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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천사와의 씨름 (2)


(이어서) 이삭이 가까스로 에서를 축복(창세기 27:39-30)한다는 것도 어긋나는 점이다. 이삭이 축복한 ‘기름진 당’과 ‘하늘의 이슬’은 충분히 많아서 모두가 나누어 갖기에 충분히 넉넉한 것들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삭이 야곱의 패권에 대해 그것을 남용하지 않는 동안뿐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것이다. 야곱이 냉혹하게 행동하면 에서는 그의 목에 야곱이 씌운 멍에를 부술 것이다. 야곱이 받은 축복과 일치하지 않는 것을 보며 우리는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라고 믿어왔던 운명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 
진짜 의심이 드는 것은 야곱의 행동에 대해 본문이 묘사하는 방식이다. 언약이 무엇이든지 간에 속임수로 축복을 가로채고 변장해서 운명을 획득하는 것이 언약일 수 있겠는가?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의로움, 정의, 성실성, 진실함의 윤리(창세기 18:19)를 제시하였지만, 야곱은 눈먼 아버지를 속였다.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하나님은 속일 수 없다. 만일 하나님이 야곱에게 복을 주기 원하셨다면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마엘에 대해 정직하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하셨을 것이다. 이런 불일치가 너무 많아 우리가 그동안 믿어왔던 것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마침내 우리의 불편한 마음이 올바른 것이며 이 이야기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며, 오직 결말에 이르러서만 그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긴장은 마지막 장면까지 계속된다. 
야곱이 밤에 혼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적대자와 씨름하는 이야기는 어려운 수수께끼이다. 야곱은 에서를 피해 외삼촌 라반에게 도망쳐 20여 년을 지낸 후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이때 에서가 400명의 장정을 거느리고 자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겁에 질린다. 그는 에서에게 많은 가축을 선물로 보내고 기도를 바치며 살아남을 궁리를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이 이어진다. 
야곱은 밤에 혼자 낯선 자와 씨름을 한다. 야곱은 그에게 축복을 요청하였고 그는 야곱에게 새로운 이름을 줌으로써 축복한다. “네가 하나님과도 겨루어 이겼고, 사람과도 겨루어 이겼으니, 이제 너의 이름은,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다.”(창세기 32:28) 야곱과 씨름한 적대자는 누구였을까? 본문은 ‘어떤 남자’라고 하고 예언자 호세아는 ‘천사’, 유대교의 현자들은 ‘에서의 수호자’라고 하였지만, 야곱 자신은 그가 하나님 자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분명한 사실은 이 에피소드가 ‘이스라엘의 자녀들’이라는 백성의 정체성에 대한 열쇠라는 점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성격이나 소명을 담고 있다.
야곱이 느낀 공포와 한밤중의 씨름은 우리를 두 형제의 만남이라는 긴장된 순간에 대비하게 한다. 우리는 에서가 경솔하며 성질이 급하고 폭력적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에서가 등장하자 우리의 이해와 야곱이 느낀 두려움이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 에서는 아무런 분노나 적대감, 복수의 위협 없이 야곱에게 달려가 그의 목을 자신의 팔로 감싸고 입을 맞추며 함께 운다. 우리는 에서가 충동적이고 성을 잘 내지만 쉽게 망각하는 성품이라는 것을 알고 팽팽한 긴장감이 갑자기 풀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서 두 가지 특이한 야곱의 행동이 나타난다. 첫째 야곱이 에서 앞으로 나아가 일곱 번이나 땅에 엎드려 절을 하였고 그의 가족들도 그대로 따라 했다고 세 번을 반복한다. 둘째는 야곱의 언어이다. 그는 다섯 번이나 에서를 ‘나의 주님’이라 부르고 두 번이나 자신을 에서의 ‘하인’이라 낮추며 철저하게 자기를 비하한다. 이는 전날 밤 적대자와 씨름해서 이겼다는 맥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하나님과도, 사람과도 겨루어 이겼다’는 이스라엘이란 이름은 어떤 충돌에서도 살아남을 능력이 있다는 증표이었지만, 야곱은 완전히 굴종했다. 하나님은 리브가에게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라고 하셨고 이삭은 야곱을 축복하며 '형제들을 다스릴 것'이라고 했다. 그 예언이나 축복이 참된 것이라면 마땅히 에서가 야곱에게 엎드려 절해야 했고 에서가 야곱을 ‘나의 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지만 우리의 이해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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