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완결도서 모아보기

[예수와 권세들] [수난을 넘어서] [원복]
[문명의 위기와 기독교의 새로운 대서사]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조회 수 2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sunanb.jpg

3장  희생제물 (4)

◆ 떠남   초창기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로마의 진정한 백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경멸하며 파멸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이 희생제사 거부를 이해할 수 있는 정신적 기초이다. 고대 세계에는 장소적 형태와 유토피아적 형태의 종교가 있다고 하는데(조너선 스미스) 희생제사는 장소적 종교의 전형이다. 로마의 황제는 희생제사 전통을 발전, 보급하고 이를 통해 질서를 부여하였다. 그러나 이런 세상은 노동력이 없거나 남성의 세계에서 내쳐진 이들에게는 쫓겨날 가능성이 큰 쓸모없는 세상이다. 장소 중심 종교는 전쟁, 사회적 변혁, 경제적 억압 등에 의해 정당성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유토피아적인 종교, 장소가 없는 길이다. 이 길은 흩어지고 움직이며 이동한다. 현존하는 세상으로부터의 이탈을 꿈꾸는 이런 형태는 '구원자' 종교들이다. 구원자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세상에서 패배한 사람들을 더 새롭고 좋은 장소, 궁극적인 집으로 인도한다. 그리스도교도 그중 하나였다. 예수를 따랐던 사람들은 노예, 성매매 여성, 죄인, 장애인처럼 마을, 가정, 가족으로부터 철저히 떠났던 사람들이다. 이 운동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하는 계기를 발견했지만 실제로는 '장소가 없는' 혼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기에 가장 위험했다. 
예수의 추종자들에게 로마의 반체제 혐의로 처형된 예수의 죽음은 모든 것을 분명해지게 했다. 로마제국은 하나님의 제국을 용납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제국이 지정해준 장소들에서 떠났고 희생제사를 멈추었다. 이런 행위는 유대교 예언자 전통 속에서 자신들에게 진실을 말해줄 반(反)희생제사적 메시지를 발견하게 한다.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식사하던 예수는 적대자들에게 '내가 바라는 것은 자비요, 희생제물이 아니다'라는 말씀의 뜻을 배우라고 했다. 희생제사와 더불어 시작되는 청결함이 보증된 격식 있는 식사에는 죄인을 위한 자리가 없었다. 적절한 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희생제사는 걸림돌이 되었고 결국 이들과는 무관한 것이 되었다. 이미 속죄의 의미를 담은 순교자의 죽음을 알고 있었던 추종자들은 자신들을 위한 '희생제물이 된 예수'라는 은유로 확장하였다. 제단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는 물론 희생제물이 아니었다. 예수는 매 맞고 찔리고 찢긴, 흠 없는 양이나 처녀, 심지어는 영웅도 아니었고 지성소가 아니라 도시 성벽 바깥의 악취 나는 시쳇더미에 버려졌다. 이런 예수를 희생제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로마제국의 희생제사에 대한 역설과 통렬한 반대였다. 
히브리서는 예수의 죽음을 언약의 희생제물로 규정하며 모든 희생제물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마지막 희생제물로 본다. "그는 거룩하게 되는 사람들을 단 한 번의 희생제사로 영원히 완전하게 하셨습니다."(히브리서 10:14) 희생제사 개념을 추상적인 것으로 만들고 철폐하게 한 것이 그리스도교가 유대교를 대체하고 넘어섰다는 주장의 핵심 근거가 된다. 히브리서는 유대교 기법을 통해 유대교 전통 그 자체 안으로부터 반희생제사적 정서를 고무시키고 있다. 제국에 대항하여 반체제적 입장에 섰던 사람들, 자신에게 배정된 자리를 거부하던 사람들이 처한 공개적 수치와 모욕, 투옥과 재산 몰수라는 공동의 운명에 이 서신은 시의적절했다. 
히브리서는 아벨, 에녹, 노아, 아브라함을 들며 '떠남'이라는 주제의 유대교적 대서사 전통을 결단과 믿음의 도전정신과 연관시킨다. 유대교 대서사 전통에서 믿음은 흔히 거부당함을 받아들이는 것, 쫓겨나는 것, 그리고 새로운 약속의 땅, 새로운 제단이 있는 장소를 찾아 유랑하는 것을 의미했다. 장소 없이, 자유롭게,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이런 개념은, 수많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느꼈을 소외와 불만의 경험에 대한 참된 종교적 반응이었다. 순교에 직면한 사람들은 신앙을 인내로서만 말하지 않고 떠남으로도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예수는 사실상 희생제물이 아닌 희생제물로 죽었다. 실제로는 제국에 의한 잔인한 처형이었지만 장소의 독재와 장소의 안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여, 두려움과 떨림 속에서 장소-없음의 미래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

  1. [수난을 넘어서] 예수 죽이기 (하나의 결론)

    예수 죽이기 (하나의 결론) 추종자들은 예수의 죽음이 비극이나 재앙이 아니라고 깨닫고, 그의 죽음을 삶에 연결시켜 집중하는 다양한 방법을 발전시켰다. 처음에는 단순히 대로마제국의 환상에 맞선 반체제 인사의 희생으로 말하였다. 이후 영광스러운 희생...
    Date2022.04.30 By좋은만남 Views14
    Read More
  2. [수난을 넘어서] 에필로그 한 무명인의 부활 (2)

    에필로그 한 무명인의 부활 (2) ◆ 부활은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한다 예수의 부활은, 추종자들이 지금까지 예수에 관해 알고 있었던 것이 옳았다는 확신을 준 놀라운 사건이었다. 부활이 없었다면, 그리스도교는 없었을 것이다. 예수 부활의 증거는 그다지 설...
    Date2022.04.23 By좋은만남 Views11
    Read More
  3. [수난을 넘어서] 에필로그 한 무명인의 부활 (1)

    에필로그 한 무명인의 부활 (1) 오늘날 사람들이 부활에 대해 들었을 때 예수의 부활을 떠올릴 것이다. 부활은 오직 특별한 존재인 예수에게만 돌려질 수 있다. 그러나 고대인들은 부활 자체를 믿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스도교의 부활 선언도 특이한 것...
    Date2022.04.16 By좋은만남 Views12
    Read More
  4. [수난을 넘어서] 3장 희생제물 (4)

    3장 희생제물 (4) ◆ 떠남 초창기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로마의 진정한 백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경멸하며 파멸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이 희생제사 거부를 이해할 수 있는 정신적 기초이다. 고대 세계에는 장소적 형태와 유토피아적 형태...
    Date2022.04.09 By좋은만남 Views21
    Read More
  5. [수난을 넘어서] 3장 희생제물 (3)

    3장 희생제물 (3) ◆ 우리는 먹지 않는다! 고대 세계에서 의생제물에 관한 이야기는 성스러운 시가의 중심 주제였다. 그러나 초기 그리스도교 예배에서는 실제로 희생제사가 없었고 어떤 동물도 살해되지 않았다. 심지어 신주(神酒)도 따르지 않았고 제단도 없...
    Date2022.04.02 By좋은만남 Views17
    Read More
  6. [수난을 넘어서] 3장 희생제물 (2)

    3장 희생제물 (2) ◆ 희생제물 예수 추종자들이 예수의 죽음을 희생제물로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예수운동 초기 공동체 형성 과정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희생제물은 개인적 삶이 아니라 집단적 삶의 영역과 관계된 이미지이다. 아직 확고한 정체성이 없는 초...
    Date2022.03.26 By좋은만남 Views24
    Read More
  7. [수난을 넘어서] 3장 희생제물 (1)

    3장 희생제물 (1) 한 사회의 종교의례들에 자신을 일치시키려고 하지 않거나 일치시킬 수 없는 사람은 그 사회 안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다. - 발터 부르케르트, "호모 네칸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일반적으로 예수의 죽음을, 우리 문화의 어법에서는 결코 ...
    Date2022.03.19 By좋은만남 Views24
    Read More
  8. [수난을 넘어서] 2장 순교자 (4)

    2장 순교자 (4) ◆ 죽는 순간까지 초지일관하는 사람 고귀한 죽음이 다른 사람을 위해 대신 죽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은 강력했다. 로마로부터의 독립전쟁인 유다전쟁 직후에 기록된 마가복음은 성전 파괴로 더 이상 제사 종교를 유지하지 못하여 심...
    Date2022.03.12 By좋은만남 Views12
    Read More
  9. [수난을 넘어서] 2장 순교자 (3)

    2장 순교자 (3) ◆ 죽기까지 순종하는 고귀한 죽음이라는 개념은 헬레니즘 문화와 초창기의 헬라주의적 유대교에서는 일반적이었고 특히 마카비 가문 순교자들의 성지이자 고향과도 같은 안디옥에서는 강하게 각인되었다. 안디옥은 사도 바울도 회심 후 강당 ...
    Date2022.03.05 By좋은만남 Views22
    Read More
  10. [수난을 넘어서] 2장 순교자 (2)

    2장 순교자 (2) ◆ 고귀한 죽음 대의를 위해 고귀한 죽음을 죽는 것,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원칙을 사수하는 것은 헬레니즘 문화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이상이었다. 당시 대중적인 철학자들은 자신의 신념을 타협하지 않으면서 평정심과 용기를 잃지 않고 죽음...
    Date2022.02.26 By좋은만남 Views20
    Read More
  11. [수난을 넘어서] 2장 순교자 (1)

    2장 순교자 (1) 나를 따라오려고 하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 - 마가복음 8:34 ◆ 대의를 위한 죽음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은 그의 죽음이 단순한 희생자의 죽음이 아닌 목적이 있는 죽음이었음을 곧 이해하게 되었다....
    Date2022.02.19 By좋은만남 Views15
    Read More
  12. [수난을 넘어서] 1장 희생자 (4)

    1장 희생자 (4) ◆ 또 다른 시대, 또 다른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은 제국과 제국의 세계관에 맞서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며, 걸인, 굶주린 이, 억압받는 이, 박해받는 이들이 설 자리를 얻게 되고 제국의 소모품이었던 사람이 하나...
    Date2022.02.12 By좋은만남 Views14
    Read More
  13. [수난을 넘어서] 1장 희생자 (3)

    1장 희생자 (3) ◆ 하나님과 캐사르 세금은 문제의 핵심이다. 후견인 체제와 브로커 체제에 의해 로마로 원활히 흘러 들어간 세금은, 확실한 충성심을 보인 사람들에게만 선택적으로 재분배되었다. 적대자들이 세금 문제를 대놓고 물었을 때 예수는 '동전의 초...
    Date2022.01.29 By좋은만남 Views11
    Read More
  14. [수난을 넘어서] 1장 희생자 (2)

    1장 희생자 (2) ◆ 로마의 황금시대 제국을 하나로 묶었던 두 번째 큰 힘은 이념적인 것, 신학적인 것이었다. 로마인들의 정신세계는 속속들이 종교적이었다. 그들에게 로마의 평화는 신들이 정한 축복과 평화의 위대한 시기로, 과거에 이미 예견되었고 신의 ...
    Date2022.01.22 By좋은만남 Views11
    Read More
  15. [수난을 넘어서] 1장 희생자 (1)

    1장 희생자 (1) 예수의 개인적인 열망과 희망이 무엇이었든 하나님의 나라가 다가오고 있다는 그의 메시지는 그를 승리자가 되게 한 것이 아니라 희생자로 만들었다. - 헬무트 퀘스터 "희생자 예수"(1992) ◆ 제국의 희생자 예수 예수는 세계가 일찍이 경험해...
    Date2022.01.15 By좋은만남 Views10
    Read More
  16. [수난을 넘어서] 프롤로그 한 무명인의 십자가 처형

    프롤로그 한 무명인의 십자가 처형 희망은 항상 역사가 아니며 과장도 아니다. 이 경우, 이전에도 이후에도 종종 그런 것처럼 공포가 역사이다. - 존 도미니크 크로산 "누가 예수를 죽였는가?" ◆ 예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우리는 마치 대서사극처럼 펼쳐...
    Date2022.01.08 By좋은만남 Views26
    Read More
  17. [수난을 넘어서] 서론 예수는 죽었는가?

    서론 예수는 죽었는가? 예수는 대략 2천 년 전에 살았고 기원후 35년경 팔레스타인의 로마 총독에 의해 처형되었다. 그는 이미 죽은 과거의 인물이다. 그러나 "예수는 죽었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간단히 '예' 혹은 '아니오'로 대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
    Date2022.01.01 By좋은만남 Views2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