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완결도서 모아보기

[예수와 권세들] [수난을 넘어서] [원복]
[문명의 위기와 기독교의 새로운 대서사]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202119-0509.jpg

둘째 길  어둠을 벗삼기, 떨쳐버림과 받아들임 : 비아 네가티바 VIA NEGATIVA (부정의 길)

종교는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의지력을 사용하는 금욕주의로 비아 네가티바를, 고행으로 명상을 대체했다. 죄에 몰두하는 과장된 타락/속량론은 인간의 죄스러움만을 명상하게 하였고, 이때 예언자적 목소리는 묵살된다. 비아 포지티바가 우리 삶을 우주적 넓이로 확장한다면 비아 네가티바는 신적 깊이를 열어준다. 우리는 기쁨과 황홀만이 아니라 고통과 슬픔에서도 우리가 우주적 존재임을 배운다. 빛으로 그려지는 긍정의 하느님과 어둠으로 그려지는 부정의 하느님은 결국 같은 하느님이다. 


[마당 11] 비움 :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침묵을 받아들임


하느님은 우리가 하느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 훨씬 너머에 계시다는 것을 믿을 때, 오로지 그때 우리는 하느님을 참으로 안다.     - 토마스 아퀴나스

서양 문명권이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오색찬란한 빛으로 인간을 매혹하면서 종교도 빛을 지향하게 되었다. 어둠을 무시하거나 인간의 죄에 환원시키고 빛을 구원과 연결 짓는 감상적인 찬가들이 이 세계에 과도한 조명을 비추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어둠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소리, 이미지가 없는 것을 두려워하며 더 많은 빛과 이익, 영웅을 좇고 있다. 그러나 무릇 인격의 성장은 어둠 속에서 일어난다. 빛을 지향하는 영성은 피상적이고 표면적이지만 큰 나무를 땅 위에 세우고 자라게 하는 것은 깊고 어두운 땅속의 뿌리이다. 간, 장, 뇌 등 신비로운 우리 몸의 장기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일하고 우리 마음은 어둠 속에서 섬세하게 작용한다.
근대 서양 문명이 어둠으로 도피하려는 것은 사멸성으로부터의 도피, 이승의 삶을 떠나보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났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가부장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이다. 어둠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곧 두려움, 분노, 성, 슬픔, 죽음, 미지의 것이다. 그러나 우리 존재의 깊은 곳이 모두 밝은 빛을 받지는 않는다. 이것을 분명히 보기 위해서는 어둠 속으로, 내적 심연 속으로 기꺼이 잠겨들어야 한다.
어둠을 발견하고 벗하기 위해서는 무슨 특별한 수행 없이도 우리 삶이 이미 어둠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성찰하면 된다. 우리는 어두운 밤의 사랑의 순간에 잉태되었고 어두운 자궁에서 자라났지만, 그 어둠이 두렵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의 기원이다. 어두운 우리의 기원들에 대한 명상은 중요하다. 또 고통과 고난, 이별이나 죽음 등 관계의 단절도 신비와 어둠이 더불어 발생한다. 현대는 전례 없는 새 차원의 어둠에 직면해 있다. 인간 삶과 실존의 종말, 핵소멸 등 상상할 수조차 없는 어둠을 정면으로 대면하여 벗삼기를 하지 않으면, 이것들은 적이 되고 우리에게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명상, 이미지, 모상, 기획, 명칭, 존재와의 접촉을 떨쳐버릴 필요도 있다. 시간, 공간, 내면이나 외면의 이미지, 언어조차도 떨쳐버리고 비언어, 비음악, 비자아, 비하느님에 집중하고 가만히 있는 침묵은 중요하다. "하느님을 사랑하되 비하느님, 비정신, 비인격, 비표상이기에 사랑하라."(에카르트) 계획된 분주함을 버리고 침묵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 더 나아가 하느님까지 떨쳐버리는 순수한 떨쳐버림에 이르러야 한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쉼으로 현존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그저 앉아 있거나 자연이나 음악, 시를 통한 황홀체험이 침묵의 배경이 될 수도 있다. 교통사고나 입원, 수감, 이별의 깊은 슬픔이 우리를 침묵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떨쳐버림은 비아 네가티바의 가장 확실한 명상 기술이다. 이 기술은 우리를 또한 잠겨듦의 영성여행으로 인도한다. '떨쳐버림은 하느님 안으로 떨쳐버림으로' 영원히 잠겨들어야 한다. 그러면 이 깊고 어두운 곳에서 특별히 거처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게 된다. '초본질적인 어둠'이신 하느님을! 
?

  1. [원복]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9] 우주적 환대인 거룩함 : 창조계 황홀 체험을 나눔이 이루는 감사와 찬양의 거룩한 기도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9] 우주적 환대인 거룩함 : 창조계 황홀 체험을 나눔이 이루는 감사와 찬양의 거룩한 기도 찾아오는 모든 손님을 그리스도처럼 맞아들이도록. 그분은 장차 "내가 나그네 되었을 때 ...
    Date2021.07.30 By좋은만남 Views16
    Read More
  2. [원복]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8] 실현된 종말론 : 때의 새로운 인식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8] 실현된 종말론 : 때의 새로운 인식 내 배가 큰 것에 부딪혀 깊은 데로 가라앉는 느낌이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다! 아무 일도 … 침묵 … 물결 - 아무 일도 없다? 아니면 모든 일...
    Date2021.07.24 By좋은만남 Views33
    Read More
  3. [원복]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7] 우리의 왕다운 인격 존엄과 하느님 나라 건설 책임. 하느님 나라 신학인 창조 신학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7] 우리의 왕다운 인격 존엄과 하느님 나라 건설 책임. 하느님 나라 신학인 창조 신학 실제로 그리스도인마다 왕다운 인격으로 부름받았다. 왕처럼 사람마다 세계에서 통치권을 가...
    Date2021.07.17 By좋은만남 Views18
    Read More
  4. [원복]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6] 만유내재신론 : 모호하고 투명한 하느님 체험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6] 만유내재신론 : 모호하고 투명한 하느님 체험 하느님은 만물을 무지한 사람들이 잘못 상상하듯 당신 바깥에 있지는 않은 그런 식으로 창조하셨다. 만물이 하느님 밖으로 흘러나...
    Date2021.07.10 By좋은만남 Views42
    Read More
  5. [원복]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5] 신뢰 : 신뢰와 확장의 심리학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5] 신뢰 : 신뢰와 확장의 심리학 하느님의 최초·최선·최대 행위는 당신 백성에게 역사의 순간을 믿고 맡기심이다. 하느님은 그들이 온 공동체를 위해 해야 할 것을 하도록 믿고 맡...
    Date2021.07.03 By좋은만남 Views19
    Read More
  6. [원복]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4] 우주적 보편성 : 조화·아름다움·정의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4] 우주적 보편성 : 조화·아름다움·정의 자유로운 사고자여, 만물의 내면에서 생명이 타오르는 이 땅 위에서 그대가 유일한 사고자라고 생각하는가? 그대의 자유는 통제하는 힘을 ...
    Date2021.06.26 By좋은만남 Views11
    Read More
  7. [원복]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3] 땅스러움인 겸손 : 열정과 단순과 더불어 축복인 우리의 땅스러움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3] 땅스러움인 겸손 : 열정과 단순과 더불어 축복인 우리의 땅스러움 가없이 찬미하나이다, 주님. 땅 누님을 통하여, 우리 어머니 땅이 그 주권으로 우리를 먹이며 온갖 과일과 울...
    Date2021.06.19 By좋은만남 Views34
    Read More
  8. [원복]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2] 축복인 창조와 기쁨 맛보기의 회복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2] 축복인 창조와 기쁨 맛보기의 회복 창조중심 영성전통에서 '큰 사건'은 '타락'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여전히 작용하는 하느님의 창조력 또는 말씀이다. 창조는 멈춤 없이 계속되...
    Date2021.06.12 By좋은만남 Views19
    Read More
  9. [원복]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마당 1] 다바르 : 하느님의 창조력(말씀)

    첫째 길 창조계를 벗 삼기 : 비아 포지티바 VIA POSITIVA (긍정의 길) 왜 정작 인류는 생명 사랑, 경축, 함께하는 힘, 떨쳐버리기보다 죽음 사랑, 미사일, 군림하는 힘, 욕심부리기를 택할까? 서양 문명의 종교전통이 창조, 황홀, 우주적 인식보다는 속량, 죄...
    Date2021.06.05 By좋은만남 Views57
    Read More
  10. [원복] 실마리 : 지혜와 인류/지구 생존에 관한 두 물음(4)

    실마리 지혜와 인류/지구 생존에 관한 두 물음(4) 8. 교육의 변모 - 사람마다의 우뇌(右腦)를 반기기 : 창조중심 영성전통은 뉴턴과 데카르트식 좌뇌 중심 학문 체계의 한정된 영역 내에서만 가르칠 수 없다. 좌뇌병은 지구를 송두리째 파괴할 힘이 있는 치명...
    Date2021.05.29 By좋은만남 Views8
    Read More
  11. [원복] 실마리 : 지혜와 인류/지구 생존에 관한 두 물음(3)

    실마리 지혜와 인류/지구 생존에 관한 두 물음(3) 4. 정의와 해방 운동 :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예언자 전통에서는 아나윔(잊혀지고 억눌린 사람들)으로부터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창조중심 영성도 아나윔 신학의 운명을 겪었고 빙엔의 힐데가르...
    Date2021.05.22 By좋은만남 Views10
    Read More
  12. [원복] 실마리 : 지혜와 인류/지구 생존에 관한 두 물음(2)

    실마리 지혜와 인류/지구 생존에 관한 두 물음(2) 열 가지 이유로 창조중심 전통이 지혜와 인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새 패러다임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1. 위기 : 오늘날 두 위기가 모든 차이를 넘어 모든 사람에게 한결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핵전쟁 같은...
    Date2021.05.15 By좋은만남 Views6
    Read More
  13. [원복] 실마리 : 지혜와 인류/지구 생존에 관한 두 물음(1)

    실마리 지혜와 인류/지구 생존에 관한 두 물음(1) 책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지혜와 생존 추구에서 인류는 종교의 새 패러다임을 요청하는가?'와 '창조중심 영성전통이 그런 패러다임을 제공하는가?'라는 두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
    Date2021.05.08 By좋은만남 Views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