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완결도서 모아보기

[예수와 권세들] [수난을 넘어서] [원복]
[문명의 위기와 기독교의 새로운 대서사]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gods_name.jpg

7장  천사와의 씨름 (3)


(이어서) 역할이 바뀐 것만이 아니다. 에서는 처음에 야곱이 전날 보낸 많은 가축 선물들을 거절한다. 야곱은 "아닙니다, 형님, 형님께서 저를 좋게 보시면, 제가 드리는 이 선물(minchah)을 받아 주십시오. 형님께서 저를 이렇게 너그럽게 맞아 주시니, 형님의 얼굴을 뵙는 것이 하나님의 얼굴을 뵙는 듯합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은혜를 베푸시므로, 제가 가진 것도 이렇게 넉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형님께 가지고 온 나의 축복(birkhati)을 기꺼이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창세기 33:10~11)라고 간곡히 권하여 에서가 그 선물을 받는다. 이 말에는 왜 야곱은 처음에는 ‘선물’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축복’이라고 말을 바꾸었는가, 에서의 얼굴을 보는 것이 어떻게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에서가 ‘나는 넉넉하다’라고 말했을 때 왜 야곱은 ‘저는 모든 것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을까 하는 세 가지 수수께끼가 숨어 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얼굴’이라는 단어의 반복이다. 야곱은 밤새 씨름한 장소에 브니엘(하나님의 얼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창세기 32~33장 전체는 계속해서 얼굴을 뜻하는 히브리어 ‘파님’(panim)의 다양한 변형을 보여주지만, 번역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에서와 야곱, 하나님 자신의 얼굴과 관련된다. 야곱이 아버지를 속일 때 이삭의 눈이 멀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력을 잃은 이삭은 에서로 속이고 온 야곱을 미각(맛보고), 촉각(만지고), 후각(냄새 맡고), 청각(목소리를 듣고)으로 신뢰하고 축복해준다. 그가 야곱의 얼굴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얼굴은 처음과 나중 장면을 연결한다.
우리는 비상한 문학적 현상 앞에 섰다. 표면적으로는 동생이 형을 밀어내는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의 단순한 이야기다. 그러나 기대했던 단순한 이야기에 어긋나는 것들이 계속 쌓이고 독자는 야곱이 아니라 에서에 공감하게 된다. 그러나 한밤에 낯선 적대자와 씨름한 후 야곱은 뜻밖에도 역할을 뒤집어 땅에 엎드려 형에게 절을 올리고 ‘나의 주님’이라고 부른다. 에서가 어떻게 야곱을 공격할까 궁금하고 기대했던 독자들은 포옹하고 입 맞추고 함께 우는 에서의 상상 밖의 행동에 놀라, 사실은 야곱의 행동이 더 이상하다는 것을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 
분노한 에서가 야곱을 죽일 작정이라는 것을 안 리브가는 두 명의 헷 여인을 아내로 맞은 에서가 부모의 근심거리가 된 것과 달리 야곱은 동족에게서 아내를 얻게 하자고 핑계를 대며 야곱을 피신시키려 한다. 야곱이 떠나려 할 때 이삭은 두 번째로 야곱을 축복하였다.(창세기 28:3~4) 이 두 번째 축복은 야곱이 아버지 이삭을 속여 받아냈던 축복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첫 번째 축복은 재물(이슬과 기름진 땅)과 권력(형제를 다스릴 것)을 말하지만, 이번에는 자손들(생육하고 번성)과 땅(아브라함에게 주신 땅)을 말한다. 자손들과 땅은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언약의 축복이고 창세기의 지배적인 주제이다. 하나님은 비옥한 땅이나 형제를 다스릴 것이라는 약속을 하지 않으셨다. 재물과 권력은 언약과 상관이 없고 이스라엘의 운명의 일부가 아니다. 이삭이 야곱에게 해준 두 번째 축복은 아브라함이 받은 언약을 유산으로 넘겨주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미래에 언약을 이어갈 사람은 ‘바로 너(야곱)’라고 말한 것이다.
이삭이 야곱에게 두 번째로 축복할 때는 그가 야곱인 줄 알고 했다. 야곱은 변장하거나 속일 필요도 없었고 이삭은 상속권을 박탈하여 에서에게 넘겨줄 의도도 없었다. 에서는 강건한 사냥꾼이었고 부자지간의 상호적 사랑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삭은 에서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했고 그에게 적절한 재물과 권력의 축복을 주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것들은 영적인 것이 아니라 물질적이다. 많이 다른 두 아들들은 서로 다른 축복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야곱이 가로챈 에서의 축복은 결코 야곱에게 적절한 것이 아니었다. 이삭은 야곱을 위한 다른 축복을 남겨놓고 있었고, 그 축복은 나중에 두 번째 축복으로 그에게 주어였는데, 그것은 야곱이 아브라함의 언약을 이어갈 것이라는 축복이었다.(계속) 
?

  1.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4장 희생양 (1)

    4장 희생양 (1)  우리는 서로 혐오하기에 충분한 종교를 갖고 있지만, 서로 사랑하기에 충분한 종교는 갖고 있지 않다. - 조나단 스위프트 이슬람계 언론의 많은 기사가 유대인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일정한 패턴에 따라 ...
    Date2023.04.08 By좋은만남 Views7
    Read More
  2.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3장 이원론 (4)

    3장 이원론 (4)  (이어서) 도덕이 패배하는 첫 단계는 종족학살의 서막인 비인간화이다. 종족학살 범죄자들은 그 대상이 자신과 인간성을 공유하지 않으며 바퀴벌레나 기생충, 암같이 어떤 방법으로든 멸절시켜야 할 대상으로 본다. 멸절수용소에 있던 나치 ...
    Date2023.04.01 By좋은만남 Views6
    Read More
  3.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3장 이원론 (3)

    3장 이원론 (3)  (이어서) 정신분석학파는 분리와 투사 과정을 강조했다. 사람이 성숙하면 자기나 자기 가족이 착할 수도, 나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어리거나 인격 장애가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에는 선과 악을 두 차원에서 함께 보는 통합...
    Date2023.03.25 By좋은만남 Views6
    Read More
  4.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3장 이원론 (2)

    3장 이원론 (2)  (이어서) 페르시아의 통치는 알렉산더 제국의 통치로 이어졌고 다시 로마의 통치로 이어졌으며 많은 유대인이 그리스화 되었다. 바로 이런 시점에, 아마도 기원전 125년경에, 제사장 집단 하나가 예루살렘을 떠나 사해의 쓸쓸한 광야에 살면...
    Date2023.03.18 By좋은만남 Views5
    Read More
  5.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3장 이원론 (1)

    3장 이원론 (1)  그가 짐승, 해충, 벌레가 될 때까지 / 그의 온갖 특징을 과장하라./ 그 배경에는 옛날 옛적부터의 악몽들,/ 곧 악마들, 귀신들, 악의 앞잡이들로 채워라. / 네 원수의 모습이 완성되면, / 너는 죄의식 없이 죽일 수 있게 되고 / 부끄럼 없이...
    Date2023.03.11 By좋은만남 Views9
    Read More
  6.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2장 폭력과 정체성 (4)

    2장 폭력과 정체성 (4)  (이어서) 처음 만나는 이런 문명 질서를 이해하는 유일한 길은 종교를 대체했던 민족주의, 공산주의, 인종이라는 대체물이 실패한 끔찍한 트라우마에 비춰보는 길이다. 우리는 1970년대 이후 개인주의의 욕구불만 시대를 살아가고 있...
    Date2023.03.04 By좋은만남 Views7
    Read More
  7.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2장 폭력과 정체성 (3)

    2장 폭력과 정체성 (3)  (이어서) 종교는 또한 신뢰를 창조한다. 장거리 무역 상인들은 상호적 신뢰를 발전시켜 종교적 형제애를 창조하였고 합의에 대한 증인들로서 신들에게 호소했다. 종교윤리학이 가진 권위에 대한 존중, 충성, 거룩함에 대한 인식 등의...
    Date2023.02.25 By좋은만남 Views6
    Read More
  8.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2장 폭력과 정체성 (2)

    2장 폭력과 정체성 (2)  (이어서) 우리가 잠재적으로 폭력적인 이유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다른 집단과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 집단을 형성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집단 간의 폭력이 집단 내부의 연대감과 응집력을 키우고 다른 외부 집단에 대한 ...
    Date2023.02.18 By좋은만남 Views3
    Read More
  9.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2장 폭력과 정체성 (1)

    2장 폭력과 정체성 (1)  그렇다면 인간이란 이 무슨 키메라(사자의 머리, 염소의 몸, 뱀의 꼬리를 한 불을 뿜는 괴물)인가! 얼마나 새로움이며, 괴물이며, 혼돈이며, 모순덩어리며, 불가사의인가! 모든 것을 판단해볼 때, 미천한 벌레, 진리의 보물창고, 불...
    Date2023.02.11 By좋은만남 Views4
    Read More
  10.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1장 이타주의적인 악 (4)

    1장 이타주의적인 악 (4)  (이어서)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현실에서 폭력적 충돌로 이끄는 신학은 다시 검토해야 한다. 신학 작업을 새로 하지 않는다면, 테러에 계속 직면하게 된다. 테러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고 군사적 수단만으로는 종...
    Date2023.02.04 By좋은만남 Views7
    Read More
  11.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1장 이타주의적인 악 (3)

    1장 이타주의적인 악 (3)  (이어서) 누가 이타주의적 악에 대응할 것인가? 작가, 영화감독, 교황, 수녀, 기자 등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작업 때문에 암살, 총기난사, 방화 등의 폭력에 직면하였다. 이타주의적 악에 대해 가장 큰 소리로 대응하는 사람들은 9....
    Date2023.01.28 By좋은만남 Views4
    Read More
  12.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1장 이타주의적인 악 (2)

    1장 이타주의적인 악 (2)  (이어서) 나치 전범들은 증오심이 아니라 정부의 명령에 충실한 얼굴 없는 관료들이었으나 오늘날의 테러리스트들은 자신의 범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비디오와 소셜미디어 기술을 이용하며 꾸란에서 금지한 행동을 하면서도 양심...
    Date2023.01.21 By좋은만남 Views5
    Read More
  13.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1장 이타주의적인 악 (1)

    1장 이타주의적인 악 (1)  인간이 종교적인 확신에서 악을 행할 때보다 더 완벽하고 즐겁게 행하는 때는 없다. - 블레즈 파스칼 종교가 인간을 살인자들로 둔갑시킬 때, 하나님은 통곡하신다. 첫 인간들이 명령에 불순종하고 살인을 저지를 때 하나님은 사람...
    Date2023.01.14 By좋은만남 Views1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