일) 초강력 한파가 전국을 강타해 꽁꽁 얼렸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는 10.29 이태원참사 그리스도인 추모기도회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도로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책임적 조치도 매우 부족했고 유가족협의회도 구성되지 않은데다 참사가 정쟁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시민사회 진영이 애도 활동을 자제하엿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유가족협의회도 구성되었고 금요일이 49재라 이에 맞춰 시민사회가 추모 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 추모기도회가 첫 번째로 열리게 된 것입니다. 감리교회에는 이렇다 할 대응 기구가 없던 차에 과거 박근혜 정권 때 시국대책을 논의하던 기구가 이번에 감리교시국대책연석회의라는 이름으로 재결성되었고 이번 기도회의 주최단체 중 하나로 참여하게 되어 저도 기도회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연석회의의 집행위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태원은 젊었을 때와 군 생활 시절에 수없이 머물고 지나다닌 곳이었지만 나이 먹고는 갈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번 참사 후 마음이 착잡해 더 발길이 닿지 않았을 곳이었는데 이번 기도회 참석하느라고 가게 되었습니다. 지하철 역 입구에는 애도의 마음을 담은 수많은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또 참사가 벌어진 해밀턴 호텔 옆 골목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좁았기 때문입니다. 그 좁은 골목에 수백 명이 몰려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많은 개신교 단체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단상을 만들고 의자를 깔아놓는 등 수고를 하였습니다. 기도회는 정각 7시 30분에 시작하여 9시가 넘어서 끝났습니다. 말씀을 전한 박득훈 목사님(성서한국)은 정부가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것에 분노하며 하나님이, 그리고 유가족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결코 모욕당하지 않는다고 외치셨습니다.
기도회 중 두 분의 희생자 가족이 발언을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딸 이민아님을 잃은 아버지는 말을 좀 더듬으셨지만 왜 자기 딸이 세상을 떠나야 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 헤매게 한 정부와 지자체에 분노를 터뜨리실 때는 큰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또 한 분의 어머니가 나오셔서 발언을 하셨는데 그 분은 천주교 신자이셨습니다. 그 어머니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과 죽은 아들을 안은 성모님을 생각하면 자신의 고통이 참을만하다고 하셨지만, 참사와 유가족에 대한 언론과 정부의 발표는 전부 다 거짓말이라며 속지 말아달라고 당부하였습니다. 또 눈물을 삼켜가며 "마약 검사를 받으라고 해서 받았고 혐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그러면 정부가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사과도 없었다, 이번 참사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말씀을 이어갔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긴 했지만 솔직히 너무 추웠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내복은 물론 옷을 몇 겹이나 껴 입고 양말도 두 켤레나 신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지만 맹추위는 발가락이 잘린 것 같은 아픔을 느끼게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일어서 지하철역으로 뛰어가고 싶었지만 그 자리에 함께하신,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아픔을 생각하면 차마 그 앞에서 춥다, 아프다, 힘들다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기도회에 참석한 다른 분들 모두 저와 같은 심정이었을 겁니다.
발언 하신 어머니 말씀 중에 "나는 민석이 혼자만의 아픔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유가족 공동체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158명의 아픔까지 고스란히 가슴에 담아야 해서 감당을 못하지만, 그것을 감내해야 사실을 일 수 있기 때문에 견디고 있는 거다."라고 한 것이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158명 모두가 158개의 꿈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가족들에게는 짓이겨진 그 158개의 꿈이 다 자기 것처럼 아프게 다가올 것임을 저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함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많이 아파도 같이 받아 안고 보듬지 않으면 이런 아픔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보듬지 못한 세월호의 아픔이 이태원의 아픔으로 재현된 것입니다.
참사 부상자였던 한 고등학생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들려온 날이라서 더 춥고 쓰렸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지난주 16일(금)에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노조법 2조·3조개정운동본부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감리교시국대책연석회의와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가 함께 지지 방문하였습니다.
노조법개정운동본부는 단식 농성 17일 차를 맞았습니다.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3조는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무력화시켜 간접고용,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22일까지 가로세로와 높이 각 1미터 공간에 자신을 가뒀던 대우조선해양 유최안 노동자의 헌신적 투쟁으로 4.5% 임금인상(노동자 측 요구는 30%)에 합의하고 파업은 끝났지만, 사측은 하청노조 간부 다섯 명에 대해 47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470억 원은 월급 2백만 원인 하청노동자가 감당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 바로 노조법 2조·3조 때문입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법이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입니다. 이 법은 여당의 반대와 야당의 미온적 태도로 아직 본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정운동본부는 국민적 12월 19~23일의 일주일 동안 시민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한 끼 동조 단식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한 끼 식비 1만 원을 모아서 12월 27일에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신문광고를 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어서 화물연대본부 농성장을 지지 방문하였습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이봉주 위원장이 5일 차 단식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화물연대는 최근 파업을 16일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운송을 거부하였지만 윤석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발동과 여론 호도로 일관하였습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화물연대에 '귀족노조'라는 비난과 더불어 파업을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하루 16시간 일해 월 300만 원을 버는” 귀족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합니다.
또 화물노동자들의 살인적 업무 강도를 호소하며 안전운임제가 단순하게 임금을 더 받자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형 화물차 교통사고가 나면 그 대상은 불특정다수인 일반 국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므로 화물노동자들이 피로하지 않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은 전체 안전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모든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후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라고 한 성서 구절은 만물의 화합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한 시인은 '사람이 무엇이관대 주께서 저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관대 주께서 저를 권고하시나이까'라고 노래합니다. 한 생명 한 생명이 다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과 자비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보살핌을 받는 귀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고 자고 입는 모든 것을 위해 땀 흘리는 귀한 존재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감사해야 함은 물론이고 더욱 관심을 갖고 응원해야 할 존재가 바로 노동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