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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천사와의 씨름 (4)


(이어서) 앞장에서 폭력의 근본 원인은 모방 욕망으로서,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이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라는, 르네 지라르의 논제를 다루었다. 창세기의 야곱이 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야곱은 에서가 되고 싶어 했다. 에서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태 안에서부터 싸우고 그 발뒤꿈치를 붙잡고 세상에 나왔다. ‘야곱’이라는 이름의 뜻은 ‘발뒤꿈치를 붙잡은 자’이다. 그는 에서의 장자권을 사고 에서의 옷을 입고 에서의 축복을 가로챘으며 눈먼 아버지가 누구이냐고 묻자 “저는 당신의 맏아들 에서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에서는 만사에 형통하였지만(‘에서’라는 이름은 완전히 만들어졌다는 뜻), 야곱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다. 에서는 강하고 에너지 넘치며 날쌘 사냥꾼이었으며 아버지 이삭에 대한 그의 사랑은 진실했다. 물론 이삭도 에서를 진정으로 사랑했다. 에서는 자연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수많은 신화와 전설에 나오는 전형적인 영웅과 같았으며 인간적 감정과 위엄이 있었다.
에서처럼 되는 것이 야곱의 첫 번째 욕망이라는 것은 놀랍지 않다. 그는 모방 욕구를 경험했다. 야곱 이야기의 핵심 단어들, 즉 얼굴, 이름, 축복은 모두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눈먼 아버지를 속여 에서가 받을 축복을 가로챘지만, 야곱은 에서가 아니었고 그 축복 역시 자신에게 주어질 것이 아니었다. 야곱이 받은 참된 축복은 이삭이 에서인 줄 알고 한 것이 아니라 나중에 야곱인 줄 알고 했던 축복이다. 야곱의 축복은 재물이나 권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 축복은 자손들과 관련된 것으로 그들을 가르쳐 언약의 상속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며, 또한 당과 관련된 축복으로 그 자손들이 율법과 사랑의 언약에 기초한 사회를 창조할 축복이었다. 야곱이 이 축복을 받기 위해 에서의 옷을 입을 필요가 없었고 자기 자신이 돼야만 했다. 에서 같은 자연의 사람이 아니라 자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 재물이나 권력과는 다른 것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맞춰, 하나님의 호흡으로서 인간의 영을 살아내고, 또한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살아야 하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22년 만에 형 에서를 만난 야곱은 오랜 세월 동안 자기가 받았던 축복을 되돌려 주려고 했다. 에서에게 보낸 많은 가축 떼는 재물(하늘의 이슬과 땅의 비옥함)을, 에서에게 올린 절은 권력을 상징한다. 야곱은 더 이상 그런 것들을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았다. 야곱이 ‘나는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라고 말한 것은 재물이나 권력을 통한 완전함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의사 표현이다. 자기가 가로챈 축복은 결코 자기가 받을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으며 그래서 에서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다.
전날 밤 벌어진 씨름은 야곱이 실존적 진실과의 싸움이었다. 낯선 적대자는 야곱에게 인습적인 축복(부귀, 권력, 안전 등)을 하지 않았다. 낯선 자는 “네가 과거에는 에서가 되고자 싸웠지만, 미래에는 너 자신이 되기 위해 싸울 것이다. 과거에는 에서의 발뒤꿈치를 잡았지만, 미래에는 하나님을 의지할 것이다. 이제 에서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하나님을 의지하라.”라고 말한 것이다. 그는 에서에게 자신의 축복을 되돌려 줌으로써 에서로부터 벗어났다. 과거에 그가 모방 욕망을 갖고 있었을 대는 자신이 분열되어, 불안과 염려의 먹이가 되었다. 야곱이 마침내 도달하게 된 진실은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이 증언하는 것처럼, 완전하기 위해 우리는 타인의 축복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 자신의 축복만을 필요로 한다는 진실이다. 우리의 얼굴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반영시켜 보게 하는 얼굴이다. 이것이 “주께서 너를 향해 단신의 얼굴을 돌리시어, 너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빈다.”(민수기 6:26)라는 제사장 축복의 의미이다. 평화는 우리가 하나님의 얼굴 안에서 우리의 비친 모습을 보고, 또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을 내려놓을 때, 우리에게 찾아온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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