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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희생제물 (1)

한 사회의 종교의례들에 자신을 일치시키려고 하지 않거나 일치시킬 수 없는 사람은 그 사회 안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다. - 발터 부르케르트, "호모 네칸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일반적으로 예수의 죽음을, 우리 문화의 어법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은유인 희생제물로 언급한다. 동물 도살이라는 생각 자체가 이미 혐오스럽고 불법적이기에 신학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우리가 예수의 죽음을 희생제물로 언급할 때 그 의미는 불의한 세상을 무사태평하게 돌아다니게 할 자유통행증 같은 것이 되기도 한다. 아버지가 자식의 밀린 대금을 대신 내주는, 이른바 '신용카드 신학'이다. 그러나 고대 세계에서는 희생제사가 만연했고 어느 도시에서나 중심적 주제였다. 이런 문화적 배경에서 예수의 죽음을 희생제물로 언급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 고대의 희생제물   헤시오드의 '신들의 계보학'에 인간을 위해 황소를 죽인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보면, 인간이 육류를 먹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는 정서를 볼 수 있다. 소작농이 육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드물었다. 육류를 먹을 수 있는 희생제사는 '도살'과 더불어 '축제'와 연관된 종교 행사였다. 헬레니즘 도시의 일등 시민에 의해 조직되고 지원되는 전형적 공식 축제는 희생제물이 될 동물을 잡아 맛있는 부분은 핵심층에게 분배하고 나머지는 끓이며 허접한 부분은 제단 불에 태워 신들에게 바친다. 생존에 허덕이던 고대인들은 요리된 고기가 분배되는 축제의 시작을 고대했다. 분배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똑같은 양으로 진행되었지만, 로마 후기에는 하향식 브로커(후견인) 체제를 반영하여 중심축 바깥의 여성, 비시민권자, 아이들, 외국인은 더 작고 질이 떨어지는 고기를 받게 되었다. 
결국 외형상 신들에게 바치는 희생제사는 먹는 것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를 통해 공동체의 질서를 표현하고 동시에 제단을 둘러싼 공동체를 규정한다. 우선 희생제사는 가정, 단체, 도시, 제국 등 소속한 사람의 공동체의 경계선을 설정한다. 그리고 그물처럼 짜인 사회적 지위, 위치, 위계질서 등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인 구분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희생제사에 참여하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위치를 알게 되고 이런 질서에 수긍하게 될 것이다. 헬레니즘 문화는 희생제사를 통해 이런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유대교의 기본적 희생제사는 인간에게 떼어주는 것 없이 야웨를 만족시킬 향기로운 선물로 드리기 위해 제물을 완전히 불태우는 '번제'였다. 번제 외에도 헬레니즘 도시와 비슷한 '화목제', 의식적 무의식적 계명 위반의 용서를 위한 '속죄제'와 '속건제' 가 있었다. 고기의 소비를 중재하였고, 생활의 경계선을 표시하고 규정하는 제사장들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졌다. 소작농들에게 기존 질서를 위반한다는 것은 어느 경우에든 먹을 것을 바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앙의 규모가 너무 커, 통상적 희생제사로는 회복이 어려울 때는 종종 인신제사를 드리곤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보통 극빈자 등 사회적 밑바닥 계층을 선택하여 추방하거나 신들을 화나게 한 것을 대신 지고 나가게 하는 제의적 관습이 있었다. 로마 시대의 범죄자 처형도 이런 희생제사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보다 더 고귀한 것은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희생제물이 되는 것이다. 고귀한 순교자의 죽음은 때로 속죄제의 성격도 띤다. 이 경우에는 처녀나 장군을 선호한다. 전쟁에 나가는 장군은 자신을 희생제물로 선언한다. 유대인들도 순교자와 영웅의 죽음을 속죄제의 희생제물로 이해하게 되었다.
고대 공동체들은 희생제사와 제단을 중심으로 모였다. 신들과 인간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먹는 식탁이 있고 그 장소는 신들에게 어울리는 거룩한 곳이어야 한다. 희생제물의 피는 부적절한 것을 제거하는 신성한 힘이 있다. 희생제사는 사물의 질서를 바로잡아주고 사물이든 사람이든 각각 적합한 장소에 놓이도록 하여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유지하게 해준다. 희생제사로 신들도 만족하고 사람들도 고기를 먹으며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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